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어린이 만나는 어른들

지역내일 2010-10-29

“어린이 책에 담긴 가치, 함께 나눠요”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어린이 서점 문을 활짝 열어 동네 사랑방으로 만드는 책방 주인, 인형극이나 그림자극을 만들어 소외학교를 찾는 학부모, 책읽어주는 할머니처럼 책으로 어린이를 만나는 어른들을 찾아가 보았다. 만나보니 가을뿐이 아니었다. 이들에게는 사시사철 모두 독서의 계절이다. 어린이 책에 담긴 가치들은 이들의 마음결 따라 널리 퍼져가고 있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 어린이청소년 책방 「알모」
 일산 마두동 성당 앞에서 큰 네거리를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주택가 안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어린이청소년 책방 알모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작은 뜰에 놓인 의자나 방안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는다. 알모는 일요일마다 놀이 강좌를 연다. 넷째 주 토요일이면 전래놀이를 가르쳐 주고 정기적으로 과자 만들기, 팝업카드 만들기, 실뜨기, 퍼즐 모임도 연다. 어린이들은 부모와 함께 혹은 혼자서 알모를 찾고,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논다. 책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동네 속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008년 3월에 알모의 문을 연 최영미 씨는 “조용히 숨죽여 책 읽는 곳이기 보다는 시끄러워도 즐거운 곳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갖고 책방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를 ‘알모’라 부르며 엄마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털어놓기도 한다.
 최 씨는 지난 8월 지역 주민들과 함께「독서출판문화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빠듯한 책방 살림이지만 지하 공간을 얻어 작가 초청 강연이나 사진전시회 들을 열어 왔다. 그간 다녀간 이로는 이태수, 백창우, 원종찬 같은 작가나 평론가들이 있다. 앞으로도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돌아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좌들을 열 계획이다. 최 씨가 귀띔하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비결’은 바로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 마음에 당기는 걸 스스로 선택하면 엄마가 골라줄 때보다 세심하게 읽고 또 읽어요.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잖아요.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은 중요한 능력이죠.”
알모는 도서정가제를 지키며 회원 가입하면 구입액의 5%를 적립해준다.
위치 일산동구 마두동 916-4번지 1층
문의 031-932-4808

***알모가 추천하는 책
빨간늑대(마가렛 섀넌 글 그림, 베틀북)
험한 세상에서 딸을 지키고 싶은 임금님은 딸 로젤루핀 공주를 높은 성에 가두어 놓았다. 공주가 일곱 살이 되던 날 성으로 황금 상자가 배달되고 그 속에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털실이 가득 들어있다. 공주는 그것으로 늑대 옷을 만들어 입고 온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통쾌하면서도 읽고 난 후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 

■ 새마을문고 어머니모임 「신사임당」
 1960년대 마을문고 운동에서 시작한 새마을문고의 어머니 모임이다. 신사임당 회원은 북아트, 구연동화, NIE, 독서코칭과 같은 독서전문교육지도자 양성 교육을 받고 지역아동센터, 다문화 가정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다. 현재 회원은 40여 명으로 30대에서 50대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새마을문고 허경희 과장은 “교육을 받은 어머니들이 미리 알았으면 자녀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한다”면서 해마다 3월에 정규교육을 진행하니 관심 있는 어머니들이 많이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발산동에 거주하는 오영희 씨는 3년 전부터 새마을 문고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지역아동센터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그는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새마을문고의 독서관련 교육을 받았고 다른 아이들과 나누면서 부족한 점을 느껴 집에서 더 공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아동센터에 봉사활동을 나갈 때 가끔 자녀를 데리고 나간다. 3년 전에 외국에서 들어와 한국말이 서툰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다. 오 씨는 자녀가 다른 환경에 있는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배우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말했다. “자기만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여러 아이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가입문의 031-906-5301~2 

■ 고양교육지원청 「꿈주모
 학교마다 도서관에서 명예 사서로 자원봉사를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서는 활동이 활발한 반면 소규모 학교에는 그렇지 않다. 고양교육지원청은 이 점에 주목했다. 지난 6월 학교마다 공문을 보내 다른 학교로 도서자원봉사활동을 나갈 의사가 있는 학부모 사서 모임을 모았다. 120명의 학부모를 모아 연수를 진행하고 위촉한 모임이 바로 꿈주모(꿈을 주는 모임)이다. 꿈주모는 세 개 팀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도서 활동을 지원할 여력이 없는 작은 학교를 우선적으로 찾아간다. 회원들은 책읽어주기, 인형극 공연, 그림자극 공연을 진행하며 어린이들이 책과 친숙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6~7월에 20개교를 찾았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림자극을 공연하는 장성초교 도서도우미 어머니 모임의 회장 김영실 씨는 “어머니들의 연습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하다보면 시스템이나 장비들도 열악하지만 공연됐을 때 아이들의 즉각적인 반응과 밝은 표정을 보면서 힘들어도 그림자극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의 031-900-2800

■ 교하도서관 어린이책 모임 「책마중」
 파주교하도서관에는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60대 이상의 어르신 6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마중 모임이다. 책마중 회원들은 교하 도서관의 ‘은빛세대의 그림책 읽기’로 시작해서 매주 2번 아이들과 직접 만나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한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주어야 아이들이 좋아할까를 늘 고민하면서 알록달록한 앞치마도, 마법사모자도 과감히 입고 쓰고 하시는 용감한 할머니들이다. 아이들과 만나면 만날수록 그림책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어 매주 그림책과 책읽어주기에 대해 연구하시고 토론하는 모습에서 강한 열정이 풍겨 나온다. 최근에는 블로그도 개설하여 그간의 공부를 차곡차곡 쌓기까지 하시는 열정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문의 031-940-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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