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시니어가 사는 법

분당노인복지관 실버밴드

지역내일 2010-08-09

음악 인생 즐기는, 우리는 낭만 시니어~

여름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7월 24일, 분당 중앙공원 야외 공연장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펼쳐졌다.
반짝이 의상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몸매가 드러난 ‘샤랄라~’ 의상의 시니어들이 저마다의 장기를 펼쳐 보이고 있었던 것. 분당노인종합복지관(관장 최영대)이 주관한 시니어들의 예술 공연 한마당, ‘한여름 밤의 해피페스티벌’을 통해 시니어들의 뜨거운 열정이 분출되고  있었다. 예술적 재능을 가진 시니어들의 자축 퍼레이드인 이 행사에는 라인댄스, 에어로빅, 사물놀이, 댄스스포츠, 마술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져 한 여름 밤의 더위를 말끔히 날려주었다.
저마다 나이를 잊은 열정을 불태우는 가운데 관객들의 남다른 호응을 받아낸 팀이 이었으니 바로 ‘실버밴드’ 팀이다. 색소폰, 클라리넷, 신디사이저, 전자기타 등 젊음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흥겨운 비트로 좌중의 흥을 한껏 돋아준 이들.
음악으로 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실버밴드의 열정적 스토리 라인을 공연 리허설 가운데 잠시 따라가 보았다.

복지관 개관과 함께 실버밴드 구성해
밴드의 구성은 오래전부터 색소폰 연주를 해왔던 황은식(75·서현동)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내가 색소폰 좀 불 줄 안다고 했더니 대뜸 실버밴드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구. 마침 복지관에는 젊어서 악기 좀 다뤄봤던 양반들이 여럿 있어서 시작이 된 거지요.”
30년 이상 음악교사를 해왔던 신디사이저의 정계옥(65·야탑동)씨가 단장으로 영입되고 젊어서 취미 삼아 기타를 쳤었던 윤여규(70·구미동)씨가 전자기타로 합세하면서 밴드구성이 이뤄지게 됐다.
여기에 연고전 퍼레이드의 단장을 맡기도 했던 클라리넷의 손건국(64·서현동)씨와 인기 노래 강사였던 보컬의 김태희(60·야탑동)씨, 테너 색소폰의 황인복(64·산성동)가 모여 완벽한 모양새의 실버밴드가 꾸려졌다.
“그렇게 만들어져 지금까지 2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6시간씩 연습을 해왔어요. 만나서  악기소리를 모아 연습하니 조금씩 실력도 늘고 공연 봉사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지요.”(황은식)
“난 2년 전까진 노래 강사 하다가 15년 강사생활 은퇴를 하고 실버밴드의 보컬로 들어왔어요. 여기 선생님들이 워낙 열심이어서 다된 밥에 숟가락 하나 얹어 가고 있지요. 뭐 목소리가 악기라면 악기랄 수 있지만 나만 쉬운 역할인 것 같아 늘 미안하지. 이젠 나도 악기 하나 배워서 떳떳이 합류해야죠.” 웃음. (김태희) 
“우리 복지관에는 다양한 예술 동아리들이 있어요. 그런데 다들 강사님들이 주도해서 만들어 졌지만 우리는 자체적으로 구성돼 곡목 선정부터 연습, 봉사활동까지 알아서 하니 더욱 의미가 있는 겁니다.”(손건국)

밴드 활동이 가져온 해피 라이프
지금이야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수준급의 밴드지만 모든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악기구성도 완벽하지 않아 공연이 잡힌 날에는 객원 드러머(분당노인복지관 직원)를 급파 해야 한다. 베이스 기타도 갖춰야할 필수 구성원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2년간 만들어 왔던 밴드부 활동으로 인생에 적지 않은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
“엄마가 행복해야 너희들도 행복한 거라 아이들에게 강조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밴드부 활동으로 인생 2막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실감하며 지내지요.”(김태희)
“우리 밴드의 주요 곡목이 올드팝이나 옛 가요들로 구성돼 있으니 공연을 나가면 노인들이 아주 좋아해요. 우리도 노인이지만 노인들도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황인복)
“다른 실버 밴드들은 색소폰이나 하모니카 등 한 두 가지 악기로만 이뤄진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우리는 악기 구성도 다채롭고 순수 아마추어 밴드다 보니 자긍심이 있어요. 매주 연습하는 과정 과정이 즐겁고, 또 집에서 삼식이로 지내는 게 아니라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니 얼마나 좋아요. 과정 자체를 즐기다 보니 실력도 저절로 늘어 일석 3조 이상이랍니다.”(손건국)
“무대에 서면 여전히 설레고 떨려요. 하지만 그런 떨림이 기분은 좋게 만들어 주죠. 아직 악기 구성도 더 해야 하고 공연 레퍼토리도 다양하게 살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감정을 한껏 살려 공연에 빠져들면 그 자체로 카타르시스에요. 그래서 앞으로는 전국 실버밴드 대회에 나갈 목표를 갖고 있어요. 꿈이 생기니 공연 연습에 더욱 신명이 나는 거지요.”(정계옥)
해가 지면서 공연의 열기가 더욱 빛을 발한 이날 해피페스티벌 행사에서 실버밴드팀은
‘유어마이 션샤인’, ‘희망의 나라로’, ‘처녀 뱃사공’들을 연주하며 관객들의 폭풍같은 환호를 받아냈다. 무대에 섰을 때 누구보다 더한 열정을 발휘하는 이들이야말로 ‘챔피언’임을 7월 24일 여름밤 무대는 그렇게 고함 치듯 보여주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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