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 할 뿐, 사업가로 수학강사로 종횡무진
“요즘 같은 날씨에도 이곳은 웬만하면 덥지 않아요. 손님이 한참 밀릴 때가 지나면 평상에서 낮잠도 자고 신선놀음이 따로 없지요.” 대로에서 불과 몇 백 미터 벗어났을 뿐인데 전원풍경이 한적하게 펼쳐진 곳, 주교동에 위치한 금상첨화에서 만난 정곤채 대표(64세)의 첫 마디다. 보양식 전문점 ‘금상첨화’를 운영한 지 15년 째, 고양시에서 알아주는 음식점으로 성공한 사업가인 정곤채 대표는 말은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사업가로 수학강사로 누구보다 바쁜 사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바로 그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정 대표. 그의 열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더위도 잠시 잊었다.
교사로 재직하던 때도 한 가지 일에 만족하지 않았던 열혈맨
정곤채 대표의 전직은 교사.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 서문여고 생물교사로 재직했다. 당시 수학교사가 부족해 “수학을 한번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수학교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 오늘날 그를 ‘수학의 달인’이란 별호를 달게 한 계기가 됐다. 생물교사가 수학을? 의아해 할 수 있을테지만 사실 그는 고교시절부터 제일 좋아하던 과목이 수학이었고 수학성적도 우수했다고. 그러고 보면 수학과 인연이 닿은 것이 우연은 아닐 터. 권유를 받자마자 그는 당시 유명 수학강사가 있던 학원에서 하루 다섯 시간 씩 3년 간 공부했다. 그때 공부한 수십 여 권의 노트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지금도 학생들을 지도하는 학습 자료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보물 같은 존재.
“당시 수학 스승이 법대 출신인데 이 양반이 수학이 암기가 아니라 원리라는 것을 깨닫고 학생들이 그 원리만 이해하면 누구나 수학을 잘 할 수 있을텐데 하고 연구한 교수법이 기막혔어요. 그 비법이 지금 아이들에게 수학을 이해시키는데 고스란히 전달되는거죠” 교사로 재직하면서 저녁엔 학원에 나가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결과 ‘수학 잘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유명세를 탔다. 생물교사에서 수학교사가 된 것도 특이하지만, 무엇보다 주위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그의 나이 오십에 저지른 직업의 대 전환. 잘 나가던 수학교사를 그만두고 보양식전문점을 하겠다고 나선 그를 모두 무모하다고 했지만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사업의 길로 들어섰다.
수학교사에서 사업가로, 나이 오십에 터닝 포인트
지금 금상첨화가 있는 주교동 땅은 교사시절 틈틈이 모은 종자돈으로 사두었던 땅. 30여 년 전의 주교동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고. 세월이 지나면서 주위가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자연 땅의 가치도 올랐다. 교사 시절에도 독서실 등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마인드도 있었고 또 한 가지 일에 만족하지 못하던 그는 어느 날 땅을 둘러보러 왔다가 보양식전문점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단다. 그렇게 시작한 보양음식점 사업은 수학달인답게 사업에서도 원리를 이해하는 탁월한 사업마인드를 발휘, 초기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곧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동료교사들이 처음엔 교사가 그것도 보양식전문점을? 이라고 좀 그렇게 보다가 우리 집에 한 번 와보곤 다들 놀래요. 보양식 하면 다 영세적으로 운영하던 때였는데 대규모로 그것도 운영시스템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고 놀라더군요.”
손맛 좋은 아내의 음식솜씨와 정 대표의 과학적인 운영시스템이 만나 국내의 유명정치인, 교수, 연예인 등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금상첨화’는 1999년 영국 BBC방송에 소개되면서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의 외국인들도 찾을 정도로 유명한 음식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일이든 정성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재료부터 천연재료를 고집하고 7년 전부터는 장단콩과 천일염으로 담근 간장, 된장 등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업 짬짬이 다시 수학강사로 활동, 일인다역의 나날이 보람되고 즐겁다
금상첨화 주위의 숲속에는 소나무 아래 뚜껑만 빼곡 얼굴을 내민 항아리가 꼭꼭 숨어있다. “장 담그는 것도 과학”이라는 그는 누가 보면 장독대를 방치한다고 하겠지만 예부터 소나무 아래 장이 맛있다는 원리 그대로 숲속 항아리에 간장과 된장을 숙성시킨다. 숲속의 나무나 풀들이 적당한 습도와 온도, 빛을 유지시켜 바짝 마르지 않은 최고의 간장과 된장 맛을 내기 때문.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원리를 알면 쉬워진다는 정곤채 대표는 사업 짬짬이 수학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우연히 음식점을 찾았던 고객이 “아들이 수학에 취미도 없고 젬병”이라는 말을 듣고 한번 데리고 와보라고 했던 것이 다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반신반의 그에게 마지못해 2시간 여 수학강의를 듣게 된 학생은 정 대표에게 “본격적으로 수학을 가르쳐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기에 이른 것. 수학은 암기가 아닌 원리라는 것을 깨우치도록 재미있게 가르치는 그의 교수법은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에게 수학에 희망을 갖게 해줬다. 1년을 배워도 깨우치지 못하는 것을 1~2개월이면 마스터할 수 있도록 비법을 전수받은 학생들은 그를 ‘수학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수학이라면 멀리 도망갈 정도로 수학기피증이 있던 학생도 그의 강의를 듣고 나면 무릎을 친다니 그의 비법이 궁금한 것은 리포터뿐만이 아닐 터. 학부모들의 간청으로 아예 음식점 3층에 공부방을 허가내고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정 대표는 날이 갈수록 인기상종가, 일인다역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들은 머리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탄할 나이, 하지만 “이제야 수학이 보인다”는 그는 오히려 젊은 시절보다 사업에서나 수학에서나 더 머리가 깨이는 것 같단다.
“운전 한번 하면 평생 잊히지 않듯, 수학도 그렇게 한 번 원리를 알고 나면 평생 쉽고 잊히지 않는다”는 정곤채 대표. 바쁜 와중에도 주교동주민자치센터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등 봉사활동에도 열심이고 고양시 테니스대회에서 다수 우승할 정도로 운동도 마니아 수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열정적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멋진 시니어, 그렇기에 그의 전성기는 늘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