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듯이 추석은 날씨도 적당하고 수확철이라 모든 것이 풍족한 좋은 의미를 가진 명절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의미 뒤에는 추석이 걱정스러운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만 다가오면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고향 가는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면 장시간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시달릴 생각에 괴롭고 도착하면 그녀를 기다리는 명절음식 준비가 또 그녀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몸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명절이 되면 여기저기 챙겨야 할 선물도 고민스럽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래저래 명절은 즐거움이 아니라 부담스러움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명절이 주는 즐거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늘 똑같은 명절이 아니라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과 무언가 즐거운 일을 하다 보면 힘들게 장만한 명절 음식도 맛있고 그 피로도 가시지 않을까? 여기에 내가 겪은 아주 특별한 명절 이야기를 모아 보았다.
명절 피로 푸는 데는 찜질방이 최고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일의 양이 많든 적든 간에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다. 명절 끝에 온 가족이 모여 정답게 피로도 풀고 즐기기에 찜질방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 김영지(38·광안동) 씨는 광안리의 모 찜질방을 찾았다. 바다가 훤히 내려도 보이는 찜질방에서 땀을 쫙 빼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질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는데.
보통 찜질방은 음식물 반입 금지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기본적으로 음식을 싸들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 명절 때만 아니었어도 김 씨 역시 음식을 싸들고 갔을 테지만 하루 종일 음식 장만에 차려내고 치우길 반복한 탓에 모조리 사먹으리라 다짐하고 홀가분하게 지갑만 달랑 들고 갔다고.
모처럼 맘 편히 찜질하며 맛난 팥빙수에 컵라면, 식혜까지 섭렵한 후 마지막으로 시원하게 목욕하면 깔끔한 마무리가 되겠다 싶어 사우나를 찾았단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사이로 열심히 씻다가 깜짝 놀라 욕탕에서 놀고 있던 딸아이를 끄집어 올렸다는 김 씨. “사람이 많아서 인지 욕탕물이 너무 더러운 거예요. 성수기 때나 명절전후 수질 관리는 기대하지 말아야 되는 건가 싶더라고요. 마침 동네 언니를 만났는데 목욕탕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와요.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더욱 신경써줬으면 해요”라며 그래도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에는 찜질방이 좋더라고 말했다.
뭉친 어깨 팍 풀고 스트레스 날리는 볼링으로
친척이 별로 없어 명절이 되면 도리어 조금 쓸쓸하다는 주부 박가영(40.우동)씨. 그래도 남들 하는 추석음식은 다 한다. 시어머니와 남편, 아들 하나, 그리고 딸 하나뿐인 동서네 가족까지 다 모여도 일곱 식구다.
“남편에 시동생까지 합세하여 명절 음식을 하는 좋은 풍토는 신식 시어머니 덕이지요. 그래서 명절 땐 시집 잘 왔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추석전날 음식준비 다 끝내고 나면 집안에 음식이 산더미라도 그날 저녁은 무조건 얼큰하게 외식하고 가족 모두 볼링장으로 향하는 것이 연중행사가 되었다고 한다.
“집안 문 활짝 열어 기름 냄새 환기 시켜두고 온 식구가 나가요. 남편이랑 시어머니는 살짝 나가기 싫어하지만 시동생 파워로 매번 가능하죠. 그럴 땐 남편보다 시동생이 더 좋아요.”
느끼한 속은 매운 맛으로 한 방에 풀어요. 그리고 음식하느라 뭉친 어깨 볼링으로 확실하게 풀고 경쾌하게 스트레스 날리면 추석도 즐겁다(?)는 박씨. 내기 볼링에서 매번 지는 것이 좀 억울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기필코 승리의 기쁨을 맛 볼 계획이란다.
추석연휴에 즐기는 프로야구
가족들이 모이면 야구경기를 즐겨 보러간다는 주부 이희연씨(34. 연산동)의 가족은 모처럼 추석연휴에 펼쳐진 야구경기를 보러 간다는 마음에 들떠 있었다. 표를 힘들게 예매해두고 차례를 지내기 위해 준비했던 튀김이나 전이랑 송편도 챙기고 야구를 보면서 마실 맥주도 시원하게 아이스박스에 넣고 아이들에게는 유니폼도 맞춰 입히고는 야구장으로 향했다.
탁 트인 야구장에 앉아서 싸온 음식을 먹으니 비록 치킨은 아니더라도 집에서 먹던 거보다 맛있고 응원하느라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고 하다 보니 전날 음식준비 하느라 쌓인 피로가 확 풀리는 거 같아 추석에 고향에도 못가고 경기하는 선수들은 불쌍했지만 경기를 해 줘서 고마웠단다. 비록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 져서 속상하긴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야구도 보고 음식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면 올해도 혹시 추석연휴에 야구를 한다면 꼭 다시 보러가고 싶단다.
콘도에서 제사, 조상님께도 여행의 기쁨을
13년차 주부 박지선(41)씨는 몇 해 전만 해도 명절 연휴에 가장 부러운 집이 홀가분하게 여행 떠나는 집이었단다. 하지만 지금은 명절 연휴가 짧게만 느껴진다고.
