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오른 초가을 장어, 놓치지 마세요
여름철 보양식으로 알려진 장어. 하지만 장어의 제철은 여름 끝자락에서 초가을이다. 원래 장어는 가을 산란철에 바다로 기나긴 여행을 떠난다. 가는 길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몸에 영양소를 비축하는데, 장어의 이러한 습성 때문에 초가을 장어가 가장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고 한다. 유난히 덥고 비도 많았던 이번 여름. 본격적인 찬바람이 불기 전에 축난 몸 보양하러 가까운 용인 보정동 장어촌에 가보자.
용인 보정동 장어촌이 어디?
용인 장어촌은 신갈로 향하는 구도로에 위치하고 있어 내비게이션 없이 찾기가 쉽지 않다.
풍덕천 사거리에서 신갈 쪽 새로 생긴 고가도로를 타고 직진하다가 ‘구성’ 이정표에서 좌회전을 한다. 화원을 끼고 바로 우회전을 해서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구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장어촌이 나타난다. 도로 양쪽으로 두 집씩 네 집이 몰려있는데, 주말이면 집집마다 손님이 많아 대기표를 받아야 하고, 장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곳에 제일 먼저 터를 잡은 집은 ‘만미정’. 원래 장어를 공급하는 유통센터로 시작해 장어구이집으로도 소문이 났다. 이곳이 잘 되자 주변에 장어구이집이 하나둘씩 생겨나게 됐다.
모든 집들이 소박한 분위기의 구이집이지만 지역의 다른 장어구이 집들보다 장어가 튼실하고 양이 넉넉해 인기다. 집집마다 메뉴가 비슷하고, 곁들여지는 반찬도 유사하다. 묵은지와 깻잎절임, 생강채, 상추 정도. 특히 고소하게 튀긴 장어뼈가 술안주에 그만이다. 구멍 뚫린 원 탁자에 숯불이 올라오면 뜨거운 열기를 참아가며 둘러앉아 장어를 구워먹는다. 고추장양념구이, 간장양념구이도 맛있지만, 싱싱한 장어의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소금구이가 최고 인기다. 직원들이 손 빠르게 구워주기 때문에 손님 손 갈 일은 거의 없다. 장어가 완전히 익기 전에 잘라 타지 않게 열 맞춰 세워주면 손님들의 장어 먹는 손길이 바빠진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 만미정
용인 장어촌의 원조집. 유통전문업체라 장어가 싱싱하고 믿을 수 있어 오랜 단골이 많은 집이다. 메뉴는 단출한데, 튼실한 장어 자체를 자랑으로 삼는다. 이 근방에서 10년째 영업 중인데, 10월초에 가까운 (구)두부촌 자리 윈져캐슬호텔 옆으로 확장 이전한다.
메뉴 민물장어 소금, 양념구이 1kg 4만5천원, 장어구이포장 1kg 4만2천원, 소바 4천원, 공기밥 1천원
위치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1031-2 (031-896-3442)
■ 만수정
최근 유명한 스포츠선수들이 몸보신 하는 집으로 알려져 인기인 집. 2008 베이징 올림픽축구대표팀, 홍명보 선수, 골프선수 박세리 등 ‘만수정’을 찾은 스포츠스타들의 사진이 음식점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이 집 장어는 전기로 장어를 잡는 것이 아니라 얼음으로 장어를 기절시켜 잡기 때문에 영양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한다. 장뇌삼을 넣은 양념소스도 이 집만의 비결이다.
메뉴 산삼장어 1kg 7만원, 민물장어 1kg 4만5천원, 생포장 1kg 3만5천원, 누룽지 3천원, 잔치국수 2천원, 공기밥 1천원
위치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1031-1(031-266-4357)
■ 어향 민물장어 숯불구이
3년 된 이 집은 다른 집보다 넓고 깔끔하다. 민물장어와 바다 꼼장어 둘 다 가능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이 집은 너무 큰 장어보다는 장어의 제 맛을 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장어를 손님상에 낸다. 그래서 다른 집들이 1kg에 큼직한 장어 두 마리를 올리는 것에 비해, 이 집에는 세 마리가 올라온다. 특히 주변 집들 중 유일하게 참숯을 써서 한층 장어구이 맛을 더한다.
