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 어르신독서도우미 구자근
책 읽어 주는 할아버지, 가르침의 즐거움 느껴
전직 국어교사, 일주일에 두 번 독서 도우미로 활동
중앙도서관과 구세군 와동 방과 후 공부방서 활동
전직 국어교사였던 그는 지난 6월 중앙도서관에서 운영한 ‘어르신 독서도우미 양성프로그램’을 수료 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어르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독서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참여. 이 과정에서 그는 당당히 1등으로 수료를 한다. 구연동화 외에 독서신문 만들기, 독서퀴즈, 연령에 맞은 도서선정 등은 그가 재미있게 배운 과목이다.
지원자 중 12명은 우수독서도우미로 선정되어 경기도지사의 인증서를 받았는데, 그들이 주축이 되어 생긴 것이 독서도우미 파견사업 ‘이야기 나와라 뚝딱’이다. 그는 일주일에 2회, 2인1조가 되어 독서도우미로 활동한다. 월요일에는 와동에 있는 구세군 와동 방과 후 공부방에서, 수요일은 중앙도서관에서 각각 3시30분부터 5시30분 까지 일하고 있다.
그는 이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도 ‘교직’경험을 살려 중앙근로자외국인센타에서 외국인 대상 한글 교실을 열었고, ‘외국인만 한글 모르는 게 아니다. 우리 어르신들 중에서 한글 해독 기회를 놓친 분이 많다’라는 관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복지관에 내국인 대상 한글 심화반과 검정고시반을 개설해 어르신들의 향학열에 도움을 주었다.
중앙도서관은 내 서재
그가 안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하철’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하철을 잘못 타서’이다. 99년, 서울에 살던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부인과 인천으로 회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만 인천행이 아닌 안산행을 탄 것이었다. 당황해 부랴부랴 내린 곳이 중앙역. 더운 날씨에 물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지하철 밖으로 나오니 아파트 분양담당자가 그의 손을 잡아끈다.
‘난 바다가 없는 곳에서는 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자 그녀는 ‘바다가 있다’고 했다. 저수지도 있다고 했다. 그 두 개에 마음이 쏠려 덜컥 계약을 하고 확인 차 화랑저수지를 갔다.
고즈넉한 화랑저수지를 보고 두 부부는 안산에 내려오기로 결심을 굳혔다. ‘정말 날씨 좋은 날은 바다가 보인다’고 자랑하는 그는 21층 집에 망원경을 설치 해 놓고 ‘화정천과 호수공원의 갖가지 향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 하다’고 한다. 그는 타지의 친구들에게 ’우리 동네로 놀러 와! 20만평의 내 공원(호수공원) 아주 멋져. 특히 3000평이 넘는 내 개인서재는 굉장하지. 내 서재 이름은 중앙도서관이야‘ 한다.
독서 조력자로 역할 충실할 터
독서도우미를 하면서 그의 도서관 이용 패턴이 변했다고 한다. 그 동안 잘 이용하지 않았던 어린이자료실 이용횟수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 그것! 얇은 동화책이지만 얇지 않은 메시지와 감동은 그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전할 사명감이 있기에 도서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그가 생각하는 독서도우미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책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고, 지적 능력의 개발을 돕는 것! 아이들은 그가 직접 만든 ‘독서기록노트’에 오늘 수업교재 ‘강아지똥’ 읽은 소감을 서툴지만 정성껏 쓴다.
‘책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책 내용을 컴퓨터로 일일이 쳐 왔다’는 그는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중간 중간 그림을 삽입했는데 그 작업이 너무 즐거웠다고...
다음 주 교재에 쓸 물고기 자료도 벌써 다 찾아놨다는 그는 공부를 더 많이 해 아이들에게 ‘독서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고 한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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