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문화인물_옥종근「마법과 인형극단」대표

지역내일 2010-10-29

 “인형극에 청춘을 바칠 각오로 살았죠”

 지난 10일, 전시와 공연이 풍성한 고양호수예술축제가 벌어지는 공원 한쪽에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마리오네트는 우리말로 하면 줄 인형.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에 줄을 담아 손, 발, 턱 등 관절을 움직여 표현한다. 나무로 인형을 만들기도 힘들지만 조종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장르다. 
 1992년에 창단한「마법과 인형극단」은 우리나라 마리오네트 인형극 분야에 있어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극단 대표는 중산동에 사는 옥종근 씨. 18년 째 인형극에 몸 바쳐 온 그를 만났다.

인형극만 보고 달려온 열여덟 해
 “춥고 배고픈 직업입니다. 그래도 인형을 계속 깎으면서 실력이 개발되는 데 보람을 느껴요.”
 그가 인형극을 시작한 것은 1991년이었다. 우리인형극회 단원으로 일 년 동안 있다가 다음 해에 극단을 꾸렸다. 첫해에는 골방에서 먹고 자면서 나무 인형을 깎았다. 밖에 나가서 밥을 먹고 들어와 나무를 깎는 생활의 연속. 인형 하나 만드는 데 한 달 씩 걸렸다. 그렇게 처음 올린 극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였다.
극단을 만든 다음 해부터는 해마다 춘천인형극 축제에 나가 극을 선보이고 있다. 전국 일대 순회공연도 꾸준히 벌였다. 그러나 극단을 꾸려 공연을 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다.
 “93년쯤인가 몇 십 만원 주고 산 낡은 그레이스 승합차를 타고 전국을 돌면서 공연을 다녔어요. 그러다 한밤중에 타이어가 터졌는데 무작정 마을에 걸어가서 타이어를 구해 다시 어깨에 메고 와서 타이어 갈고 공연하러 간일도 있어요.”
지금이야 인형 깎는 데 1~2주면 너끈하지만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하지만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재미있고 배운다는 기분으로 일했다. 우직하게 인형에 매달린 그의 솜씨는 현장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춘천인형극 축제를 할 때마다 인형 경매를 하는데 항상 우리 극단 인형이 인기가 많아요. 호호아줌마랑 호호아저씨를 팔 때는 헤어지기 아쉬워서 우리 단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손을 끼워 움직이는 손 인형, 밑에서 막대를 들고 조종하는 봉 인형, 빛을 활용하는 그림자 인형과 인형 목 뒤에 장대를 막아 발과 손을 각기 다른 사람이 잡고 하는 인형. 여러 가지 종류의 인형을 만들고 공연하면서 그가 다다른 것이 줄 인형, 마리오네트다.
 “줄 인형은 만드는 일도 그렇지만 조종대의 작동 원리를 아는 것이 어려워요. 완성도 있는 인형 하나를 만들기가 어려우니까 시도하는 사람이 거의 없죠.”
다행히 그는 인형을 만드는 데 재주가 있어 만들기 어렵지 않지만 조종대를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부족한 게 많다”고 겸손해 했지만 현장에서 본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푹 빠져서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그가 만든 인형들이 정교하고 세련되기 때문인 듯 했다.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인형극 만들고 싶어
 나무를 깎아 인형을 만드는 그의 솜씨는 점차 알려지고 있다. 지난 9월 보림 홍성찬 갤러리에 초청을 받아 ‘마법에 걸린 나무인형 옥종근 전’을 열기도 했다. 추석 연휴가 겹치고 전시기간도 짧았지만 500여명이 다녀가는 등 반응이 좋았다. 내년 5월쯤에는 국립극장에서도 전시할 계획이다. 
 그는 줄 인형에 대해 점차 감을 잡기 시작했고 현장에서 만나는 관객들 반응도 좋다고 느낀다.“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인형극에 청춘을 바칠 각오로 살았다’고 말하는 옥종근 씨.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인형극을 하며 만난 부인 문재현 씨는 남편이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남들이 잘한다고 인정도 해주니까 좋아요. 일이 고되어도 하면 할수록 행복해하는 걸 느껴요.”
문 씨는 남편이 가진 색깔을 유지하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형극을 선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흔 일곱 살 이르지 않은 나이에 다섯 살, 세 살 난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옥 씨는 인형극을 평생 직업으로 여긴다. 그러나 어려움은 여전하다.
 “인형극 하는 사람들은 대출도 못 받고 마이너스 통장도 안 만들어 줘요. 정부에서 꾸준히 지원을 해주면 좋을 텐데 그런 점이 힘들죠.”
직업 군인에서 백과사전 외판원, 전신주 올라가는 케이블 회사 직원에 만능수리 열쇠 공을 거쳐 옥종근 씨가 선택한 마지막 직업은 인형 깎고 공연하는 예술가. 서른 살 넘어 뛰어들어 스무 살 남짓한 이들 틈에 끼어서, 사투리를 쓴다고 머리 맞아가며 배우던 청년. 그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나무 인형 제작자이자 공연자가 되어 있었다.
 “뭐든 최선을 다하는 게 좋죠. 직업에 귀천도 없고요. 무조건 열심히 하려고해요. 모두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바람은 또 있다.
 “모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인형극을 하고 싶어요. 보는 분들이 행복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은 인형을 따라 울고 웃었다. 그의 바람은 벌써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옥종근은...
 1992년 마법과 인형극단을 창단해 11~14회 춘천인형극제 협의회장을 맡고 현재 한국인형극 협회 부회장으로 있다. 대표작으로 ‘엄지공주’(1995), ‘호호아줌마’(1996), ‘왕자와 거지’(1998), 국악인형극 ‘혹부리영감’(2007), 뮤지컬 인형극 ‘뽀로로와 생일선물’(2008)등 이 있다. 
 영화 ‘마누라 죽이기’ 소품 제작(1994), 수원 월드컵 퍼레이드 청룡 주작 인형 제작(2002) 등에 참여했다. 2004년에 춘천 인형극 박물관에 마리오네트 인형을 전시했다. 2009년에는 경기도 찾아 가는 문화 활동, 안산 거리 축제 ,경기 인형극제, 대전예술의전당 등 공연에 참가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