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리무침, 두부, 견과류 등 냉면 고명의 변신은 무죄
… 메밀막국수의 쌉싸래한 매력
여름 더위를 잊기에 차가운 국수만 한 것이 있을까. 한 젓가락 감아 올려 후루룩 흡입(?)하는 충만감은 끼니 그 이상의 행복이다. 그 중에서도 여름음식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냉면과 막국수는 불쾌지수 높은 더위로 시들시들해져가는 입맛을 살려주는 일등공신이다.
쉽게 맛볼 수 있는 물냉면, 비빔냉면 뿐 아니라 조금은 생소한 이색 냉면과 쌉쌀한 맛이 매력인 메밀막국수를 한 자리에 모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은 물론이요, 유명세만큼이나 그 맛 또한 출중한 집도 빼놓기 아쉬워 함께 골라봤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대 물려 이어온 20년 전통 강원도 막국수
용인 수지구 동천동 한자리에서 20년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곳이다. 메뉴도 막국수와 메밀부침 두 가지 뿐이다.
메밀반죽을 즉석에서 뽑아 면을 삶는데다 좌석도 50여 석 밖에 되지 않아 점심시간 사람이 몰릴 땐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 메뉴판 아래에 ‘빨리보다는 기다리는 미덕을’이라는 글귀가 있을 정도. 하지만 이집 국수를 맛보고 나면 기다린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
동그랗게 말아 올린 메밀면 사리 위에 오이채 무채 달걀이 올라가고, 비빔막국수에는 양념장과 다진 고기가 추가된다. 다진 고기는 많은 손님들이 소고기로 오해할 만큼 질 좋은 국내산 돼지고기를 양념해 볶아 쓴다. 다진 고기와 매콤 달콤한 양념장을 함께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다. 길쭉하게 썰어 절인 하얀 무채와 배추와 열무를 섞어 담근 김치 맛도 좋다.
젊은 사장 김남용 씨가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비법 그대로 육수를 만드는데 사골육수와 야채육수를 반반씩 섞어 사용한다. 여름에 쓸 육수를 봄, 가을에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냉동고에서 얼렸다가 쓴다. 육수를 낼 때 한약재를 첨가해 잡냄새 없이 맛이 깔끔하다.
Tip 메뉴 물막국수 6000원, 비빔막국수 7000원, 곱빼기 7000원씩, 메밀부침 6000원, 동동주 3천원 5천원 영업시간 아침 11시~ 밤 9시 위치 및 주소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180-14(기업은행 뒤편 풍림1차아파트 근처) 문의 031-262-5811
코다리의 매콤 달콤 쫄깃한 맛 속초코다리냉면
용인 성복동의 ‘속초코다리냉면’은 함경남도 단천지방의 전통비법으로 냉면을 만든다. 일반 함흥냉면과 달리 황태고명이 편육 대신 올라온다. 황태고명은 매콤하고 달달한 맛으로 쫄깃하게 씹히는 것이 회냉면의 회를 씹을 때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 일반 함흥냉면보다는 단 맛이 조금 더 강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면도 쫄깃하고 양도 꽤 많은 편.
냉면을 먹기 전에 나오는 황태육수는 해장국 못지 않은 시원함으로 지친 속을 풀어준다. 물냉면은 코다리 없이 오이와 무채, 달걀 등 심플한 고명에 육수를 부어 주는데 이 역시 마니아층이 두텁다. 카운터에 써붙인 ‘속초 코다리냉면은 다대기, 고명 하나하나 3대째 내려오는 비법으로 정성들여 만듭니다’ 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저녁시간 지나 이 집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미리 확인전화를 해보고 가는 것이 필수. 당일 준비한 식자재만 사용하기 때문에 손님이 많은 여름철엔 문을 닫는 시간이 들쑥날쑥하다. 문 닫을 때가 안 된 시간에도 마감영업 표지판이 종종 현관 앞에 나와 있어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많다.
Tip 메뉴 코다리냉면 6000원, 물냉면 5000원, 사리 추가 2000원, 고명 추가 3000원, 왕만두 5000원, 황태탕 7000원(계절메뉴 9월~3월 동태찌개) 영업시간 오전 11시~ 밤 9시 위치 및 주소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66-10 2층(두산기술원 맞은편쪽) 문의 031-264-9959
더위와 건강을 모두 잡은 웰빙냉면 상도동 사리원 분당점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상도동 사리원 분당점’의 냉면은 손두부 과일 야채 견과류 등 푸짐한 고명이 이색적이다. 12가지 고명 때문에 붙여진 ‘열두냉면’이라는 별칭은 열무김치와 두부의 앞 글자에서 따 온 것이기도 하다고. 매실이 첨가된 면은 약간 초록빛을 띠는데 쫄깃한 식감으로 냉면의 맛을 더한다.
