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장선생님, 우리 교감 선생님 최고예요~”
가좌마을에 위치한 가좌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행복과 감성을 키워 줄 이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산들꽃 훈화와 먹놀이가 그것. 특히 산들꽃 훈화는 김명수 교장선생님이, 먹놀이는 안종갑 교감선생님이 직접 지도하고 있다. 예전 뒷짐을 지고 다니며 권위를 앞세우던 교장 교감 선생님의 모습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마음을 채워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교장 선생님 훈화에서 꽃향기가 난다구?
교장선생님의 한 말씀을 들어야만 하는 애국조회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정직 근면 성실 모범만을 강조하시던 교장선생님의 훈화시간은 언제나 길고 지루했다. 하지만 가좌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장 선생님의 훈화시간은 특별하다. 조회시간에 꽃향기가 물씬 나는 훈화를 해주시기 때문이다. 김명수 교장 선생님은 올 3월 가좌초등학교에 부임했다. 학부모 총회를 처음 열며 교장 선생님은 “저는 산을 사랑하고 우리 산천에 피어있는 꽃들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꽃과 같이 피어날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라며 첫 인사를 건넸다. 전직원에게 보내는 메신저의 내용도 독특하다. “한 주 동안 매우 행복했습니다. 웃으며 열심히 함께 해 주신 여러분이 있기에 행복했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중략) 선물 하나 드립니다. 지난해 4월에 삼각산(북한산)에서 만난 ‘알록제비꽃’입니다.”
교장선생님이 방송조회 시간에 학생들에게 손수 제작한 산들꽃 슬라이드를 보여주자 학생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그동안 보아왔던 다른 교장 선생님과는 다른 색다른 모습 때문이었다. 슬라이드를 보며 설명을 듣다보면 노랑제비꽃, 꿩의밥, 매발톱 등 생소한 꽃 이름이 머리에 쏙쏙 들어가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눈치였다. 그렇게 시작된 산들꽃 훈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덕분에 월요일마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꽃이름을 척척 알아맞히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명수 교장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산들꽃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좌초 학생들의 방문이 심심찮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꽃들의 이름도 거의 다 아시고.... 이번 야생화 그리기대회에 많은 참고가 되었어요. 앞으로 자주 들를게요.”
“00아! 반갑다.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많은 꽃들이 모였다. 너처럼 이곳에 와서 많이 활용해 주면 좋겠다. 친구들에게도 권하려무나.”
어린 손님이라고 괄시하는 법 없이 꼭 답 글을 남기는 것은 교장 선생님의 블로그 운영의 철칙이기도 하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아름답고 순수하게 피어난 우리 산들꽃처럼 자신의 꿈을 펼쳐 숨겨진 멋을 가꾸는 아이들로 자라길 희망합니다.”
꽃과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교육철학을 펼치는 김명수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다.
먹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즐거운 먹놀이
가을의 문턱에서 가좌초에는 먹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가좌초 안종갑 교감선생님이 직접 3~4학년 교사와 학생들에게 먹놀이 연수를 하고 있는 덕분이다.
안종갑 교감선생님은 3학년부터 나오는 학교 교육과정의 서예, 수묵화를 쉽게 가르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이에 먹놀이 학습을 최초로 개발해 3-4학년 미술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9월 1-2주에 걸쳐 4학년 9개반의 먹놀이 수업을 2시간씩 직접 가르쳤고, 9월 7일에는 3-4학년 교사를 대상으로 수묵화와 판본체 기초단계를 지도했다.
또한 지난 여름방학(7월 26일~7월 30일)에는 3학년 학생 27명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모든 문방사우를 준비해 무료로 먹놀이 어린이 여름 캠프를 열기도 했다. 뿌리고 불고 찍으며 먹물과 친해지는 활동을 통해 우리의 전통인 서예, 수묵화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은 안종갑 교감선생님과 먹놀이 연구회원인 본교 선생님들이 함께 지도했다. 학생들은 서예를 놀이하듯 체험하는 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기를 수 있었다며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8월 19~20일 유일레저에서 열린 새로운 학교 연구회 발표에서 가좌초의 먹놀이 학습을 선보여 깊은 관심과 박수를 받은 바 있다.
먹놀이 학습이란, 기존의 필법 중심의 학습을 아동 발달 단계에 맞게 아동미술의 형태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서예, 수묵화의 통합학습이다. 즉 붓과 먹물, 물과 화선지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우연성과 서예와 수묵화의 주요 특징인 선, 점의 특징을 놀이하듯 학습하는 것이다. 가좌초 학생들은 놀이하듯 체험하고 찾아내는 학습을 통해 전통 회화의 우수성도 느끼고 창의력도 기를 수 있는 먹놀이의 즐거움에 푹 빠져들고 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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