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나의 일 - 조혜옥 한지전통공예가

지역내일 2010-09-29

한국전통문화의 소재, 한지로 만드는 나의 세계 유일한 작품

 지금은 우리 생활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한지. 하지만 아날로그적 추억을 간직한 7080세대에게 한지는 그리 낯선 소재가 아니다. 시골 외가댁의 은은한 달빛을 머금은 한지창호, 서예시간에 한지에 삐뚤빼뚤 그린 한자, 하회탈 만들 때 마지막에 사용했던 한지등. 이런 우리 추억이 어린 보들보들한 한지, 우리 전통문화의 얼이 담긴 한지의 향을 매일 맡으면서 사는 한지전통공예가 조혜옥(53,목1동)씨를 만나보았다.

내 삶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한지전통공예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한 조혜옥씨는 졸업 후 의상실을 운영하면서 의상 디자인도 2여 년간 같이했었다. 그러던 중 의상실 운영이 쉽지 않아 일본에서 화랑을 하시는 삼촌을 찾아 미술 공부를 좀 더 전문적으로 할 목적으로 일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미술 공부와 함께 석가탱화와 초상화의 주문을 받아 제작해주는 일을 했었다. 일본에 비해 좀 더 저렴한 표구제작을 위해 인사동을 오가던 중 1998년 처음으로 조혜옥씨는 탈색한지공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일본에서 귀국, 1999년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임신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져있던 조혜옥씨에게 보수적인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과 임신 우울증 등으로 다소 힘든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문득 물감에는 화약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한지라면 아이에게도 해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태교삼아 1여 년간 탈색한지공예를 배우게 되었어요.” 탈색한지공예는 검정 한지의 색을 탈색시켜 은은하고 오래된 듯한 색조로 전통기법에 현대적인 기법을 가미해 생활소품 및 가구를 만드는 전통공예이다. “이일은 저에게 우울증을 없애 주었고 화목한 가정생활도 병행할 수 있게 해준 일이에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조혜옥씨.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창작을 통해 얻은 나만의 행복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기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처음으로 잠실에 공방을 열었어요.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는 않더라고요.” 검정색 한지를 이용하여 녹말로 색을 빼고 건조와 간간이 다시 탈색, 마감재를 바르는 과정을 거쳐 만드는 탈색한지공예. “탈색 과정에서 색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마감재를 바르는 과정에서 다 된 작품을 망치기도 하고, 고객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다리가 부러지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많은 노하우가 쌓였고 그 다음해부터 수강생들도 많이 생겼다.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한 덕분에 탈색한지공예에 아크릴물감을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이용, 현대백화점에 납품도 가능했다. 그 뒤 오목교역 지하상가로 옮겨와 5년째, “이 일을 통해서 생각보다 적지 않은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정서적인 안정감도 가질 수 있었어요. 저의 자유로운 성격을 달가워하지 않던 시어머니께 한번은 한복함을 만들어 드렸더니 ‘여름인데도 한복이 고슬고슬하게 유지되는구나!’ 하시면서 그제야 저에게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라며 이일을 통해 많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나의 작품
 “원래 성향이 이렇게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다행히도 탈색한지공예를 통해 하는 예술창작활동은 이런 저의 단점을 보안해줄 뿐만 아니라 저와 궁합이 잘 맞는 일이라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작품이라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에요”라며 앤틱한 분위기를 풍기는 탈색한지공예 작품을 언제까지나 만들고 싶다는 속내를 비쳤다.
 탈색한지공예의 특징은 우선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한지로서 인체에 무해하다. 또한 재료가 모두 자연 친화적인 소재라는 점과 대부분 생활소품으로 스탠드, 쌀독, 받짓고리함, 삼층장등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한지의 질긴 특성상 내구성이 강하며 예술성과 희소가치성이 있다는 점과 사포로 밀어낸 후 리모델링이 가능하며 심지어 마감재가 좋아서 씻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등이 있다고 설명하는 조혜옥씨, 탈색한지공예의 매력에 푹 빠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직 다양한 직업의 수강생들이 탈색한지공예의 전문가로 변신
 수강생 중에 전직 영어강사였던 한OO씨는 아일랜드로 이민을 가기위해 탈색한지공예를 배웠으며 현재는 아일랜드에서 공방을 열어 지난달에만 500만원어치의 재료를 주문했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7년 전 뇌수술을 한 이후에 건강을 위해서 배웠다는 김OO씨는 지금까지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손가락을 많이 움직이는 일이니 만큼 부수적으로 건강도 좋아지는 거겠죠.” 섬세한 성격을 가진 남자 분이었던 최OO씨는 현재 덕소에서 공방을 하고 있다. 이일은 타고난 예술성이 없더라도 누구든지 열의만 가지고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임을  강조한다.
 수강생들은 자신의 집에 들르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수시로 공방에 와서 서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누고 지인들에게 줄 선물이 필요할 때면 한 번씩 와서 작품을 만들어 간다.
 오전에는 주로 일신중학교와 부평서중, 복지관 등에서도 수업을 하고 있다. 자격증을 받으려면 창작 작품 1점과 소품 40점, 대작 20점을 제출하면 된다. 자격증을 받을 때 주의할 점으로는 문화관광부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받을 것을 조언한다.
 “우리의 옛 문화에 대한 향수는 중년층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색다른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어 탈색한지공예를 배우려는 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라며 다양한 연령층과 성별의 구분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한지에 몇 번이고 풀칠을 거듭해야 하는 작업을 거쳐 한 개의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에 손재주보다는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좋아지며 작품을 통해 자부심도 얻게 된다고.
나영미
리포터ymnab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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