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색 콜렉터, 壽石 사랑에 빠진 중산마을 김범식 장선희 부부

지역내일 2010-07-25

세파를 씻어내는 小자연의 산수화, 그 오묘함에 빠지다!!


수석? 하면 일전에 한 백화점에서 열린 수석전시회를 주마간산 식으로 들러본 기억과 수석을 모으던 이웃의 집에 갔다 그 무게에 혹시 우리 집 천정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기억 뿐. 수석에 전혀 문외한이라 취재가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터.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김범식 장선희 부부가 풀어내는 수석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말문이 트였다. 천공(天工)이 수억 년의 노력으로 빚어 낸 천연예술품이라는 수석, 중산마을 7단지 김범식 장선희 부부는 이 수석의 매력에 빠져 30여 년 동안 1000여 점의 수석을 수집했다. 1000여 점의 적지 않은 수석들이 마치 갤러리에 들어선 듯 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이 고고하고 아름답다. “수석 하나하나 마다 지나온 추억들이 담겨있다”는 김범식, 장선희 부부. “호흡을 가다듬고 그의 앞에 앉으면/다도해의 해조음을 타고 섬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싯귀처럼 부부는 산과 강, 꽃과 나무를 집안에 한껏 들여놓고 그것을 감상하는 신선놀음에 세상사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웃는다.


강가에 돌 하나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고 새가 되고...
지금은 부부가 함께 수석을 즐기지만 처음부터 함께 한 것은 아니었다. “30년 전 쯤 직장동료의 집에서 우연히 수석을 만났는데, 그것이 오래도록 마음을 끌었다”는 김범식 씨. 그래서 수석에 관심을 갖게 되고 수석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 더 이끌리게 됐다. 직장생활에 매이다보니 탐석을 나선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돌을 찾아 나섰다. “수석이 참 오묘한 매력이 있어서 들여다보면 그 안에 만물이 다 들어있다”는 남편의 말에 “100% 공감”이라는 아내 장선희 씨의 수석 입문기도 재미있다. 처음엔 주말에 탐석을 나서는 남편을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따라 다녔다고. 그러다 남편이 주은 돌을 서로 “이 안에 꽃 있다, 아니다 나무다, 새다 하면서 함께 의견을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수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나무나 새나 바라보이는 대로 감상하면 그 뿐, 갑론을박할 필요도 없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부부가 함께 그렇게 의견을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중에 시작했지만 이 사람이 돌 고르는 안목이 좀 있다”고 칭찬하는 남편 김 씨. 자연스럽게 부부가 취미를 같이 하게 돼 노후에 이만한 즐거움이 없다고.  정확한 날짜는 기억 못하지만 어느 곳 어느 지점에서 어떤 사연으로 그들에게 온 돌인지 다 기억이 난다고 한다. 섬에 들어갔다 비바람이 거세서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주은 돌,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걷다가 우연치 않게 만난 행운의 돌, 앞서가던 남편의 눈엔 보이지 않던 돌이 뒤따르던 아내의 눈에 뛴 희귀석 등등...바쁜 직장생활에서 퇴직 후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요즘, 이들 부부에게 수석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특별한 樂이다.



욕심을 버릴 때 귀한 돌 얻어, 가장 마음을 끄는 건 고요한 달을 품은 수석
지금도 창고에 쌓여있는 수석이 많지만, 30여 년 모아온 수석들 때문에 이사도 마음대로 못 간다고 웃는 부부. 그렇게 제 자리를 못 찾던 수석들이 자식들이 다 출가하고 난 빈 방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일필휘지 기세 좋게 뻗어나간 대나무, 고고하게 핀 매화, 저물 녘 들판의 갈대, 강가에 걸린 달, 그리고 입이 귀에 걸리고 웃고 있는 황비홍 모습의 재미난 돌부터 자블로니 공 등 물형(物形)석부터 고향 뒷산의 풍광을 고스란히 담은 산수경석 등.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인 부부의 수석이야기를 듣다보니, 처음 그냥 돌로 보이던 것들이 그냥 돌로 보이지 않는다. “작은 자연석 안에 우주의 삼라만상과 그 신비가 응축되어 있다”는 부부의 말대로 수석으로 둘러싸인 仙方같은 그곳에서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문외한의 눈에도 그 안에 담긴 풍경과 표정들이 하나같이 신비롭다. 오랜 세월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낸 수석 한 점, 한 점.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氣가 마음까지 평안하게 만든다. 수석 중에서도 김범식 씨는 달을 품은 수석에 마음이 끌린다고. 그래서 유독 부부의 콜렉터 중에는 단아하고 고요한 달 풍경이 많다. 때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 수석이 품은 달을 보고 있노라면 차분해지면서 참선을 하고 난 듯 정리가 된다고 한다.
홀로 즐겨도 좋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하면 더 좋은 취미
혹자는 수석을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김범식 씨. 자연을 거슬리면서 탐석을 하지는 않는단다. 오히려 그들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주는 수석을 제공하는 자연을 더 사랑하게 된다는 그는 수석은 홀로 즐겨도 좋은 취미지만 함께 즐기면 그 즐거움이 배가된다고 조언한다. 서로 감상평을 나누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美를 발견하게 되고 수석의 3요소인 석질, 색상, 형태에 대한 안목이 늘고 심미안이 생긴다고. (사)자연예술문화재단 총연합회 회원이자 고양수석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부는 그동안 고양꽃박람회 꽃전시관에서 열린 고양수석회 작품 전시에 참여하는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그동안 고양시에서 단독으로 수석전시회를 연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많은 이들이 수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는 김범식 씨는 오는 9월 10일~12일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사)고양수석회 창립7주년 기념회원전 ‘꽃과 호수롸 나무’展의 전시위원장을 맡았다. 15명의 회원들이 간직해온 小자연은 또 어떤 모습일지 벌써 기대가 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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