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와 다른 방식의 사회경험에 올인!
십대 청소년 박두헌(18)군. 그는 iCOOP 부천소비자생활협동조합(부천생협)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이다. 지난 4월 간디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도보순례 하던 중 부천생협의 김은혜 이사장에게 픽업돼 고향인 부천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가 이곳에서 맡은 일은 부천생협을 널리 알리는 것. 소식지를 펴내고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언론기관에 배포하는 일이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로 무척 바쁜 박군을 만나러 부천생협 자연드림 소사매장 을 찾아갔다.
안중근 100주년 도보순례와의 인연
“처음 3개월 동안은 무척 힘들었어요. 학교생활과 생협 일이 전혀 다르게 다가와서요.”
두헌 군은 한 달 간 공사장에서 일 해 본 경험이 사회생활의 전부다. 세상에 나와 보니 평소 생각했던 ‘사람이 최우선인 세상’ 과는 거리가 멀어서 상당한 괴리감을 느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일은 현실이 됐고, 위계질서가 잡힌 수직구조의 사회생활은 무척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를 경기도 부천에서, 중학교는 경남 진주, 고등학교는 경남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를 다녔다. 말하자면 전국구인 셈. 우리 땅을 돌아다니며 성장한 그는 2010년 초 생애 최초의 도전을 감행하게 된다. 일본인과의 한국 국토 도보순례가 그것이다.
“일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팔 시스템 도쿄에서 일하던 다케시 아저씨가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일본에서 한국까지 도보순례를 하고 있었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아이쿱 생협에서는 일본인과 함께 할 한국인을 찾고 있었어요. 그 소식을 들은 저는 곧 바로 도보순례에 합류했습니다.” 한 달 동안 1000km를 걸었다. 아이쿱 지역 생협들은 그들을 환영하기 위한 응원도보를 함께 하기도 했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만난 부천생협 김은혜 이사장은 “부천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그는 어릴 적 살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은 일 배우는데 주력
“입사 한 달간은 오전엔 매장에서, 오후엔 사무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어요. 그러다 홍보직원 뽑는다는 소릴 듣고 지원했죠. 저는 일대 일로 경쟁해서 선택된 거예요. 하하하.” 두헌 군은 격월로 발행하는 소식지를 펴낸다. 처음 하는 일을 위한 기획과 원고 쓰기, 디자인 편집 등 할 일은 태산이다. 보도자료 작성과 발송 업무도 맡았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보도자료 쓰는 법을 배우며 오래 걸리던 작성시간을 줄여갔다. 이런 일들이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일을 배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월 오픈한 소사매장은 그의 일터. 중동 사무실에 출근하다가 오픈과 함께 이곳으로 이전해온 그는 소사매장 오픈을 “뿌듯하다. 애를 낳은 기분”이라고 전한다. 선배 활동가들의 열정에 둘러싸여 일하느라고 오픈 후 거의 탈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애를 낳은 기분이니 그간 애정도 쌓였을 터.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생협운동은 좋은 먹을거리를 저렴하게 구입하겠다는 대중의 요구로 확산됐지요. 현재 아이쿱 부천생협 중동, 소사점이 가치를 중심으로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가끔 저희 자연드림 매장이 시장성이 강하다는 기분이 들 땐 허망하고 안타깝고 그러니까요.”
생협의 윤리 경영에 보탬 되고파
“생협과 인연이 닿아 일하고 있지만 제가 어떤 취지와 목표를 가졌는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요즘은 깨닫습니다. 생협의 윤리적 경영이라는 가치철학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요.” 현 진주 아이쿱 생협 민경자 이사장은 그의 어머니다. 그는 생협에서 활동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고 자랐다. “제가 생각하는 생협 운동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먹을거리라는 공동 의제로 한 곳에 모였던 광우병 촛불집회 같은 거예요. 엄청난 광경을 만들어냈잖아요. 아이쿱 생협 운동도 이와 같아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의견을 모아 주체적인 소비를 실천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이 바로 생협운동입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은 그의 임무다. 또래들이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경험을 하는 이 시간이 그래서 그에겐 소중하다.
“최근에 갖게 된 생각인데요. 제가 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전문성을 키울 거예요. 지금 하는 일이 충분히 의미 있다는 생각에서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부천생협 안에 노래동아리나 민중가요 노래패를 만들 겁니다. 노래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