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예술교육 현주소 Ⅱ

성남아트센터, 지역 예술교육에 투자하라

지역내일 2010-06-29 (수정 2010-06-29 오후 5:40:11)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만큼 문턱 낮추고 지역 예술인재 양성에 나서야 

예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정서적으로 윤택하게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의 문화적 경험은 인생을 살면서 두고두고 소중한 자산이 된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 같은 예술신동은 아닐지라도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못내 아쉽고 아까운 우리 아이의 예술영재성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 성남의 어린이 예술교육 시스템을 점검한 832호에 이어 성남아트센터 등 공공문화재단을 비롯한 지역문화예술기관의 역할에 대해 짚어본다. 

“문화예술인이 많다는 분당에서 아이 예술교육 시키는 기관을 찾지 못해 서울 예술의 전당까지 쫓아다녀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용인 이영미술관처럼 규모가 작은 사설미술관에도 어린이 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남아트센터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한심하다.”





지역 학부모들의 체계적인 예술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수록 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성남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인 성남아트센터에 대한 원망이 깊다.
특히 성남아트센터는 지난 3월 30일 개관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종덕 대표이사가 밝힌 것처럼 ‘100만 시민사회의 지원과 애정으로 탄생한 문화재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발전에 기여하는 문화공헌,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있는 기관’이다.
어차피 공연 전시기관이니 교육사업은 뒷전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고 치부하기엔 성남아트센터에 들어가는 우리 세금이 막대하다.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이상 국가와 정부가 그리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성남아트센터가 지역 예술교육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이견이 있을 순 없다.
계원예고 황영기(48) 지역예술교육부장은 “예체능 사설학원이나 문화센터 등을 제외하면 성남에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경원대 음악영재원과 계원예고 예술영재교육원이 유일하다”면서 “판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지역이 커진 만큼 예술교육 욕구를 지닌 지역 학생들을 소화할 수 있는 예술교육전문기관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백화점 문화센터 보다 비싼 어린이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가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마련하고 있는 예술교육은 유료로 운영되는 ‘어린이아카데미’와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무료피아노교실 ‘칸타빌레’ 정도. 이는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고양문화재단이 학교 내 문화예술교육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학교 교사 예술 강사를 위한 멘토링 지원사업’과 ‘지역 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기획부 민경원 차장은 “문화예술 저변화에 비중을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역예술교육의 일환으로 베네주엘라의 ‘엘시스테마’ 처럼 소외계층 자녀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엘시스테마 성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남아트센터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아카데미에 대해서도 편하게 드나들며 시설을 이용하기엔 문턱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성남아트센터 문화기획부에 따르면 현재 성남아트센터의 어린이아카데미 등록 회원은 28개 강좌에 253명이 수강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22회 진행하는 70분짜리 콩쿠르대비 초등 성악교실(초1~6)이 35만원.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강사가 진행하는 롯데백화점 분당점 문화센터의 어린이 성악마스터클래스(고학년)의 수강료는 70분 12회 기준 15만원이다. 회당 수업료를 따져보면 성남아트센터가 15910원, 롯데백화점이 12500원이다. 겨우 몇 천 원 차이에 불과하다 할지 모르지만 기업 이익을 추구하는 백화점보다 오히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아트센터의 수강료가 더 비싼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투자 지원 없이 회원 수강료에만 의존해
그렇다면 성남아트센터가 어린이예술아카데미에 투자하는 예산과 지출은 얼마나 될까.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성남아트센터 문화기획부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교육사업 특성상 모든 자료를 공개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는 답변이 있었을 뿐 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재단 측이 작성한 2010년 업무보고를 통해 성남아트센터 전체 문화예술아카데미의 세입예산과 지출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 사업기간동안 문화예술아카데미의 세입예산은 3억9527만8000원, 세출예산은 3억9215만1000원이다. 결국 시나 재단에서는 단돈 10원도 투자 지원하지 않은 채 100% 회원의 수강료로만 운영되는 셈. 이는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능력향상에 기여한다’는 문화예술아카데미의 본래 취지와도 걸맞지 않아 보인다. 이종덕 대표이사의 말처럼 과연 ‘100만 시민의 전폭적인 애정과 관심으로 만들어진’ 성남아트센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분당구 이매동의 신현진(45) 씨는 “뮤지컬 남한산성 때도 그랬지만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 등 대작들의 홍보를 접할 때면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뮤지컬 한편 만드는데 수십 억 원이 들어가는 건 당연하면서 우리 지역 아이들의 예술교육은 등한시 하는 문화행정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고양시 고양문화재단은 이렇게 한다!
공연장 특성화 경영, 무료야외공연 등으로 시민 친화 예술 전개

국내 지역 문화재단 중 가장 활발한 문화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곳으로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고양문화재단(대표 조석준)이 있다.
고양문화재단은 지난 10일 한국문예회관연합회 주최로 열린 ‘전국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 대회’에서 전국 120개 문예회관 중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 양대 공연장의 특성화 경영, ‘극장간 공동 제작’이라는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 계절별 장르별 다양한 무료야외공연들로 시민의 문화예술복지를 실현해 오고 있는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정 … 지역예술교육 전개 급물살
고양문화재단은 아람누리가 세계적인 공연을 만나는 곳, 어울림누리는 가족 체험, 가족 공연물로 극장에 친화력을 느끼는 곳으로 특화를 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지역 도시에서 하나의 문화재단이 각각 특성화된 두 개의 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로 꼽힌다. 특히 고양문화재단 문화사업부 안에 교육사업팀을 별도로 두고 지역예술교육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양문화재단 교육사업팀 이재범 차장은 “2007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부천문화재단 등 전국 24개 기관, 단체와 함께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받은 이후 지역예술 교육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직접 문화예술교육을 계획하고 진행할 때 전문가의 개인맞춤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고안한 ‘학교 교사·예술 강사를 위한 멘토링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또 초등학생 고학년이 자신의 현실에서 역사와의 접점을 찾아 문화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연극-애니메이션 연계 프로그램인 ‘두발로 땅 딛기, 두 손으로 하늘닿기’도 있다.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문화사업, 지역예술가가 주인공이 되는 예술사업,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나눔사업 등을 표방하고 있는 재단은 해마다 성남시의 탄천페스티벌에 상응하는 ‘고양호수예술축제’에서도 시민들의 자유참가작을 공모받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술교육사업부문에서도 고양시 내 학교나 예술교육 단체 등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공모해 선정하는 등 고양시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 예술 활성화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고양문화재단의 조석준 대표이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는 시민의 세금으로 건립, 운영되는 시설인 만큼 공익성을 우선하며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 중”이라며 “고양시민 대중의 수요자 기준에 맞춰 서울에 비해 30~40% 낮은 입장료를 책정해 아람누리극장의 입장료가 7~8만원선, 어울림극장은 3~5만원 선으로 문턱을 낮췄다”고 밝혔다.           
홍정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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