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원장이 추천하는 책이야기 4.삶이 고달프고 힘들 때 위안을 주는 문학작품

--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지역내일 2010-07-14 (수정 2010-07-14 오후 4:39:58)

                             

  “전에는 그냥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부대에서 다시 읽으니 다 내 얘기 같은 거예요. 불쑥 눈물이 나더라고요.”  군대 간 큰 아들이 첫 휴가 나왔을 때 했던 말이다. 길고도 힘들었던 훈련을 끝내고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그 부대 책꽂이의 많지 않은 책들 중에 저 자신이 재미있게 읽었던 <공중그네>라는 책이 눈에 띄어 더욱 반가웠단다.
  <공중그네>를 쓴 오쿠다 히데오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다. 기획자, 잡지 편집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라는 폭넓은 이력이 한 몫을 한 듯. 인간의 내면과 행동을 섬세하게 파고들어 유쾌하게 서술해내는데 탁월하다. 특히 아이 같은 순수함과 충만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엽기 정신과의사 이라부가 치료해가는 다섯 명의 환자 이야기 <공중그네>를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환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이라부의 치료를 받아 결국엔 자신감이 퐁퐁 솟아나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뾰족한 걸 못 견뎌하는 야쿠자의 중간 보스도, 공중그네에서 자꾸 추락하던 베테랑 곡예사도, 장인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던 젊은 의사도, 더는 공을 던질 수 없던 유망주 야구선수도, 공들인 작품의 실패에 대한 상처와 전에 썼던 작품 속 인물을 또 쓰는 것 같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던 여류작가도 이라부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무장 해제되고, 그의 기상천외한 치료법 덕에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되어 있는 걸 어느새 깨닫게 되니 말이다.      
  아들은 <공중그네>를 보자마자 다시 읽고 싶어 마음이 근질거렸지만 한참 뒤에야 겨우   기회가 생겼는데, 이라부의 포복절도 엽기 행각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거기 나오는 다섯 환자들의 얘기가 다 자신의 얘기처럼 읽히면서 콧등이 시큰해졌단다. 
  처해 있는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같은 책도 다르게 읽히고 사람도 달리 보이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겠지만, 무엇보다 ‘문학의 힘’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문학작품을 통해 얻는 위안 내지는 감동이다. 집에 있을 때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난 기쁨, 그때 읽었던 것과 지금 다시 읽는 느낌이 다르다는 생생한 체험, 그리고 거기서 얻는 마음의 위로.
  이런 경험들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을 또 한 발 걸어 나가게 하는 힘을 준다. 군부대에서 특별하게 다시 만난 책은, 낯설고 고립된 군인생활에 적응해가야 하는 아들의 고달픈 일상을 보듬어 하루하루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으리라.  나 역시 한때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 외롭고 서글픈 마음으로 그날그날 버텨나가던 때가 있었다. 그때 동료 하나가 오쿠다 히데오의 유쾌한 문체를 만나 엔돌핀 팍팍 올려보라면서, <남쪽으로 튀어>를 선물해 주었다.  
  옛 운동권 과격파였던 아버지, 운동권 여 전사였던 엄마, 게다가 지금도 ‘걸핏하면 날뛰는’ 아버지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한 열두 살 소년 지로 등 독특한 등장인물. 그리고 일본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심각할 수도 있는 주제들을 가볍고도 명랑하며 유머러스하게 녹여낸 책이다. ‘진지함과 유쾌함의 절묘한 조화’라고나 할까. <남쪽으로 튀어>를 읽으며 얼마나 웃다 울다 했는지, 책을 덮자 내가 고민하던 문제들이 한결 가볍게 여겨지고 구름 걷힌 하늘처럼 마음이 개는 경험을 했다. 이 역시 문학의 힘이 아니겠는가. 
  입시경쟁으로 고달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지만 그래도 문학작품을 만나는 기회만은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좋은 문학에서 얻는 위안과 감동은, 자기도 모르게 감정의 날개를 타고 들어가 마음에 뿌리내리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특히 마음이 힘들고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처럼,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들을 권하고 싶다.  

조동기국어논술 영통캠퍼스 031-273-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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