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울음소리 들리는 시골마을에서 봉사활동 해요
농촌체험마을에 청소년들이 떴다. 부모의 손을 잡고 체험을 하러 왔을 법한 청소년들이 이제는 다른 아이들이 체험을 하기 편안한 곳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덕양구 선유동의 녹색농촌체험마을인 ‘선유랑 마을’과 손잡고 봉사활동을 벌이는 참교육학부모회 고양지회의 ‘청소년 봉사대’를 찾았다.
농촌체험마을의 일손 도우미, 힘들지만 재밌는 경험
지난 10일, 청소년 봉사대가 맡은 일은 선유랑 마을을 찾는 ‘황토논물 체험장’의 체험객들이 들어갈 논바닥의 돌을 골라내는 것. 태어나 처음 해보았을 일을 학생들은 불평 없이 척척 해내고 있었다.
“친구 소개로 들어와서 세달 정도 했어요. 농부의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명덕 외고에 다니는 이 헌(2학년) 학생은 농사짓는 할머니를 도와드리기 좋을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백신고 김윤경(1학년) 학생은 올 6월에 가입해 이날 두 번째 봉사 활동을 했다. “힘들기는 하지만 재미있어요. 시골에서 이런 일을 해볼 기회가 없잖아요. 흙도 만지고, 나무나 산도 많이 보고. 매연 연기를 안 맡으니까 좋아요. 병원이나 우체국에서 허드렛일 하는 것보다 몸을 많이 움직이니까 좋아요.”
선유랑 마을의 주민 유희진 씨는 “일손이 부족한데 학생들이 와주니까 반갑고 고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청소년 봉사대는 원당 사회복지관과 연계를 맺고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해마다 고양시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며 원당 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사전교육을 진행한다. 2년 전 만들어졌을 때는 효 봉사대로 시작했다. 경로당을 찾아 안마기구로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하며 말벗이 되는 봉사활동이었다.
“매년 같은 지역을 다니다 보니 색다른 것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 지난해 여름에 선유랑 마을에서 잡초 뽑기를 했는데 호응이 좋았어요. 청소년 봉사대가 꾸준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락을 했고 달마다 한번 씩 찾아오고 있어요.” 김범수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봉사할 곳이 이렇게 많구나’ 깨달았으면
시험도 보고 학교생활도 해야 하니 자주 모이기는 힘들다. 이날도 올해 두 번째 활동이었다. 봄에 장미 농원에 가서 잡초 뽑기를 한 다음 중간고사를 보고 나서 두 번째로 모인 것.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연령도, 학교도 모두 달라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하지만 봉사를 통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모두 같다. 또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 한 1년 이상 활동 한다’는 약속만은 지키려고 한다.
청소년 봉사대를 이끌고 있는 참교육 학부모회의 김상례 회원은 “편하게 어울리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서로 다르니까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각자 다니는 학교에서 주어진 것을 하고 개인적으로 지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어할 수밖에 없다고. 그러나 함께 땀을 흘리다 보면 어색함도 사라지고 살아있는 배움의 시간이 되어준단다. 지난해 활동하던 학생들 중에서 여섯 명이 다시 등록할 정도라니 청소년 봉사대의 매력을 짐작할 만하다.
청소년 봉사대가 독특한 또 하나는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에서 이끄는 모임이라는 것.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는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환경을 만들려는 학부모들의 교육운동 단체다. 1989년 만들어져 전국에 지회를 두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고양지회도 아이들이 행복한 공교육을 위한 활동으로 무상 급식, 학부모 소모임, 강좌 같은 여러 갈래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 2년 전 ‘회원의 자녀들을 위한 활동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 끝에 청소년 봉사대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골고루 가입해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봉사대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의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 헌 학생의 어머니 강용미 씨도 아이를 따라 가입을 하게 된 경우. 강 씨는 “진작 가입 했으면 아이한테 좋았을 텐데 아쉽다”면서 역사 소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는 효봉사, 올해는 농촌 봉사, 내년에는 또 어떤 활동을 할지 고민이라는 청소년 봉사대. 이렇게 다양한 곳으로 봉사를 떠나는 이유는 ‘봉사를 할 곳이 많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아직은 눈에 뜨이는 효과는 없지만 사회복지관과 연계하여 꾸준히 활동을 진행하고 싶다고.
돌과 나무를 골라내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농촌의 풍경 속에 아이들이 있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일까. 마을 어른들은 학생들을 보면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꼭 해주신다고. 넉넉한 인심 속에 하는 농촌마을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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