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에서 길을 찾다 - <에린 브로코비치>(2000)

아우~, 속 시원하고 싶어라

지역내일 2010-09-03
그러니까 지난 일요일 오전, 정규 방송 뚝 끊어먹고 속보가 튀어나왔다. 말도 많고 탈은 더 많은 국무총리 후보가 사퇴한다는 이야기였다. 어쩌자고 하필 동물농장 중간에 속보가 끼어들었냐는 거지. 그 프로 보는 게 일곱 평생의 낙인 꼬맹이 눈물 바람 달래느라 잠시 고생했다.
이로써 이번 진실도 역사의 안쪽에 ‘일단 쉬어’ 하게 되면 어쩌나. 이러다 3년 쯤 후 “사랑한 것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정도 인터뷰로 검색어 1위쯤 해주시려나.
워낙 사람 기억하는 뇌가 전멸한 리포터라 언제 만났는지 어물대는 건 슬쩍 이해할 수 있(으려다가 아무리 그래도 세상 발칵 뒤집은 그 얼굴을 어떻게 까먹냐고요)을 것도 같다. 헌데 아내 향한 떳떳한 사랑은 왜 그리 비밀로 하고 싶은 겐지, 그 사랑 혼자만 하시지 왜 경남도민과 함께 하신 겐지는 참 그렇다. 누군가 사랑하면 독점하고 싶어지던데 리포터만 그런가? 아무래도 찜찜한 것이 자꾸 이 언니가 그립다.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는 두 번의 이혼에 세 아이 딸린 아줌마. 막무가내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일자리를 얻지만 험한 입담과 노출 심한 옷 때문에 직장동료에게도 왕따다. 그러던 중 그녀는 PG&E의 공장에서 유출되는 중금속 크롬이 마을 사람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 대기업을 상대로 질기게 싸움을 시작한다. 그리고 결론은…. 대기업의 무릎을 꿇리고 거대한 수임료(이게 포인트!)도 받는다. 아우 통쾌해라. 그런데 더 속 시원한 것은? 이것이 실화라는 점이다.
어쩌자고 세상은 이리도 불투명한 게 많은지, 국새 만들라던 금덩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의식 상 태워 없앴다던데 1Kg 가까운 걸? 있는 사람들은 다 그렇습니까?) 천안함은 여전히 미스터리라 신뢰 못한 이들 조목조목 책 출간하고, 우리 연아는 어찌하여 눈물 한 방울 또르르 흘리고…. 도대체 뭐 하나 쭉 뽑히는 게 왜 없냐고요.
여름도 가는데 언제쯤 시원하려나. “10, 딸아이 개월 수, 6, 둘째 딸 나이, 8, 큰 아들 나이, 2, 이혼한 횟수, 16, 통장에 남은 돈 액수. 어때, 섹시하지?”를 당당히 읊던 에린 언니. 좀 와주셔야 쓰겄어요. 언니의 긴 다리, 큰 입처럼 시원스럽고 싶거든요. 아우, 한국은 여적 너무 더워요.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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