메뉴 민물장어 양념구이 1kg 4만7천원, 소금구이 1kg 4만5천원, 꼼장어 4만9천원, 잔치국수 3천원, 누룽지 3천원, 공기밥(우거지국) 1천원
위치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995 (031-266-7592)
■ 고창풍천장어
용인 장어촌에 두 번째로 생긴 집. 100% 국내산을 보장하는 고창풍천장어와 기장산꼼장어 숯불구이 전문이다. 이집은 민물장어와 산꼼장어를 함께 먹을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숯불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산꼼장어는 징그럽지만 스태미나에 그만이어서 마니아층에게 인기다. 특히 산꼼장어는 민물장어와는 달리 양식이 안 돼 항생제 걱정 없는 자연산이다.
메뉴 민물장어(소금·고추장양념) 1kg 4만5천원, 산꼼장어 1kg 4만9천원, 누룽지 3천원, 잔치국수 3천원, 열무국수 5천원, 열무냉면 5천원
위치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1032-3(031-263-9259)
Mini Interview ‘만미정’ 김막례 사장
“저 펄떡거리는 장어 봐, 긴 말 할 것 없지”
음식점이 가장 한가할 시간인 오후 3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만미정’ 너른 주차장에는 전북 금산 함라 양만장에서 직송된 펄떡거리는 국내산 민물장어 3800kg이 트럭에 한 가득이었다. 속속들이 차량들이 들어와 싱싱한 장어를 다칠세라 조심스럽게, 그러나 신속하게 싣고 떠났다. 수산시장 공판장처럼 정신없는 가운데, 호령을 하고 있는 왜소한 여인이 눈에 띄었다. 다름 아닌 민물장어 전문유통점이자 ‘만미정’의 사장 김막례 여사다. 수도권 각지에서 모여든 장어집 사장들에게 물건 내주느라 바쁜데 취재한다고 이것저것 물으니, “뭐 긴 말할 게 있어? 저 펄떡거리는 장어 보면 되지!”하고 툭 내뱉는다.
김 사장은 전북 군산에서 올라와 20년 넘게 장어유통을 해왔고, 10년 전에 ‘만미정’을 시작했다. 그동안의 내공으로 지금은 30군데가 넘는 음식점에 장어를 공급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장어 양만장에 아침 일찍 여자가 가면 재수 없다고 싫어들 했지. 그래서 나는 넘들 물건 해가고 난 후에 슬쩍 들어가곤 했어. 남자들 사이에서 좋은 물건 차지하려고 애쓰다 보니까 내 성질이 더러워졌나봐. 장어 못 미더우면 그냥 가라고 해버려. 내가 듣기 좋은 빈소리는 못하지만 거짓말은 못하거든. 처음엔 나보고 고약하다고 욕하던 거래업체 사장들이나 단골손님들도 이젠 내 스타일을 알고, 믿어주는 거 같아.”
이 집 장어는 여느 집 장어보다 크고 실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어가 너무 크면 맛이 없다지만, 천만에 말씀. 이 집 장어는 살이 한껏 올라 도톰하면서 부드럽고 잡냄새가 나지 않는다. 김 사장이 20년간 거래해온 장어 양만장에서 만미정을 위해 특별히 실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숯불에 올라온 두툼한 장어. 직원의 능숙한 솜씨로 앞뒤 노릇하게 구워지고, 고추장양념을 발라주니 먹음직스럽다. 이집에서 담근 깻잎 장아찌에 두툼한 장어 한 점과 생강채를 올려 입에 넣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오래 장사하면서 방송매체 보도 사진이나 유명인 사인하나 없냐고 물으니 김 사장은 “유명인이고 일반이이고, 손님은 똑같이 소중해. 모셔온 연예인보다는 우리 집 직접 찾아온 손님이 더 귀하지”라고 대답했다.
오은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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