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에 중독된 21세기 패밀리!
21세기는 자원봉사의 시대다. 자원봉사활동으로 보람과 성취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가족봉사 팀으로 활동하는 정용태(41)씨 가족이 그렇다. 아빠 정용태, 엄마 박향랑(41), 아들 정화중(13), 딸 정화영(11)양 등 정씨 가족은 지난 2006년 자원봉사센터의 문을 두드린 후 여가활동 대신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기에 봉사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됐다. 가족 모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본 부천시자원봉사센터 박지원 씨가 추천했다.
운 좋은 가족→ 미친 가족
97년, 용태 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결혼 후 그는 주말이면 잠만 자는 너구리로 변해갔다. 너구리는 잠만 자는 아빠를 보고 아이들이 만들어준 별명이다. “쉬는 날 잠자다가 가족들 손에 이끌려서 봉사를 나가게 됐어요. 복숭아를 봉지로 싸는 일이었는데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하나 된 마음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봉사의 마음이
재 점화됐지요.” 용태 씨 가족은 서울의 볼런티어 21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신청자가 많던 그곳은 추첨을 통해 봉사자를 선발했다. 추첨에 떨어진 사람들은 활동 하고 싶어도 못할 형편이었다. “저희 가족은 대부분 다 붙어서 다 갔어요. 추첨 신청을 하면 무조건 선정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저희들을 운 좋은 가족이라고 불렀답니다.” 부천으로 이사 와서 봉사활동을 통해 붙여진 이름은 미친(^^)가족. 봉사활동을 ‘너무나’ 열심히 해서 다른 가족자원봉사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비오는 날 경로당 도배를 했는데요. 여기도, 저기도 해달라는 노인들의 요청을 다 들어드리느라고 하루가 다 갔어요. 그런 일은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기도 뭐하잖아요. 그 날은 일을 9시간 넘게 했답니다. 그렇게, 봉사활동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예요.”
산교육으로 짓는 자식 농사
“난 아름다운 가게로 봉사 갈 테야.”. “난 집고치는 곳에 가서 봉사할래.” 주말이면 정 씨 집에서는 착한 싸움이 일어난다. 그 날 봉사 장소를 정하려는 자녀들의 외침이다.
엄마와 아빠는 오빠인 화중이와 동생 화영이의 실랑이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위해서다. “아이들의 가벼운 언쟁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어려울 때가 있어요. 남자애와 여자애는 생각하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봉사할 곳도 다를 거라고 이해하지만요.” 봉사활동 하기 전 아이들은 ‘이것 사주세요’, ‘외식하러 가요’ 하는 등의 요구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을 돌아다니며 봉사하다보니 그런 불만은 눈녹듯 사라졌다. “이젠 우리 집이 최고라고 하죠. 봉사활동으로 경험했던 일들이 아이들에겐 산교육이 됐어요. 더불어 봉사점수도 차곡차곡 쌓이니 일석이조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소극적이었던 화영이는 지금은 아주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다. 음식점 ‘향기네’ 봉사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밥도 할 줄 알게 됐다. “봉사활동 후 아이들은 의사표현이 좋아졌어요. 혼날 것도 이야기해요. 안 될 것을 알지만 해보는 거죠. 이렇게 가족 대화가 일상화된 것은 모두 봉사활동 덕분이에요.”
봉사활동= 주말농장?
올 9월 용태 씨 가족은 주말농장에 봉사를 갔다. 농장에 간 가족들은 깜짝 놀랐다. 태풍과 수해를 당한 농작물이 대부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배추 400포기를 심었는데 100포기도 못 건질 것 같데요. 두어 시간 잡초를 제거하고 돌아왔지만 마음이 아팠어요. 순간 주말농장과 봉사활동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봉사활동을 꾸준하게 하면 보람 있는 것처럼 농사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처럼 정성을 쏟고 신경을 쓰면 잘 자란다는 것을요. 자연 재해가 있었지만 올해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주말농장에 신경을 조금 밖에 못 써서 마음에 걸려요.” 현재 용태 씨 가족은 소외이웃에게 음식을 배식하는 무료급식 활동과 밭작물을 키우는 주말농장 활동, 아름다운 가게 활동천사 같은 반짝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매 년 100시간씩의 봉사다. 1%를 나누자는 개념의 봉사시간은 용태의 제안으로 정해졌다. “계산해보니 1년은 900시간이고요. 제가 생각한 100시간은 1년의 1%인 셈이죠. 그렇게 우리 가족 일인 당 100시간 씩 봉사하자는 생각입니다. 올해는 90시간 정도를 채울 것 같아요. 내년에는 꼭 100시간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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