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고 있는 성남ㆍ용인 전원주택 전세살이

지역내일 2010-10-20 (수정 2010-10-20 오후 7:33:44)

답답한 도시 벗어나 전원으로 가는 이유
아이 어린 젊은 층, 전세 수요 높아 … 장단점 따져본 후 실행해야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건 비단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의 욕구만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며 아파트가 가진 맹점에, 흙을 밟아볼 수 없는 답답함에 지쳐 자연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은퇴인들의 로망이었던 전원주택에 젊은 주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특히 분당과 용인 인근엔 전원주택단지가 제법 많고 도심과 가까워 제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을 전원주택으로 불러들이는 이유다.
실제 지역의 공인중계사들도 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이 근래 부쩍 늘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자연에서 아이 키우기 좋아, 선호도 높아져
분당구에 위치한 판교로뎀공인중개사 임좌배 대표는 “현장에 있다 보니 주거 트렌드가 조금씩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며 “예전에 전원주택을 찾는 분들은 대개 연세가 있는 분들이었지만 현재는 80~90%가 젊은 부부”라고 귀띔해주었다.
“아이들 아토피, 천식도 많고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해주고픈 욕구가 많아진 것 같아요. 매매는 조금 부담스러운데 전세는 미리 살아보고 괜찮은지 여부도 타진해 볼 수 있으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거 문화도 선진국 형으로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게 임씨의 분석. 건강과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해 내 마당을 가진 단독 주거지를 찾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이런 흐름은 용인지역도 마찬가지. 전원주택 단지가 곳곳에 형성된 용인 양지 하나공인중개사 최진우 대표도 “전원주택 전세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세가 나오는 족족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상대적으로 많이 나와 있는 매매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 반해 전세는 대기 수요자가 있을 만큼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며 “이런 흐름 때문에 잘 형성된 전원주택 단지는 1억 5000만원에서 2억 원 선으로 전세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판교로뎀의 임좌배 대표도 “홈페이지에 전세 매물이 조금 뜸하다 싶으면 많이 올려달라며 성화가 빗발치고 수요 대기자만 70~80명에 이르고 있다”며 “실제 수요자들은 여름엔 에어컨이 거의 필요 없고 공동 관리비 없이 겨울 난방비만 부담하면 돼 길게 보면 오히려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저렴하다는 것을 잘 알고 오신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고공행진인데 비해 전원주택은 넓은 마당에 30~40평 건물 기준 1억~2억 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며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를 따져본다면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전원생활의 로망 위해 꼼꼼히 따져봐야
하지만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으로 섣불리 이사를 결심하기 보다는 현실적 문제도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임 대표는 “마당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꿈만 가지고 덤벼들었던 사람들은 금세 떠나게 되더라”며 “아이 학교나 학원 등을 픽업시켜주는 문제부터 공동주택의 편리성은 기대하면 안 된다는 점” 등은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판교로뎀 임좌배 공인중개사
용인하나공인 최진우 중인공개사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주부들의 리얼 체험기, ‘전원주택 전세로 살아보니~’

광주 오포 오희정씨네 가족
“맨발로 흙 밟은 느낌,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실거예요” 

