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문화인물- 19회 고양시 문화상 예술 부문 수상자 김우규

지역내일 2010-10-25

"우리네 효와 예 사상, 소리로 알리고 싶습니다."

 김우규(73)씨를 만난 곳은 지난 14일 어울림누리 극장 무대 연습실. 반듯한 정장 재킷을 입은 한 노년의 신사가 긴장한 듯 연습실로 속속 찾아드는 회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로 고양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장 김우규(73)씨다. 일흔이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눈빛이 살아있는 김우규 회장은 다음날 있을 공연에 온 열정을 다하고 싶다고 전한다. “고양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의 향토 문화재 지정을 기념하는 공연이죠. 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이번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입니다”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다시 회원들을 안내하느라 분주하다.  

조선시대 장례 문화의 진수, 향토문화재로 공식 지정
 이번 고양시 문화상(19회) 예술 부문을 수상한 김우규씨는 고양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장이다. 고양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는 조선시대 감역관을 지낸 김녕 김씨 24세손인 사대부 김성권의 장례의식을 복원한 무형문화 유산이다. 
“어머니가 선공감 김감역 어른의 자부셨어요. 어릴 적부터 어머니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지. 특히 그 어르신이 워낙 인덕이 좋으셔서 돌아가실 적에 많은 사람들이 같이 슬퍼해줬다고 하더라고”
당시 김성권 감역의 장례의식에는 보통 상여보다 훨씬 큰 전통상여로 운구가 이뤄졌고, 만장기가 무려 250개, 운구행렬이 5리에 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조문객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쌀도 모자랄 정도였다고 한다. 그 규모와 의미가 남달라 고양시에서는 이미 향토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최근에는 향토문화재 58호로 공식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더하게 됐다. “본래 우리 문중이 대화동에서 대대로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외부로 흩어지긴 했지만 집안의 문화를 고유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마음에 뜻을 같이하는 거지”
실제로 보존회의 회원들은 일부 전문 소리꾼들을 제외하곤 김우규 씨의 형제 뻘, 아저씨 뻘 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번 공연 의상 준비도 김우규 씨의 아내 신옥희씨가 맡았다.
“우리 집안 문화이기도 하지만 사라져가는 전통 문화를 아쉬워하는 마음들이 더 커요~. 조금이라도 우리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지금까지 보존회를 이어오게 했습니다.
참고로 다른 지방에서도 상여.회다지소리는 존재한다. 보존회의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최장규씨의 설명에 따르면, 상여소리는 논틀을 건너면 달라지는 소리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가령 강원도의 상여소리는 메나리 조를, 전라도 지역은 육자배기 조를 사용해 구성지고 슬픈 음색이 특징이다. 하지만 유독 고양 지역에선 다른 지방색이 전혀 묻지 않은 경토리조를 사용함으로써 음색이 맑고 밝다. 

한 공연을 위해 몇 달간 준비, 자비로 모든 것 들여 연습해 온 시간들
 보존회 활동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간 공연이 있을 때마다 의상이며, 필요한 무대 소품이며 모두 회원들의 자비를 모아 운영해 왔다. “힘들긴 했어요. 공연준비금도 필요하지만 연습할 때마다 격려 차원에서 식사라도 챙겨주려면 만만치가 않죠.” 전문 소리꾼들이 아닌 집안 형제들을 모아 공연 준비를 하기에 더 많은 연습 시간도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것도 무대에 서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을 때마다 싹~ 잊혀지고 힘이 절로 솟는다는 김우규씨다. 보존회 회원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란다.
“이번 향토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지원금이 조금은 나온다고 하대요. 전보다는 조금은 나아지겠죠? 허허~”웃음을 보이는 김우규 씨다. 

세계 속에 피어난 전통 향토 문화, 독일 축제에서 눈물의 호평 받아
 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지난 2월 독일 비스바덴 카니발에 한국 예술팀으로 참가, 당당히 대한민국 향토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독일 비스바덴 카니발은 독일 남쪽에 위치한 비스바덴에서 내려오는 151년 전통의 카니발로 세계 각국의 예술단체를 초청, 다양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는 이와의 이별을 노래하는 상여소리여서였을까. 언어가 통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 오히려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 상여.회다지 소리에 묻어난 우리네 효 사상이 그대로 마음에 전달된 거겠죠”하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신다. 공연을 할 때마다 힘드시지는 않으신지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비스바덴 카니발에서는 4m가 넘는 명정을 어깨에 이고 7km 정도 걸었어요. 물론 힘들었지. 하지만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렇게 또 공연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번에 있을 공연엔 비록 무대에 서지 않지만, 내년에는 또 다른 시나리오를 만들어볼까 구상 중이시다. 또한 할아버지 역할을 하겠다며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신다.
 “고양 상여. 회다지소리를 통해 그 안에 담겨 있는 우리네 효와 예 사상 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아무리 사회가 변한다 해도 이것만큼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 아니겠어요.”
공연이 있을 때마다 DVD로 제작해 손자, 손녀들, 지인들에게 나눠주곤 한다는 김우규 씨. 리포터에게도 꼭 DVD를 보내주겠다며 약속을 했다. 벌써부터 그 DVD에 담겨 있을 영상과 소리가 궁금해진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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