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는 4천원이면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정보를 긴급 입수한 리포터. 지갑에 천 원짜리 딱 네 장만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일주일동안 점심 걱정은 당분간 끝이다. 새하얀 식판 가득,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는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직접 체험해 보았다.
#1.10월 11일 PM.12:41 분위기 좋은, 수원시청 구내식당
시청 구내식당은 분위기가 좋다. 창가 쪽으로 앉으니 푸르른 관엽식물이 식감을 한껏 돋우어 준다. 청사에서 가장 높은 위치, 8층이라 가을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창밖으로는 간간히 오가는 시내버스와 차량도 좋은 풍경이 되어 준다. 식판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기분좋은 클래식 음악이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가운데, 4가지 반찬(쇠고기잡채.미역초무침,멸치마늘종볶음,깍두기)과 따뜻한 국(동태국)을 마주 하고 앉았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간이다.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잡채. 그러나 점심시간에 혼자 먹자고 만들 수는 없었던 터라 반가움이 앞선다. 새콤달콤한 미역 초무침은 평소에도 즐겨먹는 반찬, 멸치와 마늘종이 만났으니 칼슘과 비타민의 결합이렷다. 무값 비싸 차일피일 미루던 깍두기도 여기서 만났구나. 푸른 바다를 헤엄치던 동태 선생이 동태국에서 빼꼼이 고개를 내미니 속이 든든하다. 차를 가지고 갔던 터라, 나오는 길에 주차도장을 민원실 앞에서 찍었더니 주차도 무료. 본관1층에 있는 기업홍보관이랑 화성홍보관을 보니, 아이들과 오기도 좋겠다. 1층 커피자판기에서 찐~한 밀크커피로 점심 마무리. 시청 건너 수원올림픽공원을 거닐며 열여섯개의 조각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식사비 4천원. 운영시간:오전 11시 40분~12시 50분. 월~금. 시청별관 8층.>
#2.10월 14일 A.M.11:50 밥이 맛있는, 영통종합사회복지관 구내식당
영통종합사회복지관 구내식당은 ‘밥’이 맛있다. 저마다 ‘맛있다’의 기준은 천차만별이지만 복지관의 밥은 언제먹어도 집밥처럼 찰지다. 많은 어르신들이 드시는 밥이고, 반달도서관 오는 아이랑 엄마가 먹는 밥이다. 매일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 더 정성들여 짓는 모양이다. 이 날도 밥은 따뜻했고, 반찬은 그득했다. 오늘의 반찬은 ‘깐풍기, 아욱된장국, 청포묵 김가루무침, 도라지무침, 포기김치’-이것이 정녕 공공기관의 반찬이란 말인가. 중식 중에서도 중화요리에 속하는 깐풍기를 한입 베어무니 오밀조밀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 찬다. 가을바람 쌀쌀하게 불 때면 생각나는 아욱된장국은 또 어떻고, 잔칫날 먹던 청포묵이 김가루 속에 뒹구니 이 아니 기쁠쏘냐. 금값이던 배추김치야 반갑다. 도라지 무침과 같이 먹으니 더 맛있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복지관 점심. 토요일에는 잔치국수가 마련된다. 치아가 안 좋으신 어르신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식사다. 근처 반달공원을 천천히 거닐다보면 가을이 어느새 내 품에 안기고, 봉수대 모양의 분수대 근처에는 운동기구까지 설치돼 있어 식사 후 간단한 운동도 할 수 있다. 단풍이 천천히 물들어가는 공원 앞 벤치에서 진짜 가을맛을 느껴본다.
<식사비 3천5백원. 운영시간:오전 11시 50분~12시 50분. 월~토. 영통종합사회복지관 반달동4층>
#3.10월 15일 P.M.12:30 가격이 괜찮은, 경희대 교직원식당
경희대 교직원 식당은 가격이 좋다. 3천8백원에 뷔페식에 가까운 점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 경희대 정문에서 백미터 가량 걷다가 오른쪽에 보이는 기숙사 건물(우정원)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교직원 식당 앞에서 식권을 교환하면 꽤 근사한 점심이 기다린다. 오늘의 메뉴는 ‘자장밥과 군만두’- 메뉴에는 분명 두 가지만 표시되어 있는데, 차림은 다섯가지다. 그윽한 향의 자장소스와 노릇노릇 구워진 군만두, 그 옆에 바알간 양배추 겉절이와 열무김치, 중국요리집에서나 나오는 중국식 장아찌인 쨔차이까지 구비하고 있다. 교직원식당은 날마다 다른 메뉴로 준비된다. 우정원 1층에도 푸드코트가 있고, 은행과 편의점, 꽃집, 문구점, 서점에 카페까지 있으니 미니쇼핑을 즐겨도 좋겠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걷다가 정문 분수대 앞에서 잠시 멈춘다. 기분좋은 휴식을 취한 후, 건너편 파리바게뜨에서 1천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점심 기행을 마쳤다.
<식사비 3천8백원. 운영시간:오후 12시~2시. 월~금. 경희대 우정원 지하1층>
마음에 점 찍듯 스쳐가는 밥이라 해서 점심이라지만, 여자에게 점심은 아침보다 더 중요하다. 남은 오후를 힘차게 보낼 원동력이 되니 말이다. 주부들이여, 혼자있다는 이유로 라면 먹지 말고 밥을 먹자. 당신이 밥을 먹어야 남편과 아이도 건강하다.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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