광주 오포 신현리에 위치한 한스빌 전원주택에 사는 오희정(39)씨네 가족.
친정 부모님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온 것이 올 해초. 봄에 이사와 현재 3계절을 지내왔다. 오씨네가 분당의 아파트를 벗어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결심하기까지는 아들 조성민(초4)군의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성민이가 갑갑한 생활을 싫어했어요. 자연에 나가 뛰어 노는 걸 좋아하고 나무며, 풀이며, 곤충 관찰하는 걸 좋아하니 전원주택으로 이사까지 큰 고민은 없었어요. 외가와 가까워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많은 것도 성민이가 만족해 하는 이유고요.”
몇 가지 이유로 이사를 단행했지만 전원주택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라는 게 오씨네 가족의
소감이다. 아이 학교와 회사 등 생활권이 분당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다. “차가 있다 보니 아이가 다니는 분당 신기초(정자동)까지 15분이면 넉넉하고 분당 살 때와 비교해 교통이 크게 불편한 건 모르겠어요. 반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전원생활의 매력을 날마다 체감 하며 살고 있지요.”
아이는 원하던 대로 날마다 밖에 나가 방아깨비며, 메뚜기, 사마귀 등 곤충 들과 벗 삼고 살구나무, 소나무를 비롯한 나무전지와 잔디깍기에 도사가 되었다. 고추, 토마토, 상추 등은 돈 주고 사본 적 없이 오히려 남아돌아 후하게 인심을 날리는 것도 오희정씨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다. “주말이면 동네산책, 비오면 비가 오는 대로 날씨의 변화에 따라 즐길 거리들이 엄청 많아요. 아파트에서는 날씨가 그저 바라보는 풍광이라면 이곳에서는 직접 뛰어들어 마주 하는 생활이지요.”
학교 가서 친구들에게 풀어 놓을 이야기가 많다는 점과 이사 이후로는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성민이의 변화는 덤으로 얻은 선물이라는 오씨네 가족. 전원주택에서 누리는 행복감은 상상 이상이라며 살아볼 것을 권유했다.                                       
권미영 리포터

오희정씨네 전원주택 Tip
위치와 규모 : 광주 오포 신현리, 한스빌 전원주택 (대지 100평에 건물 38평형)
특징 : 100% 목조주택, 주택공사 동호인 주택으로 현재 거주민 50% 이상 주공 직원
전세 가격 : 분당의 아파트는 전세 놓고 전세 2억 원에 이사옴
관리비 : 한 달 평균 관리비 30만원 안팎 (심야 전기 이용, 난방은 기름보일러로 겨울엔 3드럼이면 충분히 지냄)   


용인 원삼면 윤희정씨네 가족
“아이 학교 찾아 이사와 전원생활 적응중”

초등학교 4학년 준호에게 어울리는 시골학교를 찾아 올 봄 동탄에서 이사를 온 윤희정(39)씨네 가족. 남편 직장이 용인 신갈이라는 점도 이사에 힘을 얹어 준 이유다.
“처음엔 아이 학교 근처 아파트만 알아보다가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아이 때문에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아이의 선택에 따라 이사는 왔지만 윤 씨는 익숙한 아파트와 달리 여러 변수가 많은 전원주택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한다. 아파트에 살면서는 눈비 맞는 일이 거의 없는데 비해 이곳은 자연환경에 1차적인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
“처음 이사 와서는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잠이 깼어요. 도시에선 듣기 어려운 새소리가 이곳에선 자명종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요.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처음엔 놀라울 따름이었죠.” 그러나 윤씨는 무엇보다 전원주택은 부지런함을 기르는 생활이라고 말한다.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오는 건 조금 모험일 수 도 있어요. 막상 살아보니 불편한 점도 하나둘 나타나고요. 특히 봄부터 여름까지 잔디를 잠깐만 소홀히 하면 사람 키만큼 자라나요. 잡초 뽑는 일도 만만치 않고요. 흙이며, 벌레며 노상 치우고 또 치워도 티가 나지 않는 게 전원생활이에요.”
경제적인 부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윤씨. 기름보일러로 겨울을 날 생각에 벌써부터 겁이 난다. 천장이 높고 거실이 넓어 난방을 해도 아파트에서 누렸던 따뜻함은 찾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특히 올 여름 유독 비와 태풍이 잦아 더운 날에도 제습기와 난방을 주기적으로 해야 할 만큼 습기와 곰팡이 문제도 애를 태운 복병.
“저희가 봄에 왔는데 올 봄은 늦도록 추워서 돌침대를 장만했어요. 너무 추워서요. 또 도선생의 눈길도 유의해야 해서 사설경비를 맡기는 비용도 감수해야죠.”
도심에선 불필요했던 경비 지출이 의외로 생기다 보니 생활비도 쏠쏠히 들어간다는 윤희정씨. 그나마 남편과 아이가 전원생활에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나이가 들기 전에 젊어서 이렇게 자연과 접한 전원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고 살자는 생각에 현재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려고 합니다.”               
권미영 리포터

