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듯 만두를 빚는다
상도동 작은 가게에서 출발 … 국내산 최고의 재료로 빚은 작품 같은 맛
11년 전 서울 상도동의 사리원을 시작할 무렵 미국에 거주하는 남편에게 편지글을 쓰면서 시작된 글쓰기. 어느날 한 지인의 도움으로 편지글에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이 담기면서 인터넷에 올려졌다. 그것이 마냥 신기했던 유승배(56ㆍ상도동 사리원) 대표는 컴퓨터, 인터넷, 게다가 포토샵까지 독학으로 배워 아름다운 배경화면을 만들고 좋은 글귀들을 꾸며 주는 일에 한동안 꽂혀 살았단다.
우연히 ‘사랑시’를 쓰시는 손희락 시인의 글을 꾸며주며 자연스레 문하생이 되었고 그렇게 맺은 시와의 인연은 등단으로 이어져 어느덧 시집 3권을 출판한 여류 시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분당 서현동에 상도동의 명성을 이어 2호점을 낸 상도동 사리원 유승배 대표의 또 다른 직함, 시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만두 빚는 정성과 시를 쓰는 작업은 비슷해
‘상도동사리원’은 서울 상도동의 명물이 되었다 싶을 정도로 대표적인 맛 집이다. 작고 허름한 가게엔 연일 사람들의 발길로 문턱이 닳아 없어질 지경. 점심때가 되면 대기 손님만으로도 주변 일대가 시끌벅쩍하다. 이처럼 익히 알려진 상도동 사리원의 맛의 비결은 유승배 대표의 깐깐한 맛의 철학에 기인한다.
“친정 엄마가 이북분이신데 음식이며 그림 등 손으로 하는 모든 것에 감각이 뛰어난 분이셨어요. 그런데 저도 친정 엄마의 감각을 물려받았죠.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음식을 고스란히 재현해 낼 수 있고 그렇게 만든 게 바로 사리원의 만두와 냉면입니다.”
지금은 두말이 필요 없는 대표적인 명소, 상도동 사리원의 성공신화도 어쩌면 유 대표가 물려받은 손맛에 기인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충청도가 고향인 유 대표는 의상실을 운영했던 패션 디자이너였다. 미스코리아도 배출시킬 만큼 화려한 이력도 많았지만 인생이 순탄대로를 달릴 수만은 없는 법.
“남편은 미국에 가있고 내가 생계를 꾸려야 했었죠.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다 쓰러져 가는 가게를 보고 무작정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가게를 인수하고 나서야 무얼 해야 하나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친정 엄마가 해주시던 만두와 콩 빈대떡이면 승부를 낼 수 있겠다 싶었죠.”
평소 좋아하던 재료 열두 가지, 고명으로 올려 탄생한 ‘열두냉면’
그녀의 예상은 적중, 상도동 사리원의 만둣국과 콩 빈대떡은 시쳇말로 대박을 이루며 손님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겨울에 문을 연 사리원이 계절을 넘기고 여름이 오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여름메뉴는 없냐는 손님들의 문의가 쇄도. 결국 냉면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엄마가 해주신 집 만두는 자신이 있었지만 냉면은 잘하는 집이 많잖아요. 그래서 고심 끝에 우리 집 만의 색다른 냉면을 만들어 보자 결심했죠. 면도 매실을 넣어 뽑고 냉면 위에 제가 좋아하는 온갖 견과류와 채소, 두부 등 12가지 고명을 얹어 내놓았는데 주변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그렇게 ‘열두 냉면’은 우리 집 만의 특별한 냉면으로 탄생 되었답니다.”
그런데 고운 외모와 우아한 자태의 유 대표는 험하고 궂은 식당일과는 그리 썩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꽃 같이 어여뿐 자태로 손님을 맞이하고 주방 일과 음식은 다른 이에게 맡길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
상도동 사리원의 모든 메뉴를 손수 만들고 아침마다 음식 준비를 제일 먼저 시작한다.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줄 때와 똑같이 만두를 빚어요. 고기도 최상의 국내산 생 돼지고기에 아침에 만들어낸 따끈한 손두부, 가장 맛있게 익힌 김치를 넣고 빚어요. 그래서 ‘시를 쓰듯 만두를 빚는다’는 제 시(詩)가 만들어 질 수 있었죠.”
그래서일까 얇은 만두피 안에 속살이 꽉 차게 들어선 만두는 담백하면서도 푸짐하게 입맛을 사로잡는다. 국내산 양지로만 맑게 끊여낸 국물에 시(時)처럼 빚은 만두를 넣고 끊인 만둣국은 사리원의 손꼽히는 메뉴이기도 하다.
여기에 ‘콩 빈대떡’은 상도동 사리원의 또 다른 별미 음식이다. “콩은 전분이 적어 국내산 품질 좋은 콩으로 부쳐야만 제대로 빈대떡을 만들 수 있어요. 손님들도 이런 빈대떡은 처음 맛본다며 너무나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철판에 노릇노릇 익혀 나오는 콩 빈대떡은 보기에도 군침이 돌고 한쪽을 베어 먹으면 입안에 살살 도는 고소함과 단백함이 ‘바로 이 맛이야’를 연발하게 한다.
문의 031-709-6012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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