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겨 찾는 책과의 만남
독서의 계절,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칭했던 한 실학자의 책 사랑이 사뭇 부럽다.
마음과 달리 시간을 내서 도서관에 가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면, 우리 곁으로 찾아와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도서관은 어떨까?
1993년 개관 이래 4대의 차량으로 동별 순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성남시 새마을 이동도서관. 첨단과 IT가 활보하는 이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많은 이용객을 사로잡은 매력은 무엇인지, 이동도서관에서 답을 찾아보았다.
분당구 정자동 불정초교 후문. 매주 월요일 오후면 이동도서관 3호 차량이 머무는 곳이다. 태권도가 끝나자마자 왔다는 도복 차림의 이원(11)이는 오늘의 첫 번째 손님. “어떤 책이 있을지 궁금해서 곧장 달려왔어요. 만화 빌리는 건 3권으로 약속했으니 나머진 여기서 보고 가려고요.” 이원이가 독서삼매경에 빠져들 때 쯤 엄마와 남동생이 도착해 책을 고른다. 세 모자에겐 빠질 수 없는 월요일의 일과란다. 엄마 김선경(42)씨는 “한 공간에 모든 연령대의 책이 구비돼 있어 취향별로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인근 도서관은 휴관인데 여기는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차 내부를 살펴보니 왼쪽 책장엔 유·아동·청소년 및 전집류가 오른쪽은 성인용 그리고 소량이지만 영어동화까지 잘 갖춰져 있다. 차량별로 2000권쯤 싣고 다니는데 하루 평균 250명이 900권 정도를 대출해 간다고 한다. 원활한 회전을 위해 같은 책을 연달아 대출하는 건 안 된다고.
반납된 책을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는 임상두(45) 실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이용하던 학생이 군대에 간다고 인사하러 온 사연을 전하며 “책을 많이 읽으면 인성도 확실히 좋아지는 것 같다”고 환히 웃었다.
오늘의 순회장소는 놀이터와 공원이 근처에 있어 꼬마 이용객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앉은 폼이 집처럼 편해 보이는 승우(8)는 혼자 왔냐고 물으니 당연히(?) 그렇단다. 승우가 열독중인 책을 보니 멋진 동물들로 가득하다. 혼자 놀기 지루 할 때 좋아하는 동물 보러 자주 온다는 이 친구, 어리지만 제법이다. 젊은 엄마들 대부분은 집에서 가깝고 인적이 많아 마음 놓고 보낼 수 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다른 이용객 김 양(41) 주부는 자녀명의의 가입 신청서를 추가로 작성중이다. “만들어만 놓고 안 쓰게 될까봐 저만 가입했죠. 근데 자주 오게 되고 책 상태도 깨끗해 빌릴 때마다 기분이 좋네요. 새로 만든 카드로 여유 있게 빌려가려고요.” 이동도서관의 1인 대출권수는 5권, 4인 가족이 가입하면 한 번에 무려 20권이다. 장 볼 때나 사용하는 케리어가 즐비한 이유였다.
책을 다 고르고 나면 버스 뒤쪽에 자리한 박정선(37) 열람팀장을 만나게 된다. 그는 노트북으로 업무를 기록하는 틈틈이 탁월한 기억력과 센스로 책을 추천해준다. “아이가 둘 있어요. 그 연령대 회원들껜 경험으로 추천하지요. 아이가 좋아한 책과 엄마로서 좋았던 책. 일반 회원께는 독서취향을 기억했다가 비슷한 책을 고르는 다른 분께 적용해 추천합니다.” 잠깐 바코드 찍는 사이 이용객의 취향까지도 입력하는 모양이다. 취재 전 통화한 목소리만으로 리포터를 알아맞춰 놀라게 하더니, 실로 감탄스럽다. 이런 센스가 감동으로 전해지기에 이동도서관이 인기가 있나보다.
“책을 좋아하는데 먼 데까진 안 가게 돼. 그래서 이렇게 찾아와 주는 게 정말 고맙지.” 한 어르신의 말처럼, 이동도서관은 낮은 문턱과 눈높이 서비스로 다른 도서관과는 차별화 된 정겨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겨 찾게 되는 책과의 만남. 궁금하던 답을 드디어 찾았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이동도서관 TIP
도서대여기간은 일주일. 2주만에 반납하면 반납권수의 50%는 대출 할 수 있지만, 3주는 1회, 4주 이상은 연체일수 만큼 대출 중지해요.
올해부터 이용시간 알림 문자서비스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원하는 책을 빌려주고 수거해 가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어요.
희망 도서 신청과 동별 순회 일정표는 홈페이지(www.songnamstl.co.kr)를 참고해 주세요.
문의 성남시 새마을 이동도서관 031-703-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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