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다. 올해로 15회째다.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가슴 뛰고 눈 감으면 즉시 공간이동신공을 발휘하게 되는 8일의 축제다.
리포터는 15년 전 그 첫 순간을 함께 했다. 1996년 9월로 기억하는 그날의 부산은 성패를 가늠할 수 없기에 불안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는 자체만으로 흥분했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였다.
그건 비단 리포터만이 아니었다. 한 공간에,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했다. 거리에 나서면 내 발이 아니어도 저절로 몸이 움직일 만큼 사람들로 빼곡했다. 그 사람 모두가 일행인 듯 낮에는 영화관에서, 밤에는 포장마차에서 혹은 바닷가에서 영화를 향한 사랑을 속삭이고 때로는 외쳤다. 설렜고 열정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유독 진하게 남아 있다. 제목부터가 마음 확 동하게 하는 <비밀과 거짓말>, 마이크 리 감독의 영화다. <비밀과 거짓말>은 같은 해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바 있다.
이 영화는 내용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제목만으로도 할 말 많게 한다. 삶에서 비밀과 거짓말은 수없이 교차한다. 각자가 고유의 의미를 가지려면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드러내야 함에도 숨기면 비밀은 거짓말과 동의어가 된다.
비밀일 것인가 거짓말일 것인가.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다. 사회에 해악을 끼칠 때만 규제되면 충분하다. 단, 비밀이고자 한다면 철저해야 한다. 그래야 거짓말도, 상처도 없다. 물론 단절은 각오해야 한다. 뭔가 숨기는 게 있으면 당당하지 못한 법이다. 그러니 이도저도 말고(매는 벌 지라도) 당당할 것인가. 작은 진리다.
그 작은 진리가 두 모녀의 만남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났던 <비밀과 거짓말>. 15년 전의 가을 그 밤은 영화가 있어 더욱 짙었다. 아마 오늘도 부산의 밤은 깊고 해운대 바다는 푸르겠지.
오는 15일 부산국제영화제는 막을 내린다. 올해 상영작은 유독 마음을 끄는 것 많았다. 그 영화들과 내내 같이 하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거짓말처럼 너를 사랑하게 됐어.” 한 여가수의 노래를 내내 흥얼거린다. 그렇다. 한 순간 ‘거짓말처럼’ 시작된 사랑이었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늘 가슴 뛰는 사랑은 ‘거짓말처럼’ 지금도 그대로다. 이 사랑만큼은 비밀도, 거짓말도 아니다. 15세 풋풋하게 자란 부산이 늘 그립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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