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비움 실천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요”
2000년 3월 출범한 ‘코코 봉사단’은 고양지역 중고교 학생들로 구성된 연합 봉사 단체다. 민간단체인 ‘고양시 자원 봉사 센터(센터장 허경남)’가 2000년 초 학생들이 입시 공부에 치여 봉사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각 학교에 조직 결성을 의뢰해 만들어졌다. 창립 당시 고양 꽃박람회 마스코트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코코 봉사단’은 현재 여러 학교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 중에서 올해 초 ‘나비 활동반’을 운영하며 단순한 친환경운동으로서의 ‘빈그릇 운동’이 아니라 이를 통해 나눔의 실천을 하고 있는 중산중학교(교장 배임용)를 찾아가 보았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하나 되어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소박한 약속으로 지구를 건강하게 가꿀 수 있다면? 더불어 지구 곳곳의 굶주린 이웃과의 나눔 또한 실현할 수 있다면?
“처음엔 힘들게 이런 것 왜 하느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남기지 않으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음식을 적게 먹으면 어떡하느냐는 우려였지요. 그런데 시행 4개월 만에 교직원, 학부모, 학생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스스로 동참하고 있어요.” 뿌듯한 미소를 짓는 ‘나비 활동반’ 담당 윤순애 교사. 그는 작년 연말, 학교 차원의 ‘빈그릇 운동’ 매뉴얼을 만들어 올해 초부터 경기도에서 최초로 이 사업을 시작한 장본인이다.
“놀토까지 반납하시고 정말 봉사에 헌신하시는 분이세요.” 나비활동반 학부모들의 찬사가 이어진다. 이런 헌신적인 교사가 있어서일까?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참여도 드높다. ‘나비활동반’은 현재 32명의 학생들과 40명의 학부모들로 구성돼 있다. ‘나비활동반’ 학부모 회장인 김은실(45, 중산동)씨는 “처음 학교공문을 보고는 취지가 좋구나,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앞뒤 잴 것도 없이 그 일을 내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루하루 보람을 느낀다는 김은실씨를 비롯한 학부모 40명은 4명씩 나눠 2주마다 돌아가며 당번을 맡는다. 우선 12시까지 학교에 도착해 미리 배식을 받아 식사를 하고 음식의 간은 어떤지, 메뉴는 괜찮은지 등에 대해 체크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12시 30분부터 1시 20분까지 식사를 마치고 각 학급별로 잔반통을 들고 지정 장소에 모이면 ‘나비활동반’ 학생들과 학부모는 일일이 잔반통을 저울에 달아 체크를 하고 뒤처리까지 마치게 된다. 현재 39학급 중 10학급이 잔반 제로 목적을 달성했다.
이렇게 잔반 제로 우수반이 되면 매월 보너스로 간식이 제공된다. 전교생의 반응도 뜨겁다. 처음에 잔반 많기로 유명했던 3학년 12반도 현재는 제로반이 되었다. 바로 그 12반 학생인 전교학생회장 최주현(3학년)군은 “학생들이 이제는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다들 스스로 자기 양만큼 먹으며 몸도 건강해지고 또 환경도 건강해지는 빈그릇 운동에 열심”이라고 전한다.
그릇 비움 통해 ‘마음의 나눔’ 이루어져
얼마 전 학교에서 ‘빈그릇 운동’ 수기 공모전이 열렸다. 교직원까지 참여한 행사였다. 윤순애 교사는 2학년 4반 담임 전영심 교사의 글을 읽고 울컥했다. 전 교사는 어느 날 너무도 기운이 없어 밥을 다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학생들이 “선생님 힘드시면 드시지 마세요. 저희가 먹을게요”라고 위로하며 여러 명이서 전 교사의 남은 밥을 깨끗이 먹었다고. 간혹 아이들이 “잔반 제로반 달성하여 간식 먹어야 하는데 선생님이 남기면 어떡하느냐”고 귀여운 항의를 하곤 하여 솔선수범해야하는 교사들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진정한 마음을 전해오자 전 교사 역시 감동을 받았고 그 수기를 읽은 윤 교사 역시도 감동을 받은 것. 그릇 비움을 통해 ‘마음의 나눔’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렇듯 중산중학교의 봉사단 ‘나비활동’은 비단 봉사단원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교생이 하나가 되어 스스로 활동을 하는 특징을 보인다. ‘나비 활동’ 외에도 전교생이 참여하는 ‘사랑의 저금통 모으기’ 운동도 놀라울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엔 3~4주에 걸쳐 교직원 및 학생이 모금한 금액이 397만원이었는데 올해는 학생들만 2주 동안 모금한 금액이 465만원에 달했다. 이것저것 쓸 곳은 많지만 용돈은 늘 궁하기 마련인 중학생들이 지구 저편에 있는 굶주리는 이웃을 위해 기꺼이 용돈을 내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랍다.
“단원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고 나비 활동도 즐겁다”는 나비활동반 회장 안진형(3학년) 학생은 “쓸 데 없는 곳에 쓰지 않고 잘 모아둔 용돈을 사랑의 저금통에 넣을 때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생겨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봉사시간이 200시간이 넘고 앞으로의 꿈이 사회복지가라는 유나린(3학년) 학생 또한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전달해주는 게 즐겁고 또 그런 가운데 후배들로부터 배우는 점도 많다”며 앞으로도 계속 봉사를 생활화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나비 활동반’은 빈그릇 운동, 사랑의 저금통 모으기 뿐 아니라 교내 ‘아름다운 가게’ 운영도 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학생과 학부모 62명이 라페스타로 나가 거리모금 캠페인도 벌였다. 거리에서 모금 운동을 하는 것이 사춘기 학생들에겐 어쩌면 창피하게 여겨질 수도 있건만 기특한 아이들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도 거리 모금을 나가자고 보챈다며 윤순애 교사가 흐뭇해한다.
현재 중산 중학교는 ‘2010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 참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경기도에서 1개 학교를 선정하는데 만약 선정되면 코엑스에서 ‘나비활동’ 전반에 관해 설명회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빈그릇 운동’이 중산 중학교를 넘어 고양, 경기, 전국,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만간 좋은 소식 전해오길 기대해본다.
박정은 리포터 mintlady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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