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래? 냉면 맛은 다 똑같다고!
“주말마다 아이들 데리고 냉면 드시러 오는 분 맞죠?” <기준네 손만두>를 맛 집으로 추천해 준 김효상 씨를 식당 주인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진짜 단골 맞다. 그는 맛 집을 물었을 때 별 망설임 없이 이 집을 골라 주면서 ‘진짜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음식 맛을 볼 때 까지도 반신반의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컨테이너로 지은 건물에 함바집이라는 작은 간판까지. 그저 한 끼 때우고 마는 그런 집이 아닐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배와 절인 오이로 나비 장식을 만들어 얹은 냉면이 나올 때까지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비빔냉면을 한 입 맛본 순간, “오!”하는 탄식이 나왔다. 달콤한 맛도 상큼한 맛도 아니었지만 그릇이 바닥을 드러낼 때 까지 사람을 끄는 뭔가가 있었다. 고소함이었다. 비빔국수의 고소함과는 또 달랐다. 볶은 소고기 고명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매콤한 건 분명했지만 힘들게 매운 맛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집, 면이 좀 독특했다. 얇으면서도 불규칙하게 구불구불했다. 알고 보니 식당에서 직접 뽑은 면이란다. 냉면 뽑는 기계로 직접 면을 만드는 곳, 요새 보기 드문데.
은근하게 입안을 달군 비빔냉면 그릇을 밀어 놓고 만둣국을 맛보았다. 진짜 사골로 끓였다는 국물은 정말 구수했다. 김치가 듬뿍 들어간 만두는 쫄깃쫄깃하면서 맛있었다. 만두피가 조금 두꺼운 것이 흠이라면 흠. 만두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것이 재밌었다. 넓은 쟁반 가득 만두를 빚어내던 할머니들 솜씨였다. 기준네 손만두의 음식들은 화려하지 않았다. 엄격함, 꼼꼼함과도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그 집에는 우리가 잃어가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획일화되지 않은 맛, 어머니의 레시피에서 나오는 정다움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나와 사진을 찍었다. 동네는 나날이 ‘세련된’ 곳으로 변해 가는데 어쩌자고 이 식당은 시간이 멈춘 듯 태연하게 서 있을까. 아니, 그냥 그대로 두자. 강호의 고수는 허름한 차림으로 사람들 틈에 엉거주춤 서있는 법이다.
주메뉴: 김치 손찐만두, 사골 손만두국, 즉석기계 물냉면, 비빔냉면
위치: 중산동 84-1번지. 안곡고 뒷 골목
휴무일: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30~오후 8:00
주차: 주차장 있음
문의: 031-976-9181
가까운 곳 배달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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