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댕이골 천년꽃게장
“밥맛 돋구어주는 맛있는 꽃게장 드세요~”
시어머니 요리비법 전수한 며느리가 만드는 ‘천년꽃게장’
다양한 전통음식점이 모여있는 댕이골에 새로운 맛집이 생겼다. 밥도둑이란 별명을 가진 ‘간장게장’이 유난히 맛있는 집, 바로 ‘천년꽃게장’이다.
천년꽃게장은 중간유통과정 없이 생산자에게 직접 꽃게를 사서 조리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품질좋은 게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사장이 수협중매인이라 꽃게철에 인천연안부두에서 품질 좋은 물건만을 경매 받아와 만든 꽃게장을 거품없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정성 가득 들어가는 간장게장
며칠 전에는 요즘 일이 안돼 기분이 우울하고 밥맛도 없다는 친구와 함께 천년꽃게장에 갔다. ‘오백년꽃게장’ 정식을 시키니 주홍색 알이 얹힌 탐스런 간장게장과 기름이 자르르 흐르며 깔끔하게 구워진 고등어가 보기도 좋게 차려져 나온다.
들깨미역국에 보쌈, 양념게장... 다른 반찬들도 많지만 메인 반찬인 간장게장과 고등어가 우리 눈길을 사로잡는다. 봄철에 냉동해둔 알배기 암케를 해동해 간장에 절여 4~5일 숙성시킨 이집 간장게장은 게살이 투명한 게 무척 신선함이 느껴진다. 간장도 맑고 맛이 짜지 않아 지나친 염분섭취를 걱정하지 않고 먹을 만하다. 간장게장으로 조리된 게의 살은 쫀득하며 게 자체에서 나온 노오란 게장의 쌉싸름하면서 특유한 향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김에 밥과 알백이 간장게장, 얇게 채 썰린 양파를 얹어 먹는데 이 맛이 또 별미다.
맛있는 게장을 만드는 일은 무척 까다롭다. 우선 게를 손질하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다. 게장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7~8번은 손이 간다. 껍질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고, 모래주머니와 허파를 떼 내고, 숙성되기까지 세 번이나 간장을 끓이고 식혀 붓고, 상에 낼 때는 게를 먹기 좋도록 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게장을 직접 담그다보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맛이 너무 짜거나 물러지거나 색이 검어지거나 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간장게장이 고급요리에 속하는 것은 그만큼 세세한 정성과 비법이 들어가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살 많고 고소한 고등어구이
“간장게장의 최고봉은 역시 등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거야.”
게살을 먹고 등 딱지에다 밥을 비벼 먹는 친구의 표정이 밝아진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밥을 먹으니 우울증이 가시고 희망과 용기가 나는 모양이다. 개업한지 3개월째인 천년꽃게장에서 식사를 한 사람 중에 밥을 4공기나 먹은 남자손님도 있다고 하니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이 집에서 게장정식을 먹는다고 간장게장 이야기만 한다면 고등어구이가 섭섭해 할 거 같다. 꽃게장정식인데 마치 고등어구이 정식이라 해도 될 정도로 탐스럽게 잘 구워진 고등어구이가 나온다. 그릴에 잘 익혀 검게 탄 부분없이 기름이 자르르 흐르며 윤기가 나는 고등어는 껍질부터 살까지 남김없이 먹게 할 정도로 맛있다.
이집에서 쓰는 고등어는 제주도 인근 추자도에서 잡힌 고등어라고 한다. 찬바람 불고 고등어가 맛있어지는 계절에 잡아 저장했다가 그때그때 간 작업을 해서 그릴에 구워 식탁에 낸다는 이 고등어는 자기 기름으로 살을 익힌 터라 두터운 속살까지도 텁텁하지 않고 고소한게 단맛이 돈다. 크기가 작고 소금이 지나쳐서 짠 싸구려 간 고등어와는 차원이 다르다.
반찬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꽃게장 전문집이라서 식탁은 꽃게 풍년이다. 게 다리가 들어간 된장국물은 된장맛보다 게의 시원한 맛이 강하고 고춧가루에 버무려진 양념게장은 한 입 먹으면 정신이 확 들 정도로 기분이 전환된다. 양념게장은 가을철에 맛있는 수케를 냉동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해동해 양념을 한다고 한다. 들깨향이 나는 미역국도 맛있다. 전체적으로 반찬이 짜지 않다.
천년꽃게장의 요리를 전담하는 홍주연씨는 이집 사장의 부인이다. 재미있는 것은 부부 둘 다 음식점을 하는 집안끼리 만났다는 것이다. 남편 집은 인천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하고 있고, 아내 홍주연씨 친정도 강원도 원주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손맛을 타고난 홍주연씨는 인천으로 시집 와 시어머니로부터 비장의 꽃게요리법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천년꽃게장집의 메뉴는 꽃게장정식 3종류(1만2000원~2만원)와 보쌈 간고등어 양념게장이 나오는 천년밥상(9000원) 외에 한방보쌈(1만2000원)등이 있다. 또 맛있는 간장게장과 간고등어는 포장판매도 하고 있어 가정에서 특별식으로 먹거나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천년꽃게장 031-438-5409)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