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억의 잔칫상 그대로 즐기는 국수정식
요즘은 결혼식에 가면 보통 뷔페음식을 먹지만 여전히 특정 지역에서는 국수정식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국수하면 결혼을 뜻해 “국수 언제 먹게 해 줄거야?”란 말이 나오게 된 연유며 잔치국수라 이름 붙여진 이유도 그렇다. 어릴 적 잔칫날에 먹던 그 맛 그대로 추억의 ‘국수정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대화동에 새로 오픈한 국수전문점 “정”을 찾아가봤다.
든든하게 저렴하게 깔끔하게
최근에는 전문화된 각양각색의 면 요리로 국수 전문점이 인기다.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메뉴들이 각광을 받는 가운데 그 중 잔치국수의 인기도 한 몫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되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고 또 옛 추억이나 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듯하다.
잔치국수는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음식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지만 굳이 밖에서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외식 메뉴라는 인식은 사실 약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도심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잔치국수집이 됐다.
대화동 성저공원 약수터 육교 옆에 위치한 국수전문점 “정”은 여타의 잔치국수집과는 차별된다. 대게 잔치국수나 비빔국수 한 그릇이 전부라면 이곳에서는 허전할 수 있는 국수 한 끼를 제대로 된 상차림으로 즐길 수 있다. “정”의 강말애 사장은 “옛날 정취를 살리기 위해 보쌈 전 탕평채 골뱅이무침 과일샐러드 백김치 등으로 국수정식을 구성했다. 내 자신이 본래 퓨전 음식보다는 토속적인 우리 음식을 좋아해 고향의 느낌이 나는 그런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며 20대에서 60대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좋아하는 친근한 국수를 정갈하면서도 맛깔스럽게 차려내고 있다.
우선 살아있는 듯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에 시원하고 담백한 천연 멸치 육수와 이곳만의 비법으로 만들어진 시큼 칼칼한 다대기가 어우러져 간이 세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좋다. 100% 국내산 목우촌 고기를 사용하는 보쌈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양질의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또 청포묵으로 무쳐낸 탕평채와 금방 부쳐져 나오는 전은 냄새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한다. 요즘에는 샐러드 하면 거의 대부분이 서양식 샐러드를 쫓아가는 추세지만 정에서는 예전 우리 음식 그대로 사라다가 나온다. 오픈 초기에는 잔칫상이라면 늘 따라 나오는 홍어무침이 그대로 나왔지만 현재는 골뱅이무침으로 바뀐 상태. 홍어는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라 좀 더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골뱅이무침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정에서의 모든 음식은 강말애 사장이 직접 손수 만드는 반찬들. 강 사장의 음식 솜씨도 솜씨지만 음식으로 잔꾀 부리지 않고 솔직하고 소박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거기에 6천원의 저렴한 가격에 이 모두를 즐길 수 있어 더욱 포만감이 든다. 국수는 무제한 리필까지 해주기도.
야외 테라스에 테이블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강아지 등 애완동물과 공원을 산책하다가 이곳에 들려 국수 한 그릇을 비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담하고 예쁜 아틀리에 같은 분위기
강 사장은 고향이 이곳 일산. 신도시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서 나고 자라 누구보다 일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원래 같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공방을 운영 했었던 도예가인지라 이번 국수전문점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한 셈이다. “정” 역시 밝은 조명 아래 아담하고 예쁜 아틀리에 분위기가 묻어나온다. 출입구에는 아이들이 만든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작품들이 진열돼 있으며 깨끗한 실내는 옐로우 톤이 화사한 느낌을 준다.
친구와 함께, 딸과 함께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강 사장은 앞으로 “정(精)”이 한자의 의미 그대로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우수한 국수전문점의 정수(精髓)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이곳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무더운 여름 국수가 땡기는 날, 직접 끓여내는 것도 귀찮아질 때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담긴 “정”에 와서 푸짐한 잔칫상으로 해결해보는 건 어떨지.
추천메뉴
국수정식........6천원
잔치국수........3천5백원
비빔국수........4천원
보쌈한접시...1만5천원
문의 031-923-8444
김가형 리포터 wyn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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