이 집 냉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숟가락을 챙기는 건 필수. 면과 야채고명들을 어느 정도 먹었다면 그 다음엔 숟가락으로 육수 아래 가라앉은 견과류를 떠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에 따라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고명이지만, 아이들에게 먹이기에는 영양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곽영일 사장이 냉면만큼이나 강한 애정을 쏟고 있는 주력메뉴는 바로 만두. 황해도 사리원지역의 음식 맛을 그대로 담은 이북식이다. 얇은 만두피 속에 속이 실하게 차 있는 왕만두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직접 만든 손두부와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 감칠 맛 나는 김치가 이 집 만두 맛의 비결. 양지로 우려낸 맑은 국물에 집에서 만든 국간장으로 간을 한 만둣국도 인기 있는 베스트메뉴다.
Tip 메뉴 열두냉면 7000원, 만둣국 7000원, 접시만두 6000원, 만두전골 2만2000원, 빈대떡 8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밤 9시 30분 위치 및 주소 분당구 서현동 221번지(서현 먹자골목 내)
문의 031-709-6012
툭툭 끊기는 순도 높은 메밀 면발 삼교리동치미막국수
궁내동 가구거리에서 2년째 영업 중이지만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삼교리동치미막국수’. 같은 이름으로 전국에 8개 매장이 있는데, 이곳 정재경 사장이 미사리와 분당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막국수를 시키면 사리와 국물이 따로 나온다. 메밀의 함량이 높아서인지 일반 메밀국수보다 조금 더 쌉싸름한 듯 하지만, 사리와 동치미 국물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난다.
양념장 얹은 비빔막국수에 동치미 육수를 한 국자 반 붓고 식초, 겨자, 설탕을 넣어 먹어보니, 면이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은은한 메밀 향도 비교적 풍부했다. 순도높은 신선한 메밀가루로 만들어 툭툭 끊기는 면 때문에 ‘면이 불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육수 또한 고기를 넣지 않은 식물성의 깔끔한 맛으로 100% 무에서 나온 동치미 국물만 쓴다. 동치미의 무만 따로 먹어도 과일 부럽지 않을 만큼 맛이 좋다.
이 집의 베스트 메뉴는 막국수와 함께 수육, 감자전을 세트로 맛볼 수 있는 보쌈 정식. 다만 얼리지 않은 국내산 최상급 삼겹살로 만들다 보니 양이 적은 점은 감안해야 한다.
Tip 메뉴 물막국수 6000원, 비빔막국수 6000원, 보쌈정식 2인 2만2000원, 감자전 8천원 영업시간 아침 10시~ 밤 10시 위치 및 주소 분당구 궁내동 239-1(궁내동 가구거리 판교에서 수지방면으로 오른편)
문의 031-719-0888
슴슴한 평양냉면의 최고봉 평양면옥 분당점
쫄깃하고 김칠맛 나는 함흥냉면에 비해 밍밍하고 슴슴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평양냉면. 첫 맛은 덤덤하지만 두어 번 더 먹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치명적인 중독성을 갖고 있다. ‘평양면옥 분당점’은 메밀을 하루 사용량만큼 직접 제분해 뽑기 때문에 면발이 좋고, 소고기의 양지 사태 설도 부위와 야채로 육수를 만들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 그릇 표면에 김이 하얗게 앉을 만큼 육수가 시원하고 담백하다. 평양면옥의 비빔냉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면은 물냉면과 같은 면인데 비빔장이 매콤하면서 산뜻하다.
고기 맛도 뒤지지 않는다. 최상급 식재료만 고집하는 이 집에는 제육 편육 어복쟁반 불고기 등이 메뉴로 준비되어 있다. 특히 불고기의 인기가 높은데 냉면과 함께 먹으면 더 좋다. 두부와 숙주로 꽉 채워진 만두도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처럼 꾸미지 않은 소박한 맛이다. 다만 1만원에서 천 원짜리 한 장 빠지는 냉면 가격이 부담되는데다, 평범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오는 냉면에서 가격만큼의 격(格)을 찾아보기 힘든 점이 아쉽다.
Tip 메뉴 냉면 9000원, 비빔냉면 9000원, 사리 6000원, 만두국 9000원, 접시만두 9000원, 제육(돼지고기) 2만원, 편육(쇠고기) 2만2000원, 어복쟁반 大 6만5000원 小 4만5000원, 불고기(200g) 2만4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밤 9시 30분 위치 및 주소 분당구 서현동 194-2(새마을연수원 가는 길)
문의 031-701-7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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