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청소년 자원봉사-안곡고 코코봉사단

지역내일 2010-10-12

힘들지만 재미있는 봉사의 맛 알아가요

 곡고등학교(교장 한상익) 코코봉사단은 2009년에 발대식을 치른 2년차 봉사단이다. 그러나 안곡고의 어떤 동아리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정원 20명에 올해 경쟁률이 10:1이었으니 짐작할 만하다. 지난 2일 토요일 오후, 일산동구 설문동 노인요양시설 안나의 집으로 봉사활동을 나선 코코봉사단을 만났다.

치매, 중풍 앓고 있는 어르신 찾아가는 청소년들
 물류창고가 들어선 골목을 지나가면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작은 마을에 안나의 집이 있다. 안나의 집은 노인요양시설로 치매, 중풍과 같이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찾는 곳이다. 2010년 10월 현재 70~80대 어르신 2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안나의 집에서는 날마다 웃음, 미술, 음악, 물리치료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코코봉사단원들이다.
 코코봉사단은 한 달에 한번 재량 시간이면 어김없이 안나의 집을 찾는다. 처음에는 학생들과 어르신이 1:1 결연을 맺어 안마와 말벗을 해드렸다. 그러다 모두 알게 되면서 전체적인 활동으로 바꾸었다. 달마다 생일파티와 공연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동요와 트로트를 부른다. 어설픈 공연이라도 어르신들은 즐거워하며 모처럼 활짝 웃는다.
 "이들이 갈수록 성실하게 활동해서 좋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죠. 크게 대단한 활동이 아니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김지영 지도교사의 말이다. 안나의 집 송선화 총무는 학생들의 활동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칭찬했다.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세요. 자녀들이 자주 찾아오기 어렵고요. 손녀 같고 손자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학생들의 활동이 작은 것 같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답니다.”
  총무는 학생들을 좋아하고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기특해요. 접근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살갑게 대하니까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시죠.”

봉사의 맛 알려준 코코봉사단
 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신지원 양은 코코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처음 오던 날,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되고 두려움도 컸어요. 그런데 저희를 보고 즐거워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친손녀처럼 대하는 할머니, 미흡한 장기자랑을 보고 즐거워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신 양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안마를 해드릴 대도 저희 손이 아플까 봐 그만하라고 하면서 챙겨주세요.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는 발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아요.”
신 양은 봉사하는 날이 다가오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1학년 한승미 양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봉사활동을 했다. 한 양은 “그때는 그저 시간 채우기 급급했다”고 고백했다. 고등학생이 된 다음 어느 날 뉴스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가족도 아닌 사람들을 위해 나서서 일하는 그들의 모습이 한 양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코코봉사단에 가입하게 되었다. 한 양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럿이 힘을 모아 하는 일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1학년 이지아 양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코코봉사단에 지원했다. 경쟁이 치열해서 걱정했는데 자신을 선택해 주어 기쁜 마음에 더 열심히 활동한다고 말했다.
“오늘은 뜻 깊은 날이에요. 한 할아버지가 전에 왔던 학생이라고 저를 알아보셨거든요.”
비록 결연을 맺은 할머니는 이 양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다른 분이라도 자신을 기억하고 인사해준 것이 기뻤단다.
코코봉사단은 고양시 차 없는 날 행사에도 참여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도우미로 방향을 안내하고 질서 유지를 돕는 일이었다. 학생들은 그 날을 이야기 하며 “힘들지만 재밌었다”고 말했다.
북적북적 마당을 채우고 서있던 스무 명의 학생들이 빠져 나가자 안나의 집에는 다시 적막이 흘렀다. 어르신들은 한 달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힘들지만 재미있는 봉사의 맛’을 알아가는 학생들이 웃으며 마당에 들어설 날을.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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