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특집-우리, 다문화로 하나 될 때 ②다문화친구와의 우정 만들기

“오색으로 묶인 우리, 함께라서 즐거워요~”

지역내일 2010-10-07 (수정 2010-10-07 오후 10:19:38)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은 때론 왠지 모를 편견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그렇다. 하지만, 직접 그들과 만나 마음을 나눠본 사람들은 다른 모양이다. 친구는 친구일 뿐, 전혀 특별할 것도,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문화와 우정을 함께 나누며, ‘다문화=하나’라는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담아봤다.


순수한 우리의 우정을 소개합니다~ - 우리는 오색다문화공동체! 
  

 때마침 비가 내렸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함께 어울려 놀려던 계획이 바뀌면서 유미 엄마의 손길이 바빠졌다. 중국식 물만두에 월병, 양갱 같이 생긴 새콤한 간식까지 색다른 먹을거리가 한상 차려졌다.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만두소로 셀러리랑 날배추 다진 게 들어가는데, 작년에 다문화 음식 나누기 할 때 유미네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꽤 좋았어요.” 유미엄마는 반 아이들이 러시아 빵, 일본 주먹밥 등 다른 다문화 가정이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껏 즐거워했었다고 덧붙였다. 유미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 내 오색다문화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 담임선생님에게 오색다문화공동체 제안을 받고, 올해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는 다영이엄마는 “평소 반모임 등을 통해 유미엄마를 잘 알고 있었지만, 중국인 인지는 전혀 몰랐다”며 “오히려 사투리를 써서 그런지 내가 더 외국인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농담을 던졌다. 왠지 다문화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졌는데 우리 가까이에서 이렇게 함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효성초등학교 3학년인 유미와 다영이는 “서로서로 더욱 친해져서 좋다”는 말로 그간의 즐거움을 대신 한다. 서로를 더욱 챙기게 되고, 학교 밖에서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다영이는 특별히 유미를 다문화가정 아이라고 생각하지도, 유미는 자신이 다른 가정과 다르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인 것 같다”는 다영이엄마는 “괜히 제가 옆에서 유미한테 중국어 하나라도 더 배우라고 부추기는 편”이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어른도, 아이도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나누는 것이 진정한 공동체
 다문화가정 아이+엄마, 한국인가정 아이+엄마, 담임선생님이 오색다문화공동체로 하나가 됐다. 각각 다른 색을 가진 5명이 교육주체가 되어 함께 나누고, 체험하고 봉사활동도 한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상호멘토링도 하고, 평소엔 안부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은 굳이 잘 지내고 있는데 드러낼 필요가 있나 싶어 처음엔 원하지 않으시더라고요. 하지만,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마음을 조금씩 여시는 모습이 마치 햇살 가득한 양지로 나오는 것 같다고 할까요...” 효성초등학교 오색다문화공동체 담당인 전은숙 부장교사는 “설득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두 번 모이면서 한국인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가 좋아지는 걸 볼 때 느낀다”고 했다. 오색다문화공동체에 속한 담임선생님은 체험활동 등에 동행하며, 친구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수업시간에는 교과와 연계한 다문화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엔 학교 내 8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해당 오색다문화공동체와 함께 호암미술관으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유미도 그렇고 유미엄마도 그렇고 오색다문화공동체의 좋은 점을 “많은 친구와 엄마들을 알게 된 것”을 꼽는다. 학년이 바뀌고 반이 달라져도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더욱 각별하고 특별하게 생각되어질 것 같다. 언니 따라 공동체의 즐거움을 맛본 유림이도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어 오색다문화공동체로 활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회학자 올포트의 말처럼 이질 집단이 하나가 되기 위해선 두 집단 간의 동등한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관계에서라야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협력하며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색다문화공동체의 출발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경기도 전체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2010년 현재 7176명으로 해마다 1400명 정도 늘어나는 추세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다문화가정의 숫자까지 합한다면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예민한 시기인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다문화가정의 숫자가 급격히 떨어진다. ‘한국인의 다른 시선’에 대해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한다.
 2010년 오색다문화공동체 참여 학교는 89개교로, 수원시는 효성초를 비롯해 수원초·세류초·화양초·숙지중학교, 화성시에서는 남양초·상봉초·송산초·화성장안초·안화중학교 해서 총 10개교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서관에서 싹튼 우정 - 우리는 영어동화책 읽어주기 콤비!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30분 영통도서관. 인도 선생님인 비니가 영어동화책을 읽어준다. ‘Bunny my honey’ 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표정과 말투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라는 한 주부는 “너무 재밌게 하셔서 아이가 즐거워한다. 인도선생님이랑 자연스럽게 어울려져서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인도에서 초등학교 영어선생님이었다는 비니는 아이들을 좋아해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아직 우리말은 서툴지만, 그의 베스트 프렌드인 규단이엄마 김기옥 씨의 통역 덕분에 잘 해나가고 있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도서관 자원봉사자로 만나 한 조가 됐다. “5년 간 외국에서 살면서 익힌 영어를 계속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는 김기옥 씨는 “얼마 전엔 비니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다. 서로 가까이 살고 있어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비니가 한국에 온지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 한국음식에 거부감이 있는데 그 점이 안타깝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영통도서관 어린이자료실 안에서는 한국아이들과 어우러져 책을 보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다문화특성화도서관인 영통도서관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증받거나 구입한 책들을 모아 다문화정보누리터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인근에 사는 다문화가정 엄마들이 많이 이곳을 찾는다고. 그는 비니 덕분에 인도친구들도 많이 알게 됐다. 30개월 된 규단이를 데리고 자원봉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비니와 맺은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는 김기옥 씨의 말에 비니가 눈짓으로 ‘나도~’라고 동의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짝꿍을 맺고 보니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져 더욱 친해지고, 소외감도 덜 느끼게 된다. 이처럼 마음을 나누는 일은 국경을 초월한다. ‘한국인 엄마들’과 이런 마음을 나누고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유미 엄마가 이런 말을 던진다. “한국인 엄마들끼리도 대화를 하다 보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잘 모른다고 하면 외국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단정지어버리더라고요. 제가 한국인이었다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었을까요.”
 문득문득 느껴지는 마음의 편견, 그 닫힌 생각을 서서히 열어갈 수 있기를... 유미 엄마뿐만 아니라 모든 다문화가정이 가지는 바람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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