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계고에서 예능계 입시 준비하기 Ⅱ

지역내일 2010-07-26 (수정 2010-07-26 오후 4:07:57)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는 일반계고 수준별 수업 확대방안을 내놓는가 하면 예체능 중점학교 지원정책을 발표하는 등 학생들의 다양성과 특기 적성을 존중하는 교육정책을 전개 중이다. 이같은 정부의 교육정책 발표에 예체능계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사설학원 등 실기준비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학교 안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2009년 예술체육 계열 대학 입학생 6만4694명 중 예술체육고교 졸업생은 7884명으로 12.2%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생들은 일반계고에서 예체능 입시를 준비해 대학에 진학한 셈이다. 자녀가 미대 입시를 준비 중인 한 학부모는 “설혹 미대에 진학하더라도 예고에 보내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 될 것 같다”며 “입시를 준비하며 아이가 받는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지워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사설학원에 보내고 싶어도 학교 눈치 보느라 쉽지 않을 뿐더러 입시 전략상(?) 수학 등 주요과목을 포기해야 하는 등 특수한 아이의 상황을 학교와 교사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성남과 용인의 일반계고에서 예체능 입시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서러움 담긴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교육의 다양화’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특기자 전형, 특성화고 등 교육 다양화 확대 추세

대학 입시에서 영어 수학 등 주요교과목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계고등학교에서 예능체능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실기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예체능계 학생들에 대한 학교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불어오고 있는 특성화 바람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음악 미술 등 예능계 교과도 학교 울타리 안에서 실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고 학교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전국 30개 중고교를 체육예능중점학교로 선정 발표했는가 하면 경기도교육청도 예술중점형학교를 비롯해 과학, 제2외국어 과목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특성화고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분당대진고와 죽전고, 성일여고 등 성남용인지역의 몇몇 고등학교에서도 미술반 음악반 예능반 등 예체능 특기반 운영을 통해 우수한 진학 실적을 내고 있어 지역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일여고, 예술중점형학교로 지정 … 미술반 2개 학급 운영 계획 
어스름 해가 저무는 여름날 저녁, 성일여고의 미술반에서는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그리파 줄리앙 등 석고 조각상이 가득한 널찍한 작업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사락사락~’ 도화지에 연필이 닿는 소리 뿐. 학생들은 저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정물화를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
성남 중원구 성남동 성일여고(교장 원현식)의 3학년 예능반 이현 담임교사는 “음악, 미술로 진로를 결정한 2, 3학년 학생들을 따로 모아 별도의 학사일정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7교시 수업 후 자율학습에 매이지 않고 각자 실기수업과 레슨을 받기 위해 학원이나 연습실로 간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3~4번의 실기수업과 레슨을 하고 그 이외의 요일은 개인 연습이 이뤄진다. 현재 미술반의 경우 2학년 18명, 3학년 26명, 음악반은 2학년 20명, 3학년 19명의 학생이 진학 준비에 한창이다.
이런 성일여고의 노력은 지난 5월 교과부가 공모한 예술체육 중점학교에 학교가 선정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예술체육중점학교는 예체능에 소질을 가진 학생들이 일반 교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은 예체능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예술중고교와 차별화된다.
성일여고는 내년부터 30명씩 2개 학급의 미술교육 중점학급을 개설 운영한다. 원현식 교장은 “미술교육 중점학교라고 해서 기능적인 면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며 “미술을 통한 창의 인성 교육의 효과를 거두고, 인문학적인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반 고등학교는 미술 음악 시간은 주당 10단위씩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중점학급 학생들은 31~35%(총 180단위 중 69~113단위)를 중점과목으로 배우게 된다. 

분당대진고 등 특기반 운영학교, 학기 초엔 입학 문의 쇄도  
우리 지역에서 미술이나 음악 등 예체능 전공 특기자를 선발하는 일반계고등학교는 성일여고 외에도 분당대진고를 꼽을 수 있다. 분당대진고(교장 김채흠)는 지난 2004년부터 경기도교육청 미술 특기생 육성학교로 지정돼 교육지원을 받고 있다. 쟁쟁한 실력의 미술 특기생들이 지원해 해마다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미술 특기생은 전국 규모 대회 등 각종 미술대회 입상자와 중학교에서 미술특기적성교육을 받은 학생, 미술 교과 특기가 있다고 인정되어 해당 중학교 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 등이 입학전형에 응시할 수 있다. 이들 학생을 대상으로 교과 성적, 수상 실적 및 특기자 가산점, 실기성적 등을 평가해 최종 선발한다. 해마다 10월 중순께 원서 교부와 접수가 이뤄지며, 11월에 실기시험을 치러 합격자가 발표된다. 분당대진고 김성호 교무부장교사는 “서울대 미대 진학 등 실적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예능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분당대진고는 실력있는 미래의 태릉인을 스카웃 해 지도하는 체육특기부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예체능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체능특기반을 운영하는 학교가 적다 보니 미술특성화반을 운영 중인 신갈고와 죽전고 역시 학기 초에는 입학 문의전화가 쇄도할 정도다. 예고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의 일반계고 진학 이후의 예능교육에 대한 제도적 행정적 정책 지원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도교육청, 내년부터 예술 특성화고 지원
예전의 ‘학교’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과목을 배우는 단일한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학교 다양화’라는 교육의 새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모습의 학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계고의 예대 입시지도 역시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많은 다른 지역의 예술중고교에 비해 교육 내용이나 학비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반계고의 예체능특성화교육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 학교정책과 한영희 장학관은 “내년부터 새로운 교육과정과 수능시험 체제가 적용될 경우 음악 미술 등 예술교육을 비롯해 과학교육, 제2외국어 교육이 더욱 위축 약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들 과목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를 특성화고로 지정해 운영비와 교사 인사 인센티브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과학`예술`외국어 특성화고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2012년부터 사실상 선택과목으로 전환되는 음악과 미술교과, 소수 학생이 선택해 과목 개설이 어려운 외국어 교과 운영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인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음악 미술 관련 전공을 정해 별도의 학급을 운영하는 예술중점형 특성화고의 경우 연 400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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