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씨를 만나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정엄마’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세상사에 지친 딸이 비스듬히 어깨를 기대고 눈을 맞출 수 있는 사람. 그 딸의 말을 하염없이 들어줄 수 있는 사람. 때로는 눈물도 닦아주며 안아줄 수 있는 사람. 알 수 없는 그 아우라(Aura:광채)는 세상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김진(53)씨만의 장점이다. 김진씨는 여자를 잘 안다. 여자를 ‘안다’는 것은 많이 접해보았고, 들어보았고, 느껴보았다는 뜻이다. 조용히 아이 둘을 키우다 마흔에 사회복지사로 사회에 다시 걸음을 들였을 때만 해도 여기, 지금 이 자리까지 올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의 표현을 빌면 ‘모든 것은 뜻하지 않게, 하지만 뜻한 대로’ 이루어져왔다. 세상 모든 꿈은 모호하지만 물결치듯 실현되는 법이다.
가정폭력상담소에서 하루 7~8명의 상담을 진행한 적도 있다. 힘든 여성들의 흐느끼는 아픔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들었고, 공감한 적도 많다.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으로 일하면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에도 솔선했다. 지금 그는 여성들의 직업을 상담해주는 직업상담전문가이자, 아이들과 여성들의 진로를 상담해주는 진로상담컨설턴트다. 바쁘지만 행복해보이고, 움직이지만 깊숙한 뿌리를 둔 사람. 그의 뒤에는 삶을 지탱하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도 같다. 지천명이라 했던가. 오십이 되던 그 해에 김진씨는 가족들에게 ‘희년(喜年)’을 선포했다. 기쁠 희(喜)자에, 해 년(年)자다. 그만의 희년선포식은 오십이 되면서 1살씩 다시 산다는 각오였다. 그가 여성들을 만날 때, ‘1년에 한줄 이상 이력서 채우기’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여성 스스로가 희년을 가꾸어 가자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김진씨가 생각하는 ‘여성과 일’에 대한 관점은 남다르다. 여성들의 취업과정에는 반드시 ‘정서적인 지원’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마다 마음의 상처 하나씩 안고 살아가지 않는 이들이 누가 없겠냐마는,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마음의 치유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정서적인 정리’는 여성의 진로와 가정을 더욱 뚜렷하게 제시해주게 되고, 나아가 아이들의 직업과 진로선택, 사회 전체의 조화로운 구성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진로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고리에서 비롯되었다.
“직업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은 일을 해야 합니다. 여성에게도 사회에 대한 면역력이 필요하고, 스스로에게 내적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일을 하는 게 좋습니다.” 김진씨만의 ‘Vision for-GHNM(God(신).Home(가정).Next Generation(자라날 아이들).Me(나))’은 그의 내적동기를 잘 설명해준다. 최근에 그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첨단,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과 친구하고 싶고, 더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싶고, 더 좋은 정보를 나누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람사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갈고 닦아 상대방과 함께 커가는 거죠...”
햇살 환한 어느 가을날의... 따뜻한 인터뷰였다.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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