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걸어야겠다

이기대에서 오륙도까지 바다 바람 맞으며 걷는 길

지역내일 2010-10-01 (수정 2010-10-01 오전 9:28:01)


이기대 입구 전경


가실 것 같지 않던 더위도 어느새 한풀 꺾이고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바야흐로 가을.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가을이 그리웠던 여름을 떠나보내며 시원한 바람 맞으러 간 곳은 이기대공원 산책길.
이기대길은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가끔씩 엘지매트로시티아파트 옆 동생말 입구에서 어울림마당까지 걷다가 돌아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용호동 끝 오륙도까지 욕심을 냈다. 꽤 걷는 거리라 충분한 물과 간식은 필수다.


거북이 형상을 닮은 해녀막사


상쾌한 바람 맞으며 경쾌하게 걷는 길

이기대(二妓臺)라는 명칭은 1850년 좌수사 이형하가 편찬한 ‘동래영지(東萊營誌)’에 좌수영 남쪽으로 15리에 ''두 명의 기생(二妓)''의 무덤이 있어 이기대로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축하연을 열고 있을 때 수영의 의로운 기녀가 왜장을 술에 취하게 한 뒤 끌어안고 바다로 투신해 함께 죽은 곳으로 이기대가 아니라 의기대(義妓臺)가 올바른 명칭이라는 주장도 있으며, 당시 두 명의 기생이 함께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투신한 데서 유래된 명칭이라고도 한다.
이기대 산책로는 산을 끼고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기쁨을 선사한다. 걷는 내내 시원한 파도 소리와 나뭇가지가 바람에 서걱이는 소리, 새소리와 함께 한가로움을 만끽하기 좋다. 이기대 어울림마당까지 가는 길에서는 중간중간 구름다리를 건너고 해녀막사와 만나고 조그만 동굴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특히 공룡발자국과 예전 구리광산의 흔적도 남아 있어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자그락거리는 자갈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도 이기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6500만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발자국


눈부신 쪽빛 바다와 싱그러운 녹음을 만나는 길

전망대에서 오륙도로 가는 해안길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걷는 기분도 상쾌하거니와 푸른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걷다보면 마음은 이미 무장해제 된다.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보고 있노라면 도심이 아닌 머나먼 이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 중간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풍경은 철책이다. 이기대 공원의 자연과 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유는 1997년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군사 전략 지역으로 접근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해안산책로 조성사업을 전개하면서도 역사·교육의 장으로 보존하기 위해 해안 경계용 철책을 완전히 철거하지는 않았다. 공원에는 지금도 여전히 군사구역이 있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 종종 이기대 산책로를 찾는다는 천승태(42·남천동) 씨는 코스가 그리 힘들지 않아 좋다고 했다. “보통 전망대에서 다시 아파트 쪽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오륙도까지 걷기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이렇게 멋진 풍광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며 “다들 맛난 도시락을 싸들고 바다를 감상하며 먹는데 우리는 과자밖에 없어 조금 서럽다(?)”고 웃었다.


돌부처상이라고도 불리는 농바위


오륙도까지 짧은 산행길은 등산의 재미도 더해

오륙도로 가는 길은 이기대와 달리 폭이 좁은 곳이 많아 오가는 사람들이 기다려야할 정도다. 이렇게 좁고 경사진 길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안전대를 설치하고 나무데크길을 내어준 수고에 조용히 감사를 드리면서 걷고 또 걸었다. 날이 맑아서인지 멀리 대마도도 어렴풋이 보였다. 이기대에서 전망대까지는 대부분이 평탄한 길이라 쉬엄쉬엄 경치 감상도 하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데 반해 오륙도까지는 산길이 많아 심심함이 끼어들 틈이 없다. 짧은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보의 여유로움과 동시에 등산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오밀조밀한 숲길을 벗어나면 바로 오륙도가 눈에 들어온다. sk뷰아파트 옆으로 조성된 해맞이 공원에서 바라보면 오륙도가 마치 두개의 섬처럼 보인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섬은 나들이객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주말을 맞아 공원을 찾은 사람들 사이로 청명한 가을이 오고 있다.


오륙도 측면 모습


여유를 벗 삼아 쉬엄쉬엄 걷는 길

가을이 오면 형형색색 물든 단풍을 즐기는 등산도 좋다. 하지만 정상을 목표로 움직이다 보면 속도에 심취해 아름다움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 등산이 힘겨워 즐거운 나들이가 자칫 고단함으로 이어지는 수도 있다. 도보로 가는 길이 좋은 것은 등산에 비해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고 편안하게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등산이 성취감을 벗 삼는다면 걷기는 여유로움과 벗한다.
이제 곧 단풍 구경에 산마다 인파로 들썩거릴 때다.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도심에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찾아보자. 한 번 걸음해보면 또다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걷고픈 마음이 절로 난다.


오륙도로 가는 나무데크길

tip
용호동으로 가는 버스(20,22,27,131번)를 타고 이기대 입구에 내려 출발하거나 용호동 종점에 내려 오륙도에서 출발, 중간 지점인 전망대에서 출발하는 등 코스가 다양하다. 공원 주변으로 주차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안내도를 참고하면 편리하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사진1:이기대 입구 전경
2:거북이 형상을 닮은 해녀막사
3:6500만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발자국
4:돌부처상이라고도 불리는 농바위
5:오륙도 측면 모습
6:오륙도로 가는 나무데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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