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사&문화유산해설사 이세주 씨

지역내일 2010-08-17

재능나눔의 즐거움에 빠진 만년 청년 

  지난 목요일 오전, 탄현 고양문화의집 ‘팝송영어’ 강의실은 올드팝에 매료된 수강생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랜디 반워머의 ‘Just when I needed you most'' 의 애절한 가사에 심취한 수강생들은 대부분 7080세대, 하지만 대학생 등 젊은이들도 몇 년 째 수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팝송영어‘의 강사는 이세주 씨(64세). 영어강사 뿐 아니라 고양시문화관광해설사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그는 가진 재능을 나누는 樂에 누구보다 활기찬 인생2막을 살고 있는 시니어. 하루 24시간 바쁘게 살다보니 나이 먹을 새도 없는 것일까? 아직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젊은 오빠, 이세주 씨를 고양문화의집 강의실에서 만났다.

영어에 능숙한 경력 살려 ‘팝송교실’ 인기강사 등극
  이세주 씨는 항공사 승무원 사무장으로 20여 년 근무하는 동안 외국 출장이 잦았던 터라 영어회화에 능통하다. 또 대학 재학시절에는 그룹사운드 멤버로 활동했고, 60년 대 후반 미8군 그룹사운드로 활동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경력을 가진 인물.
이런 경력을 살려 퇴직 후 2003년 4월 행신동 고양여성회관에서 ‘팝송영어’ 강사로 활동하게 된 그는 강좌를 통해 그가 가진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있었다. 대학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7080 세대의 올드 팝송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영어 강좌는 주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벌써 7년째 스테디 강좌로 자리 잡고 있다. 또 2년 전부터 탄현동에 고양문화의집이 문을 열면서 그곳에서도 ‘팝송영어’강좌를 맡게 됐다. 고양문화의집 팝송영어 강좌 역시 인기 만점, 수강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의 강좌는 나날이 인기상승 중이다. 그 비결이 궁금한 리포터, 팝송영어 강의를 청강했다.
  지난 목요일 고양문화의집 ‘팝송영어’ 강의는 팝송 한 곡을 정해 영어가사를 해석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예전 학창시절 어려운 영어단어도 팝송을 부르면서 쉽게 익혔던 것처럼, 다시 그때로 되돌아간 수강생들은 열심히 영어 문장을 익히고 가사를 따라 부른다. 이어 발음 교정, 콩글리쉬를 잉글리쉬로 바꾸기 위한 ‘입 풀기’ 시간이 이어지고 2부 강의는 신나는 가창시간. 가사에 담긴 감정을 살려 팝송을 부르는 순서로 강의가 이어졌다. 일렉기타를 직접 연주하는 이세주 씨의 생생한 반주에 맞춰 ‘Just when I needed you most'' 를 부르는 분위기는 딱 학창시절 음악시간 분위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당신이 그리워, 당신은 내가 당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내 곁을 떠났으니까”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에 심취하다보니 2시간의 강의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다. 7년 전 고양여성회관에서 서 너 명의 수강생으로 시작한 ’팝송영어‘가 지금 수강신청이 밀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까닭, 알 것 같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가벼운 강의라고 생각하면 오산. 이세주 씨는 “즐겁게 팝송을 배우면서 우리와 다른 서양문화를 이해하고 더불어 영어와 친숙해지게 하는 것이 강의 목표”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선택된 곡의 음악적 요소는 물론 그 곡의 배경과 관련된 사연까지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2시간의 강의를 위해 그 몇 배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요즘 학생들 저보다 박식하고 노래 잘하는 학생이 많아요. 강사가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들통이 나거든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주부나 직장인들에게 영어실력과 더불어 그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알리는 일에 이전 직장생활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이세주 씨. 그래서일까? 세월도 비껴간 듯 활기에 넘친 모습, 강의를 듣는 동안 엔돌핀이 팍팍 솟는다.

5년 째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로도 활동, 외국인을 위한 해설 도맡아 
  그의 활동무대는 강의실뿐 만 아니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로 벌써 5년째 활동 중이다. 현재 서오릉 문화관광해설을 맡은 이세주 씨는 해박한 문화유산 지식과 지루할 새 없이 구수한 입담으로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해설사로 칭찬이 자자하다. 팝송영어 강사로 활동하면서 또 장시간의 교육과 시험을 거쳐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게 된 동기가 있을 터. “글로벌 시대인 만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우리 것을 먼저 알아야 하고 또 널리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팝송영어가 他문화를 이해시키는 일이라면 문화관광해설은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20년 이상 많은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선진국일수록 우리나라에 비해 선조의 얼과 정신이 담겨있는 유물이나 문화재 보호와 관리에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선진국이란 것이 경제적 여유도 여유지만 무엇보다 조상의 정신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라는 것을 느꼈죠.” 특히 스위스의 한 농가에서 선조로부터 물러 받은 30년 이상 된 수도꼭지를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그때부터 옛 것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게 되었다고 한다.
  퇴직 후 그 때의 문화적 충격을 떠올리며 우리 문화사적 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문화관광해설사’가 된 것이 무엇보다 보람되다는 그는 “무슨 질문에도 답할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지만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는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이 자신의 해설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정신에 감탄하고 존경을 보낼 때 무엇보다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사실 퇴직 후 집에 있으면 무료하기도 하지만 지레 나이 들기 십상이지요. 아직 젊은 나이에 퇴직을 해야 하는 현실이 섭섭하긴 하지만 꼭 경제적 활동만이 의미 있는 일은 아닐 것 입니다.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인정받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사회가 제게 준 혜택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젠 받은 것을 되돌려 줄 차례지요.” 그래서 그는 요즘 그가 가진 재능을 나누어줌으로써 상대가 기쁘고 또 자신이 더 즐거우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행복해한다. 요즘 많은 이들 사이에서 ‘재능나눔’이 또 다른 봉사의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어쩌면 그는 훨씬 이전부터 가진 재능을 나누는 ‘재능나눔’에 앞장서 온 선구자가 아닐까. 그래서 앞으로의 그의 역할이 더 기대된다. 그의 인생2막, 또 어떤 열정적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지....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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