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시니어가 사는법

분당 검프마라톤 동호회 유병복 회장

지역내일 2010-09-27 (수정 2010-09-27 오후 5:51:15)

내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  

검게 그을린 얼굴에 적당히 붙은 근육, 다부진 체구에서 느껴지는 건강미. 분당 검프 마라톤 동호회 유병복(58·정자동)회장에게서 느껴진 첫 인상이었다.
예순을 목전에 둔 나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동안 외모와 잘 다듬어진 몸매는 초콜릿 근육이 부럽지 않을 만큼 강단지다.
마라톤은 우연처럼 시작했지만 올해로 8년차,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는 그의 행복한 마라톤 여정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친구 따라 마라톤을 시작하다
때는 2002년, 반듯한 모범생의 길을 걸어온 친구와 골프를 즐기다 유난히 다리를 절룩대는  모습에 신경이 쓰여 이유를 묻게 된다. 전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다리 근육이 뭉쳤다는 친구의 말은 적잖은 충격이자 묘한 질투심을 유발했다.
“평생 샌님처럼 살아온 친구가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니, ‘나라고 못할 게 없지 않은가’ 싶어 그날로 당장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마라톤이 지금껏 8년 동안 이어지고 있네요.”
친구에게 느낀 경쟁심이 그를 마라톤으로 이끌게 된 계기라지만 젊어서부터 조깅과 등산, 운동을 즐기던 기초적인 체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99년부터 만들어진 분당의 검프 마라톤 동호회는 성남을 대표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마라톤 클럽. 풀코스를 완주한 정회원만 180여명, 가끔씩 들르는 회원까지 합하면 웬만한 마라토너들은 한 번씩 거쳐 갔을 만큼 유서가 깊은 동호회다.
이런 동호회에서 중책을 맡고 있어 유병복 회장은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마무리 되는 일과를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작년 말 운영하던 회사를 접고 순수한 자연인으로 돌아간 이즈음에 마라톤은 그가 만날 수 있는 좋은 벗이자 동료, 그리고 일상의 무게를 덜어주는 출구가 되고 있다.

두 다리만 있으면 사하라 사막도 문제없어
‘마라톤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위한 기초다.’ 누구는 술을 오래 먹기 위해, 누구는 건강해 지지 위해 마라톤을 한다지만 유 회장에게 마라톤은 극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베이스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동안 그가 도전한 극한 스포츠는 국내외를 넘나들 만큼 화려하다.
수영 1.5km와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 등으로 구성된 올림픽 정식 종목인 철인삼종 코스를 지난 5월 가볍게 완주한 정도는 기본이다. 2006년에는 250km에 달하는 사하라 사막 종단에 참여, 생수와 극기라는 채찍만으로 무사히 성공하기에 이른다.
지리산을 무대로 한 ‘태극종주’에서는 90km에 달하는 거리를 38시간 안에, 그것도 무박코스로 참여해 역시나 완주를 하기도 했다. 한참을 듣다 보니 왜 그렇게 혹독하게 자신을 괴롭(?)히는지 도무지 궁금할 따름.
“마라톤을 하다보면 기본적으로 다져진 체력이 있기 때문에 자꾸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즐기게 됩니다. 한 고개 한 고개를 넘으면서 극한을 넘었다는 쾌감도 있고요. 그렇게 좀더 센 자극을 자꾸만 원하게 되는 거죠. 일종의 중독이랄 수 있겠네요.”
본능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 러닝머신 5km가 최대 장거리 완주였던 리포터의 입장에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80까지 팔팔하게 살기 위해 달리기는 멈추지 않는다
사실 마라톤은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고들 한다. 주변에서는 ‘무릎 망가진다’며 그만 하라는 당부도 많다. 매일 땀으로 젖어오는 운동복도 이제는 손수 빨아야 할 만큼 집에서의 대우도 고만고만하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마라톤이 외로운 운동이라고들 하지만 동호회원들과 함께 뛰다보니 운동으로 다져진 동료애는 무엇보다 강해요. 연습도 같이 하고 국내외 경기가 열리면 대회 준비에 맞춰 강도 높은 훈련도 함께 하다 보니 끈끈한 연대감이 생기죠.”
하지만 무엇보다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은 자신감과 연결된다고 말하는 유 회장. 사 접고 오라는 곳도, 반겨주는 곳도, 집에서의 환대도 없어 허전한 그에게 마라톤은 제일 큰 위안이자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창구라는 것.
“요즘은 나이가 드니 체력이 젊은 사람들에게 딸리는 건 느껴요. 하지만 제 또래의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제가 우위죠. 하하하”
운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영양제나 보약 한 채 없이 아직까진 밥 힘만으로 달리기와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크게 아팠던 기억도 그 흔한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도 남의 일이란다.
“80이 돼서도 팔팔하게 살기 위해 70까지는 달리고 싶어요. 다만 이제는 강도를 조금씩 조절해 재미나게 즐기면서 해야죠. 나이 들어 약 기운을 빌려 사는 것에 비하면 이렇게 건강하게 체력을 유지하는 게 좋잖아요.”
마라톤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힘이 안 들고 편안해 지며 무아지경에 이르는 ‘런 하이’(run-high)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몸에서 엔돌핀이 나오는 때라는 것.
유병복 회장에게 런 하이는 아마도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현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의 얼굴은 엔돌핀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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