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용인 주부님들, 음식물쓰레기 어떻게 버리시나요?
살면서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주부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은 아마도 ‘음식물쓰레기 버리기’일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는 반나절만 지나도 음식물쓰레기가 부패하여 냄새가 진동하고, 날파리가 온 집안을 점령하는데….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 많은 정윤경(39·분당 이매동) 씨도 음식물쓰레기 버리기가 곤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음식물쓰레기를 바로바로 내다버리는 게 최선인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부패돼서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이런 것도 퇴비나 사료로 재활용이 되나’싶어 마음이 불편해요. 게다가 인터넷에서 음식물쓰레기 폐수의 약 60%가 인천 앞바다에 버려진 다는 기사를 읽고 경악했어요. 그렇게 오염된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우리가 먹고 산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Part 1 성남시 쓰레기 처리장 현장 스케치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는 건조화 방식을 통해 사료나 비료의 원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분이다. 지금까지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고농도(BOD 6만ppm이상) 폐수의 일부는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하고 소화할 수 없는 나머지 폐수는 인천 앞바다 260km 지점에 합법적으로 투기해왔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국제런던협약에 의거해 음식물 폐수 해양투척이 금지된다. 그때까지 각 지자체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는 자체 처리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과연 성남시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성남시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성남시 관할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인 (주)푸른환경을 방문했다. 꼭두새벽부터 음식물쓰레기 수거작업이 시작되어 새벽 5~6시까지 모든 수거차량이 이곳 태평동 처리장에 음식물쓰레기를 집하한다고 한다. 처리 과정은 크게 투입->파봉->탈수->건조->분쇄를 거치는데, 과정별로 총 네 번의 선별기 작업을 통해 이물질을 걸러낸다. (주)푸른환경의 정기영 과장은 “선별 과정에서 조개껍질, 단단한 씨앗, 유리조각은 물론이고, 큰 돌, 김장독 조각, 천 뭉치, 큰 나무 조각, 냄비, 금반지 등 별별 이물질이 다 나온다며, 그것 때문에 기계고장이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선별된 이물질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철저하지 못한 분리수거에 대해 주부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리과정의 가장 핵심은 고열 건조기. 음식물쓰레기는 110도가 넘는 고열 건조기에 들어가 2시간 반 동안 가열된다. 정 과장은 “고열 건조과정에서 모든 음식물쓰레기가 멸균·소독되기 때문에 부패된 음식물쓰레기도 처리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왕이면 신선한 상태의 음식물쓰레기가 건식사료로서 제품가치가 높기 때문에 주부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팀과 공기는 마지막에 다시 소각되어 무색무취의 이산화탄소만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음식물처리시설 임에도 불구하고 악취가 심하지 않았던 것은 처리 공정 전 과정이 자동시스템화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건식사료화 제품은 양돈, 양계 농가에 공급된다고 한다. 이렇게 건식사료로 재활용되는 음식물쓰레기는 전체 수거량의 10% 정도. 나머지는 대부분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수이다. 혹시 성남시도 폐수 일부분을 바다에 버리느냐고 물으니, (주)푸른환경의 송찬규 사장은 “전국에서 성남시가 유일하게 음식물쓰레기 폐수가 바로 옆에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전달되는 직관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폐수투기가 금지되는 2012년까지 다른 지자체에도 성남시와 같이 100% 폐수처리시설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단체에서 이곳으로 견학을 온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처리장은 관내 유치원·초등학교의 인기 견학장소이기도 하다. 음식물쓰레기의 자원 재활용을 배울 수 있는 생생한 교육현장이기 때문. 견학을 원하는 경우 성남시청 청소시설과에 신청하면 된다.
성남시 청소시설과 031-729-3222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Part 2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
매번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나르는 일도 버겁지만, 코를 찌르는 악취와 불결한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은 보는 것만으로도 주부를 괴롭힌다. 맨 손으로 열기에는 너무 더러워 비닐장갑이나 휴지를 사용해 뚜껑을 열어야한다. 이때 사용한 비닐장갑과 휴지를 다시 버려야 하는 불편함도 추가된다. 이러한 불편함을 손쉽게 해결한 아파트 단지들이 우리 지역 내에서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서 올해 3~4월까지 성남시 중원구청에서는 관내 공동주택에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거치대를 일괄적으로 설치했다. 이 거치대는 손으로 뚜껑을 열지 않고 발로 밟아 열수 있게 하며, 닫힐 때에는 천연성분의 탈취제가 분사되어 악취제거에도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중원구에서 예산을 투입해 공동주택에 일괄적으로 설치하게 된 배경에는 지역주민들의 힘이 있었다.
