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술센터 만드는 게 꿈이죠”

간판쟁이 이호준 대표

지역내일 2010-10-10

“‘꿈은 이루어진다’, 제가 신앙처럼 믿고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장애인기술센터를 세우려는 제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또 믿고 있습니다.
간판쟁이 이호준(50) 대표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다. 
이 대표는 장애인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명한 간판제작자가 됐다. 장애를 비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온 그의 태도 덕분이다. 그가 청각에 이상이 생긴 것은 다섯 살 되던 해. 홍역에 걸려 일주일을 고열로 시달린 후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얻는 장애지만 그래도 그는 밝게 자랐다. 동네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고, 또래 아이들보다 영리해 한글 뿐 아니라 덧셈뺄셈도 척척 해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보고 “귀머거리만 아이었으면 한 자리 할 녀석”이라고 혀를 찼다. 초등학교에 입학 할 나이가 되자 사람들은 장애인이니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이런 얘기에 좌절할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특수학교 대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일반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대전공전(지금의 한밭대) 전자과에 입학했다. 강의 내용을 적은 프린트를 달달 외우며 공부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장애가 결코 내 삶에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일반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그의 생각처럼 녹녹하지만은 않았다. 놀림 무시 따돌림은 학교생활의 일부였다. 취직도 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제출해 보았지만 장애인이란 이유로 아무데서도 그를 채용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배우게 된 기술이 지금의 간판 제작하는 일이다.
“처음 간판 일을 배우기 시작할 때 너무 행복했어요.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이 장애인이란 편견 없이 저를 대해 주었고, 내가 만든 간판을 보고 솜씨가 좋다는 칭찬을 많이 해 준 덕분이죠. 간판 만드는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솜씨 좋은 간판쟁이로 소문이 나면서 아예 ‘간판쟁이’란 상호로 가게를 열었다. 일하는 동료들도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이들을 택했다. 간판에 대한 초보지식조차 없는 이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주며 전문 간판쟁이로 양성했다. 이들의 얘기가 미담으로 전해지며 일을 주겠다는 이들도 생겨났다. 
여전히 사회적 편견 탓에 속상할 때가 많다. 경쟁업체 중에는 견적을 받아 간 사람들에게 접근해 장애인보다 더 저렴하게 만들어주겠다며 주문을 취소하게 만드는 일이 종종 있다. 장애 탓에 다른 업체들보다 정보가 늦어 일할 기회를 많이 놓친다는 점도 그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고 자신의 꿈을 키워온 덕분에, 그는 지금 꽤 소문난 간판쟁이가 될 수 있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부족하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항상 성실하다는 점과 집중력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장점들을 살려 이들을 집중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장애인기술센터를 설립해 사회에서 제 몫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육성하고 싶습니다.” 그의 믿음처럼,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문의 : 010-4124-1213


유혜련 리포터 yoo25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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