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시 재정 정확히 알리고자 한 것”
‘안 갚겠다’ 아닌 ‘돈 갚을 시간을 달라’… 판교 위해 지방채 발행 요청
성남시가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급유예’를 선언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연일 언론을 통해 성남발 소식을 접하는 시민들의 심정도 복잡하다. “성남시가 거지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돼 집값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분개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시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평소에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 꼭두각시인 시의회에도 무관심한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좋은 계기”라며 격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명 시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은 자기 살림살이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고 이번 지불유예 선언은 성남시의 살람살이, 성남시 곳간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자치단체에서 지불유예선언을 할 법적근거는 없으며 성남시가 갚을 돈이 있으면서도 사실을 부풀려 왜곡하고 있다고 말한다.
“7월이 될지 12월이 될지는 모르지만 즉시 또는 몇 개월 안에 갚아야 할 특별회계 금액이 5200억원이다. 성남시 연간 가용예산인 3000억원의 2년치에 해당하는 돈으로 이미 계속하고 있는 사업을 빼면 한 아마도 3~4년치를 합쳐야 될 것이다.
헌데 성남시로서는 이것을 당장 갚을 능력이 없다. 지급시기를 분산하고 여유를 주면 마련할 수 있는 돈이지만, 지금 또는 몇 개월 안에 갚으라고 하면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돈 갚을 시간적 여유를 주고 그 안에 행안부는 우리가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골자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는 게 습관이 된 집단에게는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겠지만, 저는 시민들에게 성남시가 어떤 상황이라는 걸 정확하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LH공사와 국토부는 성남시민에게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게 해줘야 하고 국토부는 관리 감독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재정자립도 70%에 육박하고 전국 9위의 부자 도시, 이게 대내외적인 성남시의 이미지다. 그래서 이번 일을 놓고 이재명 시장이 공약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 쇼라는 비난도 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은 시민들에게 성남시의 살림살이를 정확히 알리고자 하는 것, 그 이상은 없다.
정치적이라고 공격하는 이들이야말로 매우 정치적이다. 행안부와 국토부에서 정치적 쇼다,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부가 그간 지자체에 대한 관리감독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거나 또는 무능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 책임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당연한 일을 한 자치단체장을 정치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사태의 1차적 책임은 국토해양부에 있다. 국토부는 판교개발사업 공동시행자인 주무관청으로 정산도 주도해 나가는 부처다. 불요불급한 돈의 이전을 막을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4년 동안이나 특별회계 돈이 전출된 걸 모르고 있었다면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아번에 성남시 재정 상태를 공개함으로써 다른 지자체의 실정도 드러나게 됐다. 이런 것들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운 집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재정 공개는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 아닌가?”
-판교 주민들은 도로 기반 시설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런 고생을 몇 년 더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한다.
“판교기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 승인을 요청한 것이다.
판교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시급히 이루어내고 현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우선 지급유예 선언을 하고 지방채 발행으로 현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것이다. 판교주민들은 지방채 승인만 이루어진다면 전혀 불안해 할 것이 없다. 현재의 성남시 재정상태로는 지방채 발행 승인은 무난히 이루어 질 것이다.”
-성남시를 이 지경까지 만든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명백히 시시비비는 가려야겠지만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기만 한다면 발전은 없다. 이번 기회에 민간 회계 시스템 도입 등 선진 회계 기법을 도입해서 시 재정 현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선언한 것은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가 아닌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이다. 헌데 자꾸 돈을 안주겠다는 쪽으로 호도되고 있어 염려스럽다.
현재 당장 도래하는 것에 대해 지불할 자산이 없어 연기해달라고 한 것이고, 연기해주면 연차적으로 갚겠다는 의미다. 안 갚는다, 능력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우리 시는 자산부족도 아니고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당장 유동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향후 재정운영상황 공개, 제대로 된 재정운용계획 수립으로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재정위기 비상대책팀을 운영해 현재의 재정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하겠다.
오늘(15일)도 간부회의를 통해 각 과별로 예산 절감 방안을 보고 받았다. 성남시의 공무원 모두가 예산 절감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예산을 제외한 축제성 낭비성 예산부터 줄여나가겠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어려움을 이해해주시고, 예산 낭비 감시를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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