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이 활짝 열렸습니다 - 천안 신방동 ‘책향기 도서관’

삭막한 아파트 공간? 시원한 사랑방이에요!

지역내일 2010-08-09
주택법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아파트) 내 작은도서관(문고) 설치를 의무화하고 준공검사 시 이를 포함하고 있다.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가 단지 안에 도서관을 마련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딱 그 즈음이다. 다른 어떤 아파트보다 먼저 주민들이 스스로 마련한 작은도서관이 있다. 의무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 나눔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다. 신방동 한라동백아파트에 마련된 ‘책향기 도서관’이 그곳. 이후 ‘책향기 도서관’은 주민들이 함께 하는 활발한 활동으로 현재, 천안 지역 작은도서관의 역사가 되고 있다.

아파트 공간 안에 자리한 작은 나눔터
‘책향기 도서관’과 첫 만남은 지난 2007년 가을. 건물 하나가 온전히 도서관으로 마련되어 인상적이었다. 아파트 안에 마련된 작은도서관이라 큰 기대 없이 들어서 더욱 그러했는지 모른다. 벽면에 즐비한 책들에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더욱이 공공도서관처럼 책마다 바코드가 부착되고 잘 정돈되어 놀라웠다. 당시 마련된 책이 5500권 정도. 지금이어도 대단하다 여길 만큼의 양이다. 그중 3000권 정도가 바코드 작업까지 완비였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던 것도 새로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 책 한 권씩 뽑아 자리 잡고 읽는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잠시 책 읽는 짬을 이용해 잠시 은행 일을 보거나 장을 나설 수도 있었다. 문학소녀의 꿈을 잇는 곳으로도 활용했다. 아이들은 하교 길에, 학원가는 길에 잠시 들러 책 한 권씩을 달게 읽곤 했다. 한 달 대여되는 도서만 1000권 정도. 상당한 호응이었다.

꼭 필요한 곳이니 함께 마련한 공간
‘책향기 도서관’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06년 1월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불기 시작한 마을 작은도서관 건립의 바람, 아파트 내 마을문고의 의무화, 시의 정책까지 어우러져 건립을 도왔다. 가까운 곳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 호응은 대단했다.
하지만 항상 중요한 것은 시작이 아니라 과정. 대부분의 작은도서관과 다를 바 없이 ‘책향기 도서관’ 역시 어려움이 곧 따라왔다. 무엇보다 꾸준한 지원의 부족이 어려움이었다. 곳곳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지원할 곳이 많아지며 시의 지원이 흐릿해졌다. 신간의 구비가 이어지지 못하니 찾는 발길은 점점 뜸해졌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녀회의 지원과 주민의 관심이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공간은 엄마가 가장 먼저 안다. 그 함께 함으로 책향기 도서관은 다시 힘을 얻었다. 읽고 싶은 책이 빽빽한 책꽂이를 아이들은 느끼는 법이다.

아직은 주민의 공간, 이제 시민의 공간으로 함께 고민해야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방학. 바깥 활동이 영 불편할 때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책향기 도서관’을 찾는다. 시원한 공간에서 더위를 피하며 책을 통해 머리와 마음을 채우니 엄마도, 아이도 좋아한다.
운영자들은 이럴 때 신간이 제때 구비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이것은 비단 ‘책향기 도서관’만의 고민은 아니다. 필요에 공감해 혹은 세워야 하기에 일단 만들고 관리를 못하면 작은도서관은 오히려 무용지물이다. ‘책향기 도서관’ 서혜경  관장은 “작은도서관을 세울 때 반드시 어떻게 관리할 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이후 잘 운영될 수 있는 길까지 함께 고민하고 책임감을 갖고 이어 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이를 한 동네, 민간의 힘에만 맡기는 건 모험이다. 개인의 의지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은 그 힘이 꺾이면 지속성마저 위협받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시의 일괄적인 지원과 관리. 그 기본에 민간에서 함께 할 때 꼭 필요한 공간으로, 생활에서 요긴히 활용될 수 있다.

방학이면 학교마다 필독도서를 내주곤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책을 찾는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읽자니 책이 워낙 한정되어 쉽사리 차지할 수가 없다. 또 일일이 사서 읽자니 비용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를 작은도서관이 갖출 수는 없을까. 정기적인 지원을 통해 책을 구비할 수 있고 방학 전에 학교와 정보를 공유해서 필독도서를 갖추게 된다면…. 아이들은 꼭 필요한 책을 읽을 수 있고 학교는 학습 기본기를 갖춘 아이와 마주할 수 있고 가정은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리고 작은도서관은 아이가, 주민이 함께 하는 동네의 사랑방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그동안 작은도서관을 취재하며 서툴게 그려본 그림. ‘책향기 도서관’이 이어온 5년의 역사, 소박한 하루는 서툰 그림이나마 제법 그럴 듯한 채색을 꿈꾸게 한다. 
위치 및 문의 : 신방동 한라동백아파트 107동 옆. 011-437-4136
도서후원문의 : 천안 - 천안KYC. 578-9484. 아산 - 아산시립송곡도서관. 537-3951~2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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