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자박자박 가을 여행 떠나볼까

지역내일 2010-10-11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다. 따가운 햇살과 후덥지근한 바람은 찬란한 태양, 높은 하늘에 바톤 터치 후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는 펼쳐진 파란 세상. 그렇다. 가을인 게다. 여름이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가을이 더 반가운가 보다.
이제야 가슴 가득 숨 들이마시며 어디든 오가고 싶어진다. 슬슬 눈길 가는 곳도 바로 앞이 아니라 조금은 멀리 떨어진 저기 어디쯤. 파란 하늘 펼쳐진 곳을 마냥 따라 걷고도 싶다.
이럴 때 설렁설렁 가을 만나러 갈 만한 곳 어디 없을까. 굳이 거창하게 바리바리 싸들고 떠나는 여행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다. 그런 곳이라면 이 가을이 더욱 깊어지겠다.
김나영, 이경민 리포터 leepig209@hanmail.net

■ 버스를 타고 가을 속으로 들어가다
? 가을을 사진과 가슴 속에 ‘공세리 성당’ -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공세리 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영화, 드라마, CF 등에 자주 소개되었다. 드라마 <모래시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배경이 바로 이곳. 최근의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도 이곳을 담았다. 사진촬영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즈넉하다. 그리고 성당 특유의 편안함이 가을에 유독 어울린다. 누구의 방해 받지 않고 조용히 다녀올 만한 곳으로 추천. 깊은 가을을 사진에도, 가슴에도 가득 담을 수 있다. 해질녘까지 머물면 풍경은 아예 가슴에 새겨진다.(041-533-8181. http://gongseri.yesumam.org)버스 편 : 온양온천역에서 600번, 601번. 천안아산역에서 200번

? 전통을 거닐다 ‘외암민속마을’ -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옥 가옥들 옹기종기 모인 곳이다, 모형이 아니라 실제 누군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 삶의 모습이 더 생생하다. 그 풍경이 가을 파란 하늘과 참 잘 어울린다. 한옥의 풍경 어린 마을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면 깊은 가을, 파란 하늘과 전통의 공간과 내가 하나 되어 풍요롭다. 살짜기 문 열어 사는 모습도 엿볼 수 있지만 불편함 느끼게 하는 행동은 알아서 멈출 것. 특히 오는 10일까지는 짚풀문화제가 열려 국악공연, 각종 행사, 추수 풍경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리포터의 추천은 번잡한 축제 한 중간이나 주말과 휴일보다는 사람들 발길 뜸한 평일. 외로워야 가을이다.(041-541-0848. www.oeammaul.co.kr) 버스 편 : 온양온천역에서 100~141번.

? 가을 들꽃의 속삼임 식물원 ‘들꽃세상’ - 홍융표 원장이 조성하고 가꾸는 식물원. 개인이 조성한 식물원임에도 온갖 들꽃 천지다. 가득한 들꽃은 가을에 더 예쁘다. 반가운 것은 이 공간을 무료로 개방한다는 것. 들꽃의 아름다움을 모두에게 보이려 누구나 환영이다. 하지만 개인이 조성했다고 해서, 무료라고 해서 허투루가 아니다. 이것저것 보며, 사진에 담으며 좋은 곳 보고만 나가는 것이 미안할 만큼이다. 흥타령축제 기간에는 축제 장소에서 야생화를 전시 중이다. 그 기간만 피하면 언제든 ‘들꽃세상’은 열린다. 이달 중순이면 최상의 아름다움 자랑할 구절초, 국화 등을 볼 수 있다니 설렌다. ‘들꽃세상’은 버스로 한참을 달려 종점에 다다라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의 조바심만 없다면 가는 길가 풍경에도 듬뿍 담긴 가을을 찾아낼 수 있다. 역시, 바삐 쫓기면 가을을 만날 수 없다.(041-554-8673. 011-446-8673) 
버스 편 : 천안터미널 앞에서 531번. 하루 6번 운행.

■ 기차타고 잠깐, 산행의 즐거움을 맛보다
고대유적을 품은 익산의 명산 ‘미륵산’

전북 익산의 미륵산. 430m의 낮은 산이지만 봉우리가 사자 형상을 하고 있어 ‘사자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익산평야를 내려다보며 당당한 자태로 솟아 있는 미륵산은 익산 시내에서 가까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으며, 유명한 미륵사지가 있어 익산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산이다. 또 용화산, 천호산과 이어지며 금강과 만경강을 가르는 실질적인 ‘금남정맥’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사복사복 걸어 오르는 여유
익산역에서 택시로 20분 정도 가면 다듬재에 도착한다. 다듬재로 향하는 길목엔 공수부대 훈련장 옆을  지나는데 금세라도 완전무장한 검은 베레의 군인들이 뛰쳐나올 것 같은 분위기. 그와는 대조적으로 금마저수지는 무척 평화스럽고 예쁘다. 다듬재를 지나면 미륵산 등산로 정비계획을 알리는 표지판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약간은 싱거운 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미륵산성이 나오는데, 고조선의 왕 기준이 쌓았다 하여 기준성이라고 불린다. 성벽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미륵산 정상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우제봉이다.  우제봉 방향으로 길을 잡아 산성위로 오르면 건너편 용화산과 산북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큼한 바람이 와락 안겨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잠깐의 산행이 묘미를 보태주는 정상
미륵산은 ‘잠깐 올라오기에는 운동이 되는 산’이다. 우제봉에서 10분 더 오르면 미륵산 정상과 만난다. 넓은 평지에 동서남북 막힌 곳이 없어 이쪽저쪽을 오가며 주변 조망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서쪽으로는 익산시의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고, 평야 위로 덮인 엷은 안개 속에서 함라산 줄기가 솟아올라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
동남 방향에서는 뚜렷한 한반도 모양의 금마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정상에서 지휘를 하며 한반도 모양 만들기 공사를 한 것처럼 지도와 꼭 닮아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하산하는 길 중간에는 사자사(師子寺)가 있는데, 절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그냥 내려가려는 사람들을 붙잡아 자연스럽게 사자사로 안내한다. 사자사 능선 오른쪽으로는 미륵사지와 동탑, 보수중인 서탑이 보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옛 절터답게 그 터가 축구장만 하다. 미륵사지의 창건 설화와 연관된 서동요를 빠뜨릴 수 없다.
미륵산 산행 길잡이 : 다듬재-미륵산성-우제봉-미륵산 정상-사자암-삼거리-미륵사지 유물전시관(약 2시간 소요)
기차 정보 : 천안역 출발 새마을호(1시간 30분 소요), 무궁화호(2시간 소요). 천안아산역 출발(1시간 1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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