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직장인 서 모씨는 몇 달 전부터 귀속에서 기차소리가 계속 들려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는 이명(耳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도 시원찮다.
서 씨의 경우처럼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명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원인을 밝혀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잘 낫지도 않기 때문.
소리청만수한의원 문대환 원장은 “흔히 귀울림이라고 하는 이명은 외부에서 소리자극이 없는데도 기차소리, 풀벌레소리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주관적 소리가 간헐적 또는 연속적으로 들리는 현상”이라며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소음으로 고민하는 이명은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한 문 원장은 “현대사회의 환경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이명 발병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원인 파악이 우선
한의학에서 이명은 증상은 귀나 머리에서 나타나지만, 실제 문제의 핵심은 귀나 머리에 있지 않다고 본다. 즉 이명은 귀나 머리라는 구조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고 몸 전체에너지순환의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것.
문 원장은 “대부분의 이명환자들은 귀나 머리의 구조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이명의 고통에 시달린다”며 “구조적이고 가시적인 점을 우선시하는 양방과 달리 기능적인 순환을 우선시하고 중요시하는 한방의 장점을 잘 살려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은 외부에서 소리자극이 없는데도 소리를 느끼는 정신분열증의 환청과는 다르다. 귀에서 뇌까지 소리 전달 과정 중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겨 환자에게 실제로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명은 꽤 주관적인 질환이다. 환자 본인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명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명의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이명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대환 원장은 “이명은 에너지순환장애로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특성을 가지므로 황제맥진기나 적외선체열진단기, 모발중금속 검사, 모아레 등고선 촬영기, 족문검사 등을 이용해 이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장부를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한의학에서 바라 본 이명의 몇 가지 유형
이명의 발생원인은 스트레스, 소음, 과로, 수면부족, 고혈압, 당뇨, 경추의 이상 등 대략 30여 가지로 분류된다. 이명과 난청, 어지럼증 등의 동반여부에 따라 소음성 이명, 특발성 이명, 돌발성 이명,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발생원인과 발생양상을 종합해 오장육부(五臟六腑)와 결합시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치료한다.
먼저 ▲심화이명(心火耳鳴)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긴장, 불안, 초조 등의 감정이 장기간 계속되어 심장에 화가 차고 심혈이 말라서 생긴 이명이다. 마음에 깊은 근심 걱정이 있거나 갑작스런 정신적인 충격, 가까운 사람의 사망, 실연, 이별 등으로 깊은 슬픔을 겪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신허이명(腎虛耳鳴)은 신체기능을 대표하는 신장기능이 약해져 나타나는 이명이다. 신장질환자, 신장이 허약해서 만성요통을 앓고 있거나, 몸이 무겁고, 자주 붓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다.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하는 증상들을 동반하는 이명이다.
▲기허이명(氣虛耳鳴)은 과로, 수면부족 등으로 기운이 딸려서 나타나는 이명이다. 허약체질인 상태에서 심한 소음에 노출된 경우, 수험생을 비롯한 각종 시험공부 등으로 충분한 수면을 못 취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위허이명(胃虛耳鳴)은 만성적 소화기장애, 음주폭주자의 이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평소 식생활이 불규칙하거나 폭식, 폭음, 냉한 음식을 지나치게 즐겨 먹는 사람,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무리한 경우에 나타난다.
▲담화이명(痰火耳鳴)은 예민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이명이다. 성격이 예민한 경우, 지나친 건강 염려증이 있는 경우, 자신의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인 사람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풍열이명(風熱耳鳴)은 지나친 분노로 인해 나타나는 이명이다. 주위환경이 자신을 억울하게 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환경에 처한 사람이나 평소에 조그만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다혈질의 사람에게 많다.
문 원장은 “이명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을 하게 된다”며 “한방에서는 귓속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서상태, 오장육부의 건강상태, 인체의 영양밸런스 등 겉과 속의 건강상태를 모두 파악하여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빨리 치료하고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
머리나 귓속에 원인 모를 소리를 느끼는 것은 몸 전체에 이상이 생겼다는 징조를 나타내는 하나의 예고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경고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거나 청각기관 한 곳에서만 직접적인 원인을 찾고자 하기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이명은 발생 후 최대한 빨리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는 어려워진다.
문대환 원장은 “이명이라는 동일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라도 부수적으로 끼고 있는 질병은 다양하고 또한 그 부수적인 질병을 치료해야 이명이 좋아지므로 다양한 치료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한방에서는 한약을 비롯해 일반침, 약침, 봉침, 레인보우 기치료기, 테이핑요법, 자석침요법, 뜸, 부항 등 다양한 치료수단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명은 인체의 정기(精氣)와의 싸움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면, 규칙적이고 균형적인 식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피해야 한다. 소음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이명은 쉽게 찾아오기 때문에 소음이 심한 곳은 의식적으로 피하는 게 좋다. 문 원장은 “이명은 형체가 없는 병”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명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한 다음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하고 스스로 극복해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움말 : 소리청만수한의원 문대환 원장
윤덕중 리포터 dayoon@naeil.com
이명에 좋은 음식
- 기호음료 : 코코아, 현미차, 녹차, 홍차
- 어패류 : 굴, 소라, 꽁치, 어란
- 해조류 : 김, 미역, 한천
- 콩류 : 콩고물, 된장, 청국장, 팥
- 열매류 : 아몬드, 호박씨, 밤, 볶은깨
- 곡류 : 메밀가루, 현미, 보리, 미수가루
- 육류 : 쇠고기, 돼지고기, 소간
- 계란류 - 계란 노른자
- 야채류 - 건조시킨 버섯, 파세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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