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공신을 찾아서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전혜은

지역내일 2010-09-14
 꿈을 디자인 하면 공부가 즐거워져요
특성화고에서 한양대 공대 진학, 이대 건대 아리조나주립대 등 동시 합격

특성화 고교인 양영디지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전혜은씨. 이제 대학 1학년인 그는 어려서부터 꿈꾸던 공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요즘 참 행복하다. 한양대를 선택했지만 그는 사실 이화여대, 건국대 그리고 미국의 아리조나주립대에서 동시에 합격증을 받아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자신이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단다.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희망의 모델이 되고 싶다는 그의 공부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공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환한 양영디지털고 과감한 선택 
“중학교 성적요? 반에서 10등에서 15등정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다니던 서현중학교는 워낙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때문에 공부로는 정말 튀지 않는 학생이었죠.”
분당의 최상위권 중학생들은 특목고를 준비하지만 중상위권 학생들은 일반고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전 씨는 달랐다. 공고에서 이제 막 특성화고로 전환된 양영디지털고를 선택한 것.
“서현중학교에서 단 2명만 양영디고에 진학했어요. 주변 친구들도 깜짝 놀랐죠.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놀기 좋아했고 컴퓨터관련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때마침 양영디고 학교 설명회를 듣고 나니 정말 나한테 딱 맞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고에 진학하는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엄마의 힘이 정말 컸다고 전 씨는 말한다. 

내신 1등급이지만 수학은 문과 중위권 수준이라는 진단
고등학교 진학 후 전 씨의 성적은 늘 1등급을 유지했다. 수시전형 등을 생각했을 때 절대적으로 내신에서 유리했다. 하지만 내신 1등급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서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
“고2 여름방학때 수학학원을 찾았는데 제 실력이 인문계 중하위권 수준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왔어요. 수학만을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충격이었죠. 공대 지망생이 수학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잖아요. 학교성적만으로 만족했던 탓이었어요.”
그때부터 전 씨는 문·이과 수학을 함께 들으며 수학 공부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절박한 만큼 좌절감도 컸다. 수학만은 놓칠 수 없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는 3학년에 들어서면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수학 때문에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이렇게 벽이 높은 줄 몰랐거든요. 고3 첫 모의고사 3등급을 받고 난 후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후 2~3등급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죠.” 

iBT토플 집중 공부로 미국대학과 국내대학 뚫어
어려서부터 꾸준히 영어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기에 전 씨에겐 영어도 큰 벽이었다. 그저 학교시험을 위한 교과서 공부만 했을 뿐이었다. 막상 수능 수준의 영어를 공부하려니 막연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학원을 제대로 다닌 것은 2년 정도 밖에 안됐는데 진학당시 토플 87점을 받았어요. 토플을 공부하니 수능영어가 쉬워지더군요. 운이 좋게도 영어 선생님을 정말 잘 만났어요.”
이 성적으로 미국의 아리조나주립대에 당당히 합격증을 받아냈고, 수능에서 외국어영역 2등급을 받았다. 물론 학교의 도움도 컸다. 양영디고에서 해외대학 진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학반에서 집중지도를 받았던 것.
“초중학교때 친구들이 어학원에 다닐 때 저는 미국드라마 즉 ''미드''에 푹 빠져있었어요. 만화나 영화 같은 것도 자막 없이 보는 것을 즐겼는데 그 때 영어에 대한 ‘감’이 생겼던 것일까요?”

특성화고 학생 공대 진학에 유리, 전략있다면 진학할 만
전 씨는 “공부할 마음만 있다면 일반고에 비해 특성화고가 혜택이 많은 편”이라며 “특히 공과대학 진학을 생각한다면 더욱 유리하다”고 말한다. 우선 내신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과 대입에서 별도의 전문계고 전형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특성화고의 특성상 공부하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솔직히 공부분위기는 아니죠. 하지만 진로나 목표가 뚜렷한 학생들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일반고생보다 대학 진학에 유리합니다.”
무엇보다 특성화고의 장점은 빠른 진로설정으로 기술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관련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입학사정관전형이나 해외대학 진학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전 씨의 조언.
"저는 네트웍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CCNA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미국의 기업에서 주관하는 시험이지만 우리 학생들이 취득하기 쉬워요. 이 자격증이 있으면 입시나 관련 진로에 많이 도움이 된답니다."

공부를 잘 하거나 못 하거나 한결같은 신뢰보내신 부모님
‘난 한양대 갈거야.’ 공학도가 꿈이었던 전 씨가 어려서부터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공학도였던 아버지의 영향이었다고. 남의 눈이나 주변의 편견을 의식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전 씨의 성격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제가 양영디고 2기에요. 입학당시 사람들은 아직 공고로 불렀고, 우리가 직접 교복을 선택했을 만큼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죠. 지금은 편견어린 시선이 많이 없어졌고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재학 당시 불편했던 적이 많았어요.”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대해 묻자, ''네가 하고 싶은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지지한다''는 부모님을 둔 덕분이라고 전 씨는 말한다.
“부모님은 제가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늘 한결같이 절 믿으셨어요. 저의 선택을 존중해주셨고 이후 모든 서포트와 입시 컨설팅까지도 직접 해주셨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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