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꿈의 사진사, 행복을 찍어드립니다
용인시 노인복지관의 실버 사진 동아리 ‘용실’회원들. 15명으로 구성된 이들 회원들은 카메라와 벗할 수 있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계절도 투정삼지 않는다.
카메라 앵글을 통해 세상을 기록하고 현재를 남기는 작업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2010년 1월에 결성해 이제 막 9개월에 접어든 신출내기 동아리지만 그동안의 활동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이들.
이미 올 6월엔 제1회 전시회를 열어 감탄할 수준의 작품을 선보였고 지난 10월 1~2일 용인시 ‘평생학습축제’에서는 부스를 얻어 40여 작품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더욱 빛을 발휘하는 까닭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진을 통한 사회 참여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기 때문.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진의 매력에 푹 담금질 하고 있다는 ‘용실’ 사진 동아리 회원들의 행복한 사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진이 좋아 취미로 시작, 현재는 용인시 대표 실버 사진 봉사단
가을빛이 유난히 드높던 지난 화요일 용인시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용실 회원들.
가슴에 하나씩 사진기를 안고 있는 이들의 손놀림에선 유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우리가 용인시 노인복지관 소속 동아리지만 복지관 행사뿐 아니라 용인시청의 주요 행사나 활동 내용을 찍고 기록하는 봉사도 겸 하고 있어요.”
용인시 실버 사진 기자로도 활약 중인 현신광(69·상하동)씨의 기분 좋은 전언이다.
“예전엔 노인들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우리가 찾아가면 기분 좋게 반겨요. 복지관 회원들 약 400명에게 장수사진도 찍어주고 얼마 전에는 노인정을 방문해 장수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우리의 활약이 대단했지요.”
한껏 자부심을 보이는 회원들은 사진과 얽힌 면면도 다양하다. 은퇴 전 방송국에서 30년 이상 사진 기자를 해왔던 현신광씨와 김옥경(69·구갈동)씨 비롯해 회원 중 일부는 대학 평생교육원의 사진학과에 뒤늦게 입학할 만큼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 그래서일까? 사랑에 빠진 회원들은 사진 얘기만으로도 연방 유쾌한 웃음을 날린다.
사진을 통해 인생이라는 그림을 완성해 간다
저마다 사진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지만 동아리 총무를 맡고 있는 박재순(69·고림동)씨의 소회는 남다르다. “그동안 살림만 하며 집에 있다가 아이들 다 크고 제자리 찾는 모습 보며 내 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찾은 것이 복지관의 사진 동아리예요. 생각한 것을 그림으로는 잘 못 그려도 카메라 앵글에 대고 상상한 그림이 사진으로 완성돼 나오니까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김옥경씨는 “사진을 통해 사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새롭게 보는 눈을 갖게 된다”며 활동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사진을 취미로 하고부터는 홀로 출사 여행도 자주 다닌다는 김씨는 그때 만났던 자연과 사물을 통해 인생의 자유를 얻는다고 고백한다.
용실 사진 동아리의 팀장을 맡고 있는 이순모(69·동백동)씨도 “나이가 들면서 경륜이 쌓이니 사물과 세상을 보는 눈이 진지하고 깊어진다”며 “그럴 때 앵글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으면 새로운 상상력이 솟아오른다”고 전한다.
이 씨는 카메라로 세상과 소통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웃의 이야기를, 자연의 변화를, 지역의 역사를 담아내는 일에 사진은 아주 유용한 도구이자 친구다.
현신광씨도 30년 이상 사진을 찍었지만 아직까지도 실버 사진 기자란 명찰을 달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낀다고.
“사진은 찍으면 찍을수록 욕심과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입니다. 70이 다 되도록 용기와 의욕, 기쁨이 생기는 취미가 바로 사진이지요. 죽을 때까지 다 채우지는 못하겠지만 봉사단 활동하면서 의욕을 많이 채우고 있습니다.”
다 좋은데 렌즈 값이 비싼 게 흠
사진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회원들인 만큼 사진기와 렌즈에 대한 욕심도 많을 터.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총무님은 렌즈 살려고 접시 닦는 아르바이트를 고려하고 있다니까요. 하하하.”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던지며 장비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회원들은 카메라 장만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고 실토(?)한다. 하지만 인생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비용으로 치자면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는 게 회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요즘은 평생학습시대잖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가 나이 들어도 배울 수 있고 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는 게 다행이지요. 두뇌도, 몸도, 정신도 천천히 늙어야 하니까 보다 새롭고 재미있는 거 발굴해서 재미나게 살아야죠.”
후손에게 물려줄 사진 작품집을 하나씩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자 꿈이라고 밝히는 회원들.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회원들과 교류 하며 사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여는 이들의 활동이 파란 가을만큼이나 청명해 보였다.
문의 ‘용실’ 사진 동아리 온라인 카페 http://cafe.daum.net/silver.photo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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