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되지 않은 비취색 저수지와 가재가 노니는 일급수 계곡
용인자연휴양림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용인시 모현면 초부리.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여름 피서가 한참인 요즘, 계곡엔 물놀이와 첨범거리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일찌감치 들어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 제대로 엉덩이 붙일 공간 조차 없을 만큼 지역 피서객들의 즐겨 찾기 명소가 된 초부리 계곡. 하지만 이곳을 살짝 비껴 내려오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1급수 계곡이 숨어 있으니 바로 갈담리 계곡이다.
천혜의 비경이 숨어 있는 이곳으로 모처럼 리포터 가족 3대가 함께 체험을 나섰다. 친정 부모님과 함께 한 계곡 나들이인지라 여러 번의 사전 답사는 이미 끝마친 상태였다.
돌담을 쌓아 만든 갈담리 마을,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한 분위기에 심취
용인 자연휴양림에서 큰 길가인 45번 국도로 내려와 용인외대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갈담 4거리가 보인다. 이곳에서 ‘보리향기’라는 식당 입간판이 보이면 바로 우회전을 해 좁다란 길을 따라 들어선다. 5~6월이면 입구 양쪽으로 초록의 보리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그야말로 ‘보리향기’를 제대로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추수가 끝난 밭 사이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고즈넉한 마을이 나타난다. 기나긴 돌담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고요함마저 느껴지는 갈담리 마을. 차에서 내려 돌담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돌아보면 연안이씨의 신위를 모신 사묘를 비롯해 마을은 흡사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하나의 유적지다. 그래서일까. 조용히 마을 산책을 하다보면 색다른 즐거움이 더해진다. 갈담 마을을 뒤로하고 왔던 길에서 ‘보리향기’ 식당을 좇아 계속 오르다보면 더욱 비좁은 외길이 나오고 막힌 길이 아닐까 슬슬 걱정이 생길 무렵, 고개 하나를 넘으면 이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초록으로 단장한 나무숲 사이로 반짝이는 보석만큼 아름다운 비취색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 물결 속에는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 않고 자유롭게 놀고 있어 보는 눈이 즐겁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고 시린 물에 발이라도 담글라 치면 이곳이 무릉도원은 아닐까, 세속의 시간이 멈춘 듯 비경에 저절로 홀리고 만다.
계곡물에 발 담구고, 가재와는 친구 삼고
저수지의 빼어난 풍광을 뒤로 하고 산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비로소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정광산(해발 562m) 입구로 향하는 진입로 옆으로 바로 오늘의 최종 목적지, 가재가 노니는 갈담리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외딴 마을 산골짜기에 숨어 있어 흔히 찾아내기 어려운 보물과도 같은 계곡입니다. 저희도 여기서 가재를 잡아다 자연휴양림에 놓아주려고 찾아왔어요.”
바위틈을 뒤져 연신 가재를 잡고 있는 용인자연휴양림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모처럼 3대가 함께 한 여름휴가를 용인의 오염되지 않은 1급수 계곡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첨벙거리는 발걸음이 경쾌해 진다.
“엄마, 우리도 가재 잡아서 저분들 도와드려요.”
큰 아이의 제안을 시작으로 가족 모두는 가재 잡기에 돌입, 역시나 왕년에 계곡에서 발 좀 담구셨을 친정 아버지의 손놀림이 가장 익숙하다.
가재라는 놈을 자연도감에서만 보아온 우리로서는 그저 할아버지의 바위 들추기만 조심스레 구경할 뿐. 그렇게 한참을 계곡물을 따라 바위를 뒤지던 끝에 드디어 가재 발견. 어렵게 찾아낸 가재는 튼튼한 양쪽 집게를 흔들고 새우처럼 굽은 등을 오므리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가재의 수확으로 물놀이는 정점에 달하고 계곡 바위틈에 발을 담구고 누워 망중한을 즐기던 외할머니에게 달려가 큰소리로 가재 포획을 자랑하는 아이들. 어느새 사라진 자연휴양림 관계자들에게 가재를 선사하지는 못했지만 큰 아이는 어서 빨리 가재를 놓아주자며 또 한 번 재촉을 해댄다.
“여기에서 가재를 잡아가면 벌금이래요. 아까 분들은 자연휴양림에 가서 풀어 줄 거구요. 우리도 어서 계곡물에 풀어줘요.” 순박한 아이의 마음 씀씀이 덕에 힘겹게 잡은 가재는 제대로 구경 한번 못해본 채 계곡물로 방사, 날쌔게 바위틈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후 늦도록 이어진 갈담리 계곡에서의 물장구질은 3대 가족의 멋진 추억이 되어 마음 한편에 꼭꼭 저장되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Tip 갈담리 계곡 즐기는 법
갈담리 계곡 즐기는 법계곡 근처에 하나 있는 ‘보리향기’ 식당이 업종 변경 공사를 하고 있어 음식점이 없는 점에 유의. 계곡과 산에는 취사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미리 음식을 싸가야 한다. 가재와 송사리, 도룡뇽 등 계곡에서 만난 자연 생태물은 보존을 위해 제자리에 돌려놓는 센스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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