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국악인 박미옥씨
민요의 가장 큰 재미는 ‘들 박, 날 박’이라네
안산국악협회 지부장, 인재 발굴 위해 국악 교육에도 힘써
어느 해 전라남도 강진 청자도자기축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박미옥(50)씨는 축제 행사 중 하나인 노래경연대회의 노래를 들으며 ‘민요의 고장인 이곳 노래에서 민요를 부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국악인으로 씁쓸함을 느꼈다. 심사위원들이 심사 결과를 취합하는 동안 텅 빈 무대를 보고 그녀는 사회자에게 ‘국악인인데 그 사이 민요를 부르고 싶다’고 요청한다. 어수선하던 관객들은 예정에 없던 그녀의 출현에 어리둥절하다가 그녀의 ‘소리’에 고요해졌다. 애절함과 경쾌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리는 두 세 곡 이어졌고, 노래가 끝날 때 마다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한 어르신이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내 남도에서 한 세월 살았소만 이렇게 좋은 소리는 참으로 오랜만이오. 시간이 된다면 내일 우리 마을회관에서 소리를 들려줄 수 있겠소?’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그곳에 가 보니 동네의 모든 주민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정한 축제란 이런 것! 두 시간 동안 회관은 그야말로 축제의 공간이었다. 진도아리랑에 맞춰 ‘마을 회관에 달님도 많고, 네 다리 상위에는 인심도 많다’하자 한 어르신이 ‘오랫만에 들어보는 이 노래 소리, 저 하늘 어머니가 그립구나’하고 화답의 노래를 해 주었다. 관객과 함께 민요의 진정한 멋인 ‘들 박, 날 박’을 경험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무궁무진한 국악의 세계
그녀는 어릴 적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릴 적 여운이 남아서일까? 이것저것 배울 것을 찾던 30대의 그녀에게 ‘소리’가 다가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정열! 소리는 그녀를 변화 시켰다. 이 빠진 동그라미 같던 자신이 온전한 원이 되어 굴러가는 것을 느꼈다. 배우면 배울수록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것도 좋았다. 경기민요를 시작하자 판소리가 눈에 들어왔고, 판소리 후엔 사물놀이, 그리고 난타까지 무궁무진한 국악의 세계가 펼쳐졌다. 국악이란 큰 물줄기에서 경쾌한 경기민요도 맛보고, 애절한 판소리의 물줄기도 경험했다. 잔잔하지만 장단의 속도감을 즐기는 사물놀이, 쏟아지는 폭포처럼 소리의 폭이 크고 웅장한 난타...조용하게 보이던 국악은 의외로 다이나믹한 세계였다. 그녀는 ‘국악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악을 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너무 적다’고 아쉬워한다. ‘배우는 사람들은 우리 국악이 악보가 없어 어렵다고 말을 해요. 하긴 어릴 때부터 외국 음계에 익숙하니 그렇겠지요.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 소리도 박은 다 정해져 있어요. 굿거리니 세마치는 하는 것들이 그것이죠. 우리 소리는 정해진 박에서 장단을 조절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음악이다’라고 그녀는 강조한다.
시민 모두가 민요 한 두곡을 할 줄 아는 순간까지.
13년 동안 묵묵히 국악계에 담고 있던 그녀에게 작년은 인상 깊은 한 해였다. 작년 9월 그녀는 안산 국악협회 지부장이 되었다. 밝고 명랑한 그녀의 성격과 국악에 대한 열정이 안산 국악계의 발전이 힘이 되리라는 것을 믿은 회원들의 선택이었다. 길지 않은 기간에 그녀는 지부장으로 전국 청소년 국악제와 전국 경기소리. 서도소리 경창 대회, 안산 국악 한마당-타&락의 세계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4년 지부장 재임동안 그녀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전국 실버명창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안산의 25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국악이 거의 모두 개설되어 있어요. 안산은 다른 도시보다 국악의 저변확대가 잘 된 곳이에요.”
올해 21회 되는 협회 무료강습 프로그램만 봐도 안산은 ‘국악의 도시’가 맞다. 총 8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30-40명의 수강생이 몰려든다. 경기국악제 대통령상을 받은 강사를 초빙해 수업의 질을 높였다. 물론 그녀도 강사로 참여, ‘국악인재 발굴’에 동참 한다.
국악교육은 인재발굴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그녀는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 초지동과 고잔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사물놀이와 민요를 가르치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예전 남도에 갔다가 남도민요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놀랐던 것처럼 경기도에 살면서 경기민요를 모르는 시민이 많은 것이 안타깝다는 그녀는 “시민 모두가 경기민요를 한 두 곡 쭉 뽑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오늘도 북을 두드리며 ‘소리’를 한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tip-안산 국악협회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국악교실을 운영한다. 기간은 11월 첫주부터 총 8회. 장소는 월피동에 있는 청소년수련관.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는 난타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경기민요를 수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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