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선물 듬뿍 받고 왔어요
“처음 알았어요. 달이 그렇게 크고 환한지. 구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별똥별도 보고 반딧불이도 보고. 가을에는 메뚜기, 가재 잡아서 튀겨먹고. 개울에 가서 놀고.”
도시에서 나고 자란 엄마가 도시에서 낳아 키운 아이를 데리고 시골마을로 유학을 다녀왔다. 아이와 엄마는 비로소 자연에 눈을 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를 데리고 2009년 9월부터 네 달 동안 농촌 유학 다녀온 백석마을 강영선 씨를 만났다.
아궁이 때는 집에 묵으며 나무하고 놀고 밥 해먹고
출판사에서 기획편집자로 일하는 강영선 씨. 아이와 시간을 나눌 틈 없이 바쁘고 지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지난해 2학기를 아이와 함께 쉬려고 마음먹었다.
“아이가 곤충을 좋아하니까 산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는 분이 농촌유학이 있다고 소개해 줘서 다녀왔는데 저희가 원하는 곳, 그 이상이었어요.”
강 씨가 아들 승우와 함께 찾은 곳은 경남 함양의 한 농가. 아이 넷을 키우며 농촌 유학 오는 아이들을 돌보는 김일복 씨의 집이었다. 자신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시골 생활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단다. 승우가 전학 절차를 밟아 다닌 학교도 농촌유학에 긍정적인 곳이라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우리가 빌린 농가가 아궁이를 때는 집이었거든요. 아침에는 책 보고 일을 좀 하다가 낮에는 아이하고 산에 가서 나무를 했어요. 저녁에는 불 때서 맛있는 거 해먹었죠. 마음이 여유로우니까 요리도 하게 돼요. 마당 텃밭을 지나면서 방울토마토 따먹고, 고추 심은 거 따서 음식에 넣고, 집 옆에 밭에서 깻잎 따오고요.”
시골에 고향이 하나 더 생겼어요
산책하고 일하고 노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일어났다. 요리도 아이들 스스로 궁리해서 만들어 내더란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 곳이라서 더 좋았다는 강 씨.그러나 아이들을 혼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지 않을까? 혼자 농촌 유학 온 아이들을 지켜본 강 씨의 말은 달랐다.
“보통은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혼자 오는데, 애들이 집에서 안하던 것을 잘해요. 부모가 있으면 다 챙겨주지만 거기서는 다 스스로 해야 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경남 함양에서 ''햇살의 위로'' 농촌 유학을 진행하는 김일복 씨는 관계 때문에 농촌 유학을 오는 것 보다는 자연을 느끼고 싶은 아이들을 더 반긴다. 도시에서 관계로 어려움 겪던 아이들은 시골에서도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시골 마을에 잡음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승우는 자연 속에서 충분히 놀고 싶었던 경우라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도시와 전혀 다른 삶의 속도를 경험한 것이 두 모자에게는 도움이 되었다는데.
“자연의 선물을 받았죠. 그게 참 컸어요. 또 아이가 검도를 다니는데 선생님이 (농촌유학) 갔다 오기 전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게 눈에 띄게 달라졌대요. 아무래도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의 여유가.”
농촌유학을 마치고 도시로 돌아오자 다시 전쟁터로 나가는 느낌이었다는 강 씨. 올 여름 방학이 되면 다시 일주일 쯤 내려가 지내다 올 거란다.
“시골에 사시는 친척이 없었는데 고향이 하나 생긴 것 같아요. 늘 그립고 다녀온 걸 생각하면 꿈결 같아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농촌유학이란?
농촌유학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농가 및 농촌유학 지원센터에 일정기간 머물면서 그 지역의 학교를 다니며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법에 농촌유학 관련 시행법이 있어 짧게 다녀올 때는 전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센터형과 농가형이 있으며, 대부분 농촌유학 체험을 위한 캠프를 열고 있으니 본격적인 농촌유학 전에 다녀와 참가할지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전국 농촌유학센터 현황]
- 햇살의 위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1145-1/010-2615-1752/농가형/
- 한드미농촌유학센터: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043-422-2831/센터형/
- 우리손 농촌유학센터: 경북 영양군 수비면 계동 449/010-7324-8881/농가형
- 경주산촌유학센터: 경북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 545/054-746-7890/센터형
- 울산숲자연학교: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972-1/052-264-0823/센터형
- 소호산촌유학센터: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782-1/052-254-0823/센터형
- 햇살네교류학습: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1145-1/055-963-5586/농가형
- 시골살이 아이들: 경북 예천군 용문면 성현리 377/054-653-4513/농가형
- 철딱서니학교: 강원 양양군 서면 공수전리 226-1/033-672-7479/센터형
- 봄바람네: 경남 함양군 서하면 봉전리 701/055-963-3442/농가형
- 고산산촌유학센터: 전북 완주군 고산면 양야리 122-3/063-262-3336/센터형
- 자연건강산촌유학: 전북 정읍시 칠보면 반곡리 728/070-7773-6282/센터형
- 6남매집 홈스테이: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206번지/061-781-5045/농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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