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없이 출품 했는데 덜컥 대상을 받을 줄 몰랐어요. 기쁘기도 하지만 어깨에 큰 짐을 진 것 같은 부담도 되네요.”
제12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윤경숙(58)씨의 수상소감이다.
그가 이번 미술대전에 출품한 작품명은 ‘대둔산 설경’. 먹을 이용해 함박눈이 쌓인 대둔산의 바위와 소나무를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대둔산의 설경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겨울은 춥고 스산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포근해져요. 그 느낌을 화폭에 담았어요.”
여성미술대전 도전 5번 만에 대상을 손에 거머쥔 그의 그림인생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십대 초반 무렵, 무언가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 집근처에 있는 문화원을 찾았다가 한국화에 입문하게 됐다. 묵향도 좋았고 정적인 그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잘 그린 그림을 모방하며 서툴게 난을 치고 국화를 그렸지만 내 손으로 한국화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삶의 활력소가 됐다.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하지만 그림을 시작한 지 2~3년 후 창작을 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와 잠시 손에서 붓을 놓은 적도 있었다. 처음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은 즐거움에 그림을 그렸지만 창작을 하던 어느 순간부터 제 뜻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붓을 드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1년여 동안 화실을 찾지 않았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삶에 활력도 없을 뿐 더러 문뜩 묵향이 그립고 그림을 그리던 시간들이 그리워졌다.
다시 화실을 찾았고 손에서 다시 붓을 놓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일이 그의 삶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3~4 작품을 이젤에 번갈아가며 올려놓고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한 작품을 그리다 막히면 잠시 손에서 내려놓고 다른 작품을 그리는 방법으로 찾아오는 슬럼프를 극복했다. 다른 작가들도 쓰는 방법이지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
10여 년 동안 문화원과 문화센터 등에서 실력을 다듬다 2002년부터 가르침을 주고 있는 현재의 스승(한국화가 김병진)을 만나면서 그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번 작품을 출품할 때에도 자신없어하는 그에게 칭찬과 격려로 큰 힘을 보태주었다.
많은 조언과 독려로 자신감을 준 스승에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단다. 그는 늦은 나이에 한국화에 입문했지만 사랑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는 “서양화에 비해 한국화를 등한시 하는 문화가 아쉽다”면서 “서양화와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볼수록 또 알아갈수록 은은하고 고고한 매력이 있는 한국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면서 대상 수상자다운 말을 전했다. 소유한 작품의 반 이상이 설경일 정도로 눈 풍경을 좋아하는 그는 요즘 동학사의 춘설을 화폭에 담고 있다. 그가 그려내는 설경이야기가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지 기대가 크다.
문의 : 010-8810-0307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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