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달인이요? 그냥 수다쟁이에요”
사회가 복잡하고 다원화 될수록 이처럼 우리 삶과 연관된 논란거리가 많은 법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우리의 교육도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지닌 리더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구술과 논술능력이 중요시 되고 있다. 지역사회나 전국단위 청소년 대상 토론대회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 2009년 용인시 주최 중학생 토론대회 준우승을 거머쥐었고 각종 교내 토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도맡아하는 이도은 양은 신릉중학교의 ‘토론의 달인’이라고 불린다. 어떻게 하면 이 양처럼 토론을 잘할 수 있을까?
찬반양론 근거 철저히 준비해야 승산있어
“‘용역업체에게 학교 청소를 맡겨야 하는가?’ 이것이 용인시 주최 토론대회 주제였어요. 추첨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데 저는 반대 입장에서 논리를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자신의 의견과는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할 줄도 알아야 해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거든요. 때문에 찬성 입장뿐만 아니라 반대 입장에 대한 정보도 훤히 꿰고 있어야 해요.”
논술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다는 이 양은 이제 겨우 중3임에도 불구하고 토론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보통 토론은 승자나 패자가 없이 끝나게 되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토론대회는 다르다는 것이 이 양의 설명이다.
“심사위원과 판정단도 있는 토론대회는 토론의 규칙을 지키며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논증해야 하는 논리게임 같은 것이죠. 철저하게 준비하되 즐기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자칫 너무 긴장해 말을 더듬으면 시작부터 주눅 들기 일쑤거든요.”
상대방 주장에 허점을 찾아 반격기회 잡아야
토론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상대방 의견에 허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이 양은 설명한다. 그래서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습관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것.
“토론을 하다보면 보통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급급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상대방의 의견에 허점을 찾아내야 반론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그래야 토론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데 말이죠. 토론에서는 주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상대방 의견에 대한 반박이기 때문이죠.”
또 내 의견에 언제든지 반론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 이 양의 설명이다. 그 준비는 결국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배경지식과 이를 필요한 상황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응용능력이라는 것.
영어발음 극복 위해 지식과 논리로 무장
이 양의 이런 토론 능력은 학원에서 하는 영어토론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영어를 잘하게 된 계기도 영어로 토론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대형 영어학원에 다녔는데 토론수업은 물론 토론대회도 많았어요. 문제는 저만 빼고 토론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모두 해외거주 경험자라는 것이었어요. 제 영어발음에 아이들은 킥킥거리기 일쑤였죠.”
창피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들을 이길 방법은 지식과 논리로 무장하는 것 밖에 없다고 이 양은 생각했다. 더 많은 자료를 준비했고 훈련했다.
“그리고 외국인만 보면 말을 걸었어요. 제가 하도 말을 자주 거니까 학원의 원어민 선생님과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선생님은 훌륭한 토론 파트너가 되어주셨죠. 사소한 일상을 소재로 시작해 북핵이나, 독도문제까지 토론했으니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독서광
이 양이 어려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칭찬은 ‘글쓰기와 독서’였다. 학교에서는 ‘글 잘 쓰는 아이’로 소문날 정도였다고.
“스스로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글쓰기에 소질있다는 어른들의 칭찬이 정말 좋았어요. 그때부터 글쓰기와 책읽기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아요. 평균 일주일에 5~6권이 이상을 꼭 읽었죠. 학교가 끝나면 동네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으니까요.”
이 양은 토론을 잘하게 된 것은 6학년 시절 즐거운 책읽기와 자유로운 표현의 경험에 풍덩 빠져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원에 가는 대신 단짝 친구와 도서관을 함께 다니며 책 내용에 대해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었던 이 시기가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
“솔직히 지금은 입시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그 때에 비하면 형편없죠. 과제 등에 필요한 책을 겨우 읽는 정도랄까요. 고등학교 입시가 마무리되면 찜해두었던 책들 원없이 읽으려구요.”
책이 내게 주는 것은 절망을 이기는 힘
지금은 내신 1등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최상위권이지만 사춘기병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중2 병’을 이 양도 앓았었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진로에 대한 회의도 밀려 왔었다.
당시 나태와 절망에서 자신을 구한 것은 바로 한 권의 책이라고 이 양은 말한다. 바로 반기문 유엔 총장이 쓴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였다.
“예전에 한번 읽었던 책이에요. 책장에 무심히 꽂혀있던 책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어요. 같은 책이었지만 처음과는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어요.”
국제회의 전문가라는 꿈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평소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 양은 국제회의전문가가 되어 독도문제 국제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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