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연못에 찾아와 연못을 관찰하고 주변을 살핀다. 쪼그려 앉아 유심히 보는 모습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벼를 관찰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개구쟁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연못을 돌며 잡기놀이를 한다.
지나가던 선생님이 “니들 또 잡기놀이하노, 그러다 다칠라”하시며 질책아닌 질책을 하신다. 아이들이 “네~”라고 대답은 하지만 까르륵 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아담한 11개의 연못, 연못 둘레의 탐방로, 연못 사이에 야생화… 어느 유원지의 얘기가 아니다.
거제 고현중학교(교장 강창영)에 있는 연못이다. 장병공 선생님은 아직 완성이 덜 돼 보이기 부끄럽다하시지만 벌써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개구리는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하고는 동면에 들어가고 그네들 할 일을 하고 있다.
장 선생님이 학교 연못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95년. 거제제일고등학교 재직당시 화단을 가꿀 때다. 제일고등학교에는 큰 수련연못이 있었더랬다. 이것에서 영감을 얻어 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을 신현중학교에서 펼쳤다. 선생님은 떠나오셨지만 현재 신현중학교엔 15개의 연못이 작은 생태학습장을 이뤄 아이들의 좋은 교육장이 되고 있다고.
도덕 선생님께서 연못을 가꾸려면 식물생태 등 많은 공부를 해야되겠다하자 “작년부터 녹색학교만들기를 학교 특색 사업으로 선정해 교장선생님과 동료교사들이 적극 도와줘서 힘이 된다”며 “새모이를 주고 연못을 관리해 주는 학생 도우미들도 있어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즐겁게 연못을 만들고 있다”고 답한다. 선생님의 연못만들기가 녹색학교만들기 사업에 주축인 셈.
150여종의 식물과 50 여종의 동물들의 작은 자연
연못엔 도깨비바늘, 강아지풀, 가래, 아카시아풀, 수련, 부들, 노랑어리연 등 150 여종 식물과 개구리, 송사리, 미꾸라지 등 50 여종동물이 자란다.
큰 연못 하나가 아니라 작은 연못 11개를 만들었냐묻자 연못 마다 특성이 있고 물이 순환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서란다. 빛이 들어오는 양에 따라 같은 식물이 어떻게 다르게 자라는지도 알려주시고 싶다고.
연못의 물은 1번 연못에서 시작 돼 11번 연못으로 하나의 물길로 연결되는데 앞으로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태양발전을 통해 물을 끌어 재활용할 계획이란다. 아이들을 위해 심은 몇 포기의 벼가 영글어가고 까마중의 열매는 잘 익어 흙진주 빛을 띤다. 새끼 손톱만한 열매를 입안에 넣었더니 똑 터지는 재미도 있고 맛도 좋다.
올해 심어 걸음마를 뗀 담쟁이가 보인다. 건물외벽에 맹종죽과 덩굴장미, 담쟁이, 송악 등 덩굴식물을 식재했다한다. 몇 년뒤에는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학교가 초록으로 둘러싸이리라.
실내라고 선생의 손길이 없을까. 복도에 실내수조를 만들어 열대어와 수초가 자라고 있다. 수초와 열대어를 적절히 조합해 사람이 일부러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한다.
화가 난 어떤 아이가 연못에서 식물과 동물을 보며 마음을 다스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보람있었다는 장병공 선생님. 오늘도 연못을 만드느라 흘리는 구슬땀은 좋은 추억하나 만들어주고 싶은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김경옥 리포터 oxygen0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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