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아이들에겐 즐거운 일이지만 학부모에게는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기간이다. 주부 박모(40 고잔동)씨는 방학을 ‘공부 집중기간’으로 정해 학원 스케줄을 관리할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체험 학습을 위해 두 발이 땀나도록 돌아다닐 계획도 없는데 방학기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어수선해 진다. 원인은 초등 5학년의 큰아들 때문. 1학기 중에 있던 ‘학생건강 체력평가’에서 ‘과체중’ 등급을 받은 아이는 누가 보더라도 비만임을 숨길 수가 없다. 키는 145로 또래들과 비슷해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는 몸무게! 통통해서 보기 좋은 같은 키의 친구와 몸무게 차이가 무려 7kg 차이 나는 47kg. 따라서 비만 정도를 측정하는 체지방율, BMI지수도 측정값이 각각 21%, 25kg/m2로 나와 건강에 빨간 등이 켜졌다. 아이의 건강 평가표에는 건강기준 체지방율이 14-20로 표시되어 있고, BMI지수는 18.3~19.0라고 나와 있었다. ‘지방형 과체중’이 아이의 체형 평가의 결론이다. 이번 방학은 공부보다 아이의 건강관리가 더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먹는 것이 사는 즐거움’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아이와 벌일 ‘식탐 전쟁’에 승리(?)하고 건강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그녀는 그녀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물론 아이와 협의 한 사항이다.
아이를 알아야 문제를 안다
체력평가표에 기재된 바에 의하면 아이의 체지방율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고 체중도 많이 나가는 편. 즉 관리(운동)가 필요한 몸이다. 체력은 오래 달리기 걷기(심폐지구력)가 우려로,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유연성), 제자리멀리뛰기(순발력)도 우려로 나왔다. 윗몸 말아올리기(근력, 근지구력)만 양호로 나왔다. 부족한 것을 보강하고 양호한 것은 더 좋게 하는 것이 모든 관리의 기본. 부족한 지구력과 유연성을 위해 자전거 타기와 농구를 하기로 하였다. 저녁 식사 후 왕복 1시간 거리의 호수공원까지 다녀오기를 아이와 약속했다. 그에 대한 보상은 3일 1회 좋아하는 닭고기 요리 해주기. 농구는 방학 특강으로 일주일에 2회. 횟수가 적다는 단점이 있으나 시간도 길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니 지속성은 있을 것 같아 선택 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학년이 된 아이가 외모에 관심이 생겨 자신의 체중감량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식생활을 고치자
아이의 ‘과체중’의 직접 원인은 과다 음식 섭취. 특히 비만을 초래하는 고열량 식품의 섭취가 많다. 아이가 좋아하는 고칼로리의 자장면과 라면은 아예 섭취 품목에서 제외 했다. 전화기에 저장된 음식점 전화번호도 싹 지웠다. 햄버거와 피자가게가 있는 마트 1층은 가지 않기로 하고, 아이스크림은 일주일에 2회만 먹도록 약속을 받았다. 여름에 찬 것을 많이 먹으면 가을, 겨울에 감기에 많이 걸린다는 신빙성 없는 말도 곁들였다. 점점 인상이 찌그러지는 아들! ‘칼 뽑은 김에 무 썬다’고 내친김에 좋아하는 삼겹살도 주1회로 선을 그었다. 간식으로 먹던 과자 대신 미식가루와 고구마, 감자 먹기...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 아이를 보며 ‘너무 심한가?’하는 생각도 했지만 실천율 80% 이상이면 자장면 한 그릇은 허용한다는 말에 아이는 눈물을 닦아 냈다.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자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생활습관은 책, TV를 보면서 음식 먹기. 컴퓨터 하면서 습관적으로 먹는 것도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기’ 또 하나는 야식습관. 이것은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 사항이다. 밤늦게 들어와 꼭 음식을 먹는 남편 덕에 아이들은 양치질을 다하고서도 아빠 옆에 앉아 음식을 먹곤 했었다. 아이의 건강성적표를 대면서 협박(?)한 끝에 통과. 용돈은 과자 사먹는데 거의 쓰는 것을 감안해 방학 중 용돈은 ‘도서상품권’으로 대치하기로 하였다. 주당 받는 용돈에서 100% 상승한 일 만원 상품권으로! “다른 집에 가면 책상이나 식탁 앞에 공부 스케줄이나 학원 일정이 붙어 있는데 역시 우리 집은 다른 집과 달라! 건강 제일주의 가족이야”하며 너스레를 한참 떨었다는 박모 주부의 식탁 벽에 붙어진 메모장은 다음과 같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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