맏며느리인 박 씨는 연중 6개나 되는 많은 제사에 몸도 마음도 지쳐 명절만은 제사의 부담에서 벗어나 좀 쉬고 싶었다. 그러던 중 몇 해 전부터 시어머니를 설득하는 데 성공. 명절 연휴에 가족 모두 함께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3형제 중 남편이 장남이고 시동생들은 타 지역에 살아 명절이래도 다 모이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중간 지점쯤에 콘도를 구해 모이니 서로 부담도 없고 오히려 시부모님이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제사 또한 콘도에서 지낸단다. 제사 음식을 각 집에서 분담해서 만들어와 약식으로 지낸다. 처음엔 주위 사람들의 ‘제사를 옮겨가면서 지내면 안된다’는 말에 걱정도 됐지만 ‘조상님도 여행의 기쁨을 느끼시리라’는 바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는 박 씨. 이번 추석도 지리산으로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단다.
추석날 밤, 아줌마들의 달콤한 휴가
추석 전날이면 하루종일 음식 하랴, 아이들 보랴 지친 우리의 아줌마들. 웬수같은 남편은 아침부터 TV를 끌어안고 있다가 오후가 되면 오랜만에 친구들 만난다고 나서고... 하지만 추석날 시댁에서의 힘든 업무를 마치고 친정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음만은 가볍다.
딸 부잣집 막내딸인 조인정(35) 씨는 추석 당일, 짧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달콤한 휴가를 생각하면 그동안의 쌓인 피로가 확 풀린다고 한다. 추석날 밤, 언니들 가족이 친정에 다 모이면 아줌마들의 휴가가 시작된다고.
“큰 형부의 제안으로 아줌마들만의 자유시간을 얻었죠. 그동안 시댁에서 고생했으니 친정와서는 남편들에게 맡기고 실컷 놀다오라 하더라구요.”
친정부모님은 사위들이 고스톱으로 즐겁게 해드리고, 아이들은 아빠들의 보호 하에 끼리끼리 모여 잘 놀더란다. 그래서 아줌마들은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게 됐다고.
친정이 남포동 근처라 언니들과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본다는 조 씨는 아줌마들만의 짧지만 달콤한 휴가에 명절연휴의 피로가 확 풀린다고.
추석 연휴에 즐길만한 다양한 볼거리
추석에는 정규 방송에는 물론 케이블에서도 신나고 재밌는 영화를 많이 방영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 맛이다. 추석 피로를 날려버리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개봉 예정작을 모아봤다.
9월 9일 개봉 예정작
해결사 : 설경구 주연의 액션극
마루 밑 아리에티 : 지브리 스튜디오의 판타지 애니메이션
노다메 칸타빌레 : 일본 만화가 원작인 음악 드라마
울지마, 톤즈 : 故 이태석 신부의 다큐멘터리
여덟 번째 감정 : 30대 남자가 만나는 여성들과의 관계를 그린 영화
땅의 여자 : 농사꾼으로 살고 싶어 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9월 16일 개봉 예정작
시라노 ; 연애조작단 : 연애 대행업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
슈퍼배드 : 가족용 3D 애니메이션
무적자 : ‘영웅본색’의 한국판 리메이크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 : 액션, 공포, SF, 스릴러가 어우러진 시리즈물
그랑프리 : 김태희, 양동근 주연의 드라마
캐츠 앤 독스2 : 3D 애니멀 블록버스터
옥희의 영화 : 제 6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퀴즈왕 : 장진 감독의 코미디
추석 연휴동안 티비만 보기엔 따분하다. 직접 공연장을 찾아 공연을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음악대
공연시간 : 9월 18일 오후 3시·6시, 19일 오후 2시, 5시
장소 : 부산시민회관
입장료 :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5천원
늙고 병들어 주인에게 버림받은 네 마리의 동물들이 각자 꿈을 찾아 떠나는 신나는 모험이야기이다. 전국문예회관을 순회 공연하는 텔러 이연경과 동물음악대의 퍼레이드가 환상적이다.
2010 한가위 장윤정 콘서트
공연시간 : 9월 25일 3시 6시30분
장소 : 부산시민회관대극장
입장료 : R석 99,000원 S석 88,000원 A석 66,000원
트로트 퀸에서 라이브의 여왕으로 화려한 변신을 하는 장윤정이 한가위 추석을 맞아 5집 신곡과 다양한 레파토리를 선보인다.
루시드폴<목소리와 기타(voz e violao)>Season1 부산 콘서트
공연시간 : 9월 25일 오후6시, 9월 26일 오후5시 30분
장소 :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대공연장
입장료 : 전석 33,000원?
약간의 건반 그리고 기타소리만으로 이루어진 루시드폴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다.
Lasse Lindh(라쎄린드)Tour ― 부산
공연시간 : 9월 18일 오후 7시
장소 :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대공연장
입장료 : R석 33,000원?S석 22,000원?
MBC ''소울메이트''에 삽입된 c''mon Through로 인기를 얻은 스웨덴태생 록 뮤지션 라쎄 린드의 공연으로 어쿠스틱한 감성적인 편성과 즐거운 스탠딩공연 두가지 색깔을 보여줄 예정이다.
정리 장정희리포터 swtdream@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