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원시의회 강장봉 의장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의회로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 불어넣을 것

지역내일 2010-08-27 (수정 2010-08-27 오후 2:57:11)

9대 수원시의회가 7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총 34석의 의석 중 민주당 17석, 한나라당 16석, 민주노동당 1석. 그야말로 팽팽한 균형이 마치 6·2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냉엄한 민심(民心)과도 닮았다.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고 서로 이해하며 상생의 길을 찾으라는... 한층 무거워진 짐을 짊어지고 9대 수원시의회를 이끄는 강장봉 의장의 향후 계획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민주당 최초, 다득표 의장 선출…양보와 배려의 의회 만들고파
 “의장 혼자 모든 걸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어긋나지 않겠어요.(웃음)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여러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각자 책임의식도 가지게 되고, 좋은 의견도 나올 수 있고 이게 함께 하는 의회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양보와 배려’를 강조하는 강장봉 의장의 매주 화요일은 명규환 부의장, 사무국장과의 회의로 시작된다. 전에는 없던 생소한 모습이다. 그뿐인가, 필요하다면 상임위원장들과 활발한 의견개진을 위한 창구 마련과 아직 의회에 낯선 16명 초선의원을 배려해 분기별 워크숍도 가질 생각이라고. “다수결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겠다”는 강 의장은 “항상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이게 곧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며 의장으로서의 포부도 내비쳤다.
 그가 그려나가는 의회의 모습은 꼼꼼하고 야무지다. 이런 일솜씨를 진작에 알아본 듯 34명의 의회의원들 중 30명이 그의 손을 들어줬고, 강 의장은 ‘다득표’, ‘민주당 최초’라는 전무후무한 기록까지 남기며 의장으로 선출됐다. 2006년 선거 당시 만 해도 노무현 정권의 여파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라는 권유도 있었고, 2010년 선거 초반엔 집권 여당에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그의 양심은 지역구에서의 1위 당선은 물론 9대 수원시의회 의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생활구석구석을 파고든 ‘일꾼’, 보수적인 지역구에서 3선에 성공
 5전3승2패. 전남 신안 매화도 출신 강 의장의 선거 성적표다. 그것도 혈연·학연·지연도 없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수원의 지역구(율천동·정자1동)에서 3선에 성공했다. 그는 ‘3’이라는 숫자가 행운의 수였다고 회고한다. 두 번의 고배를 마시고 세 번째 도전이라는 결연한 의지와 간절함이 당시 유세장에 있던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진심을 보여준 감동적인 연설로 2002년 시의원 배지를 달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강 의장은 자신을 ‘정치인’이 아닌 ‘일꾼’으로 부른다. ‘화합’에 초점을 두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정치, 생활정치의 실현은 그렇게 지역과 주민들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생활정치가 거창할 것 같지만, 실은 정말 작고 쉬워요. 주민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면 아이디어도 나오고 해결책도 나옵니다.” 율천동에 있는 16개의 경로당을 열흘에 한번 정도 방문하는데, 어르신들은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자주 와서 손잡아주고 대화해주길 바란다고.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배차간격에 문제점은 없는지 살피고, 재래시장에서 자주 장을 보기도 한다. 왠지 그곳에 가면 더더욱 환대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단다. 얼마 전에도 가보니 포도, 사과 값이 많이 올랐더라는 얘기에 십분 공감, 아내와 함께 소박한 시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이 상상이 갔다. 강 의장의 얘기가 이어진다. “재래시장이 다 좋은데 마트의 카트처럼 짐을 실을만한 이동수단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가 만나고 겪는 생생체험 속에서 생활정치가 잔잔히 스며져 나온다.
 의회가 개원하던 날, 의원들이 그 더운 여름 재래시장의 한 식당에 모여 땀을 뻘뻘 흘리며 식사를 했다는 일화는 서민적인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시에 대한 견제와 협력은 확실하게, 행정구역 통합문제는 공감대 형성부터  
 △시의회의 위상 강화 △생산적이며 정책적인 의회 △시민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의회 △시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받는 의회 △시민 곁을 찾아가는 생활현장의회는 전반기 의정활동의 5대 방향이다. 시민 곁을 찾아가는 생활현장의회를 위해 의회의 홈페이지도 활짝 열어놓았다. “시의회는 시민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이면서 집행부인 시를 견제하고 협력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잘하는 일은 확실히 도와주고, 견제할 땐 단호하게 밀어붙일 생각입니다.” 시장과 시의장이 같은 정당이다 보니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시민들의 우려에 대한 그의 다짐이다. 시의원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희망’의 의회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수원화성오산 행정구역 통합문제에 대해선 “해당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 화성문화제나 시민체육행사, 공동 관심사에 대한 학술회의, 세미나 등을 공동개최하면서 하나 되는 분위기를 조성한 후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의 현안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일부 건립된 율전동 뜨란채주공아파트 인근 체육공원에 대한 주민보상문제가 한창 진행 중에 있고, 공원이 완공되면 관리동 안에 주민들을 위한 복지, 문화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천천푸르지오아파트, 천천래미안아파트와 천천중심상가를 잇는 육교설치건은 내년에 예산확보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의료시설 유치를 위해선 인근 아파트 연합회를 주축으로 추진위를 구성, 그 필요성에 대한 주민들의 강한 결속력과 의지를 보여줄 생각이다.
 
새로운 출항, 변함없이 민심을 섬기며 나아가라 하네~
 인터뷰 말미, 강 의장은 자신의 바쁜 행보에 한편으론 우려를 표한다.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면 서민들을 예전처럼 못 만날까봐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6·2지방선거에서 표의 준엄함을 입증해줬듯 자신들보다 서너발씩 앞서나가고 있는 민심을 섬기고 살피는 일에 게을러질까 봐서다. “어떻게든 틈틈이 생활현장에 가볼 생각”이라며 강 의장은 말을 맺는다.   누구는 그를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란 꽃말의 카모밀레에 비유하기도 하고, 누구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의 저서(‘바다는 나에게 쉬지 말고 가라 하네’)에서 보듯 거친 풍랑 속의 배가 좌초하지 않고 어떻게 목표를 향해 나아갈지, 이제 9대 수원시의회의 4년간의 항해를 지켜볼 일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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