“2008년에 중원구 공동주택 연합회 회장들이 모여 음식물쓰레기함 거치대 설치 민원을 접수했습니다. 시에서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긴급 추경예산을 집행해 관내 아파트 단지에 일괄 설치하게 됐습니다”라고 중원구청 청소행정팀 원소연 씨가 설명했다. 더불어 “분당구의 경우 아파트가 너무 많아 시 예산으로 일괄 설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원 씨는 말했다. 용인 수지구 상현동 금호1단지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져 거치대를 설치한 경우. 이 단지의 오승열 관리소장은 “반상회를 통해 동대표와 주민들의 요구가 접수되어 관리비 잡수입으로 비용을 처리해 단지 전체에 설치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최근 입주하고 있는 용인 수지 성복지구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을 아예 발터치 개폐형으로 제작된 제품을 사용해 별도로 거치대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판교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크린넷’
크린넷 덕분에 쓰레기 수거차량이 사라졌어요
지난 1일 오전, 집안 청소를 마친 주세영(33 분당구 백현동) 주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봉투에 담은 후 작은 카드 한장을 챙겨들었다. 이 카드는 단지 내 설치된 쓰레기 투입구를 열고 닫을 때 필요한 RF(radio frequency card)카드.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쓰레기 투입구는 노란색과 초록색 2가지. 노란색은 음식물쓰레기, 초록색은 일반쓰레기 투입구다. 주 씨가 노란색 투입구의 리더기에 RF카드를 갖다 대자 안내음성과 함께 투입구의 문이 열렸다. 봉투를 투입구 안에 넣고 뚜껑을 닫으니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끝.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카드를 챙겨야 하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주 씨의 크린넷 이용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쥐나 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를 헤집어놓을 일도 없고 훨씬 깔끔하고 좋아요. 예전에 코를 막아가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던 걸 생각하면 이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 소각시 발생열원은 지역에너지로 활용
판교 전 지역에는 생활폐기물을 아파트 단지 내 투입구에 넣으면 지하에 묻힌 수송관로를 통해 자동집하장으로 자동 운반되어 처리되는 수거시설인 ‘자동 크린넷’이 가동 중이다. 크린넷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쓰레기를 투입구에 넣으면 공기로 빨아들여 시속 70km로 자동 집하 시설로 이동된 후 자동 필터링이 되어 소각을 시키는 방식.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투입-관로 전환-음식물 쓰레기 분리-이물질 분리-음식물 탈수기-저장의 과정을 거쳐 소각장으로 옮겨진다.
크린넷의 쓰레기는 47km의 수송관로를 통해 4개 집하장으로 모였다가 반출된다. 일반 쓰레기는 하루 2번,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번 집하장에서 수거하는데 하루 최대 쓰레기 수거량은 46톤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판교사업단의 신승식 대리는 “각 단지 안에 설치되어 있는 투입구는 아파트 분양사에서, 이를 제외한 504개의 투입구는 LH가 관리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음식물 쓰레기 투입구는 225개”라고 설명했다. 현재 민원이나 주민 편의 등에 따라 투입구 설치를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다.
크린넷의 가장 큰 장점은 아파트 단지 안에 쓰레기 수거 차량이 다니는 등 쓰레기 처리 과정이 눈에 띄지 않고 바로 바로 처리되기 때문에 쾌적한 주거환경이 가능하다는 점. 특히 쓰레기 소각시 발생하는 열원을 지역난방이나 도시 가로등 등 지역에너지 판매 수익으로 활용한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성남시청 청소관리과 하홍열 씨는 “소각시 생겨날 수 있는 다이옥신 등 유해가스 배출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현재 판교신도시의 자동크린넷은 LH에서 건립 후 운영 중인 시설로 현재 성남시와 인수 인계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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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한국음식업중앙회 성남지부 채제세 지부장
‘남은 음식 ZERO 운동’으로 우리도 동참 합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성남지부(지부장 채제세)에서는 ‘남은음식 ZERO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의 슬로건은 ‘STOP 푸짐한 상차림! START 간소한 상차림! ZERO 남은 음식! GO 그린코리아!’이다. 채제세 지부장은 “남은 음식 제로운동은 음식업소들이 원가절감 및 수익향상을 꾀하여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제공하고,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 구현을 하기 위한 민간차원의 범국민 음식문화개선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지부에서는 성남시 내 음식업소들에게 복합찬기나 소형찬기의 사용, 덜음 접시와 집게 사용, 테이블 뷔페식 식단 실천, 먹을만큼 적정량 제공 이행, 음식을 남기지 않는 고객에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자율배식제 이행, 남은음식 제로운동 홍보물 부착 등의 실천사항을 권장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운동은 음식물의 소중한 가치를 아는 업주와 직원 마인드에서 실현될 수 있다”며 “지부차원에서 교육활동을 전개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소비자들도 가정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음식 남기지 않기 운동에 동참해주기를 촉구했다.
오은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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