윤희정씨네 전원주택 Tip
위치와 규모 : 용인 원삼면 사암리 호수마을 전원주택 (대지 200평에 건물 46평)
특징 : 목조주택. 인근에 집이 별로 없어 사설경비에 맡기고 있음 (한 달 4만원)
전세 가격 : 동탄의 아파트는 전세 놓고 전세 1억 3천에 이사 옴
관리비 : 전기세와 난방비 등 그때마다 다름. 기름보일러라 지난 겨울에 80~100만원 정도를 난방비로 지출 


용인 양지면 이은미씨네 가족
“앵두 따먹던 추억, 아이에게 물려줬어요”

이사 온 지 이제 막 3개월. 아직 전원생활의 여유를 만끽하기보다 적응하는 단계지만 이은미씨(40)씨는 이곳 생활에 푹~빠져있다.
“어렸을 때 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는데 학교 가면서 늘 따먹던 추억이 좋았어요.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어 전원주택을 택했죠.”
전원주택 단지가 잘 형성된 곳이라 90여 채의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 관리실과 경비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아이 키보다 낮은 대문은 늘 열어 놓고 산다.
“결혼해서 분당에 살다가 용인 수지로 옮겼고 내내 아파트에 살았죠. 주택은 이곳이 처음이에요. 단지 내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많고 아파트와 다르게 이웃들과도 경계 없이 지내니  벌써부터 아이가 친구를 많이 사귀었어요.”
이곳으로 이사 오지 않았으면 평생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이씨. 전원생활이 만족스러워 몇 년 뒤에는 주택을 직접 지어 살기로 남편과 얘기를 마쳤다. 
초등 3학년 아이의 학교까지는 차로 15분 내외, 남편은 서울까지 출근을 하지만 양지 IC 근방이라 고속도로를 타면 넉넉잡아 40분 내외. 출ㆍ퇴근 불편을 감수하고 전원주택을 선택해준 남편도 역시 현재 생활에 대만족이다.
지난 여름 태풍 때도 오히려 도시보다 문제없이 지나쳤다는 이곳, 공기는 분당이나 수지에 살 때와는 차원이 다르단다. 밤에 별이 쏟아져 내릴 듯 많은 것도 이곳에 와서 체험한 즐거움.
“살아보지 않으면 정말 몰라요. 공기가 맑으니 하얀 코딱지가 나올 정도에요. 밤에는 불빛보고 날아오는 곤충이 많아 최소한의 불빛만 켜 놓아요. 그래서인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잡히더라고요. 직접 키운 채소에 맑은 공기, 부지런한 생활 등 저절로 건강해지는 생활이죠.”
이 씨는 풀 뽑기가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개구리와 벗하고 아침마다 콩 새가 깨워주는 전원생활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
“마당에 거미가 정말 열심히, 아주 힘들게 집을 짓더라고요. 그 후엔 함부로 거미집을 헤집지 않게 됐어요. 같은 사물이라도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전원생활을 힘들게 보면 한없이 힘들지만 즐거움을 찾으려면 끝없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하하하”                                   
권미영 리포터                    

이은미씨네 가족의 전원주택 Tip
위치와 규모 : 용인 양지면 제일리 삼성전원마을(대지 200평에 건물 50평형)
특징 : 약 90여 채의 전원주택이 단지로 형성돼 공동 관리 됨
전세 가격 : 1억 9천 만원
관리비 : 경비비등 고정 관리비 5만원, 수도 1만원, 전기료 2만원 내외, 난방은 기름보일러로 한 달에